후후, 또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말았네.
지난해 12월 초순인가, 뜬금없이 눈이 첫눈부터 연속 두번 대설로 내리는 바람에 거의 한달이상
눈쌓인 산길을 아이젠 신고 걸었다.
첫 눈부터 대설이라 올겨울, 눈 폭탄의 연속이겠거니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그걸로 끝.
그러나 산길은 달랐다. 지상에선 쌓인눈이 녹고 질척해지고 정나미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인근 산의 눈은 그렇지 않았다. 낮에 살짝 녹았다 밤에 다시 얼고를 반복했기에
까쓸까쓸한 눈을 여러날 밟을수 있었다.^^



그러나 오는 세월 막을수 없는 법.
2월의 제주에는 벌써 동백이 피고지고 피고지고를 반복했고,  텃밭에는 봄풀들이 옹기종기,
섣부른 매화들 또한 방긋방긋~~ 출발당시 대구의 날씨는 쌀쌀했기에 제주의 봄내음은
뜻밖의 선물처럼 설레였다.
그렇지. 바야흐로 봄인 것이네. 지난 겨울도 좋았지만 봄이라니, 봄은 또 봄대로 얼마나
멋진 계절일 것이냐~



비행기 한번 타 보는 것이 여행보다 '숙제'였던 시모님과 할머니덕에 나발 불게 된 아이들과 함께
팔자에 없던 호텔에서 일박을 했다.
'뭣이라, 하룻밤에 40이라고? 아이고오, 우리아들 뼈빠지게 번 돈 이렇게 날려도 되는 게야?'
흐흐~ 해서 다음날은 공하나 떼고 4만원 짜리 방에서 묵었다.

굳이 그렇게 극과 극 달릴 필요없이 7,8만원 방도, 팬션도 있었지만 아이들 교육상 4만원을 택했다.
물론 4만원 방도 충분했다. 제주(서귀포)에서 방 못 잡을까 걱정말라.  중국손님 떼거지로 오는 날
아닌 다음에야 널리고 널린게 호텔, 모텔, 펜션.^^



호텔 배란다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 멀리 주상절리가 보이네. 시모님은 주상절리를 보고
거참 볼만하네 감탄을 하였다.
나또한 주상절리가 보고 싶었다. 뜬금없이 요몇년  화산이니 사막이니 하는 것들이 와닿았는데...
즉, 화산이 존재하고 한번씩 터져주기에 지구가 유지된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 옛날 화산의 흔적을 보니 , 그 숯 돌덩이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보자니
그 많은 세월과 풍상과 인내의 향기가 오롯이 느껴졌다.



(사진속 내용물은 커피 아닌 포도주^^)

제주여행 며칠후 오랜만에 충청도 친구네를 방문했다. 여행 뒤끝이라서인지 아이들은 또다시 집을
떠나야 함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몇번더 맛있는 먹을거리로 꼬셨으나 넘어오지 않았다.
하여 속으로 홀가분함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엄마 오늘 갔다 내일 저녁에 돌아온다'며 떠났다.
가서는 오랜만에 온김에 하루 더 묵고 간다고 문자.

도예를 하는 친구의 집은 여러모로 휴식이 되는 공간이었다.
생두를 사다가 직접 볶고 갈아서 또 손수 만든 그릇에다 커피를 따라주니
보는 맛 마시는 맛에 세월가는 줄 몰라.ㅋㅋ~

뿐인가. 각종 차들을 매번 다른 다기에 따라주니 그 또한 일품일세.
'이렇게 손님들 혼을 빼 놓으면 엉덩이가 무거워지는데  언제 그릇 만드니?'
'그러게, 그 적정선을 지키는 게 어렵다.'
'깃발을 내 걸어라. 외부인 출입금지, 출입환영 두가지로..ㅎㅎ'

..... 헤...우좌간 2013년 봄이다.
봄은 역시 싱그럽다. 2003년이 엊그제 같은데 2013년이라니
세기말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여지던 그 연도를 우리네가 살고 있네.
1800년대, 1900년대 사람이 본다면 우리는 얼마나 미래인간인가!


아무튼 이봄. 만물들이 저마다 용을 쓰며 새쑨을 틔우니 나도 굼뜬 몸땡이 추스리고
좀 분발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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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3-03-0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을 기다렸는데 사진이 엔박이에요! 다시 올려주세요.
올해 애아빠가 제주도 가자 하는데..... 저는 망설이고 있습니다.

폭설 2013-03-08 21:09   좋아요 0 | URL
제컴에서는 뜨는데요 가끔 컴의상태에따라
안뜨기도..~~
제주도 다녀오세요^^
무엇보다 차가 적은것이 마음에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