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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이 입을 다무는 때 ㅣ 지혜사랑 시인선 250
전영숙 지음 / 지혜 / 2022년 6월
평점 :
코로나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만 3년만의 3박 4일 짧은 떠남.
다시 코로나가 증폭할거라는 말이 무서워 지금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싶어
급하게 여행사 사이트를 뒤졌다. 혹시나 가서 코로나에 걸리면?
간이 작아 차마 멀리는 가지못하고
언젠가 한번은 가고싶었던 푸른 초원의 몽골을 가게 되었다.
늘 여행길에 책을 가져갔지만 다 읽지 못했기에
이번엔 두꺼운 종류 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시집을 택했다.
전영숙 시인의 <나팔꽃이 입을 다무는 때>를 가방에 넣었다.
지금 몽골은 완연한 봄이어서 테를지 국립공원엔 온갖 야생화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익히 보아온 까마중, 민들레,
비듬나물,배부장이,엉겅퀴,부추꽃,과꽃 등등 없는 것이 없는 천상의 화원이었다.
그 많은 꽃과 풀들을 보면서 50중반을 향하면서도
아는꽃 이름이 열손가락 안쪽이란게 부끄러웠다.
돌아가면 한평생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산과들의 꽃과 나무들 이름
제대로 알아보자 다짐했지만 어리석은 중생
돌아오니 그냥 또 무심해진다.
그러나 몽골 테를지에서의 봄 꽃에 대한 내 '사랑'은 진심이었다.~~
야생화를 잔뜩 보고온 여행지의 밤에 시인의 시를 읽자니 유독
<봄에는 매일>이라는 시가 와닻았다.
<봄에는 매일>
비오다
그치면 아쉽고
눈 오다
그치면 서운했다
꽃 피었다 질 때면
당신 왔다 돌아 갈 때처럼
손 흔들어 보내기 싫었다
하룻밤만 더 있다 가라
붙들고 싶었던
모든 이별
다시 볼 수 없는 뒷모습을
배웅하는 일로
봄에는 매일 아팠다
그 많은 꽃잎들
다 떨어질 동안
(시 전문-98쪽)
그 많은 꽃들을 두고
그 넓은 초원을 두고
나는 돌아왔다.
한바탕 꿈을 꾼듯.
한동안 멍하리라.
내가 없어도 테를지 꽃들은 잘있겠지.
나는 시인이 아니라 잠시 그립다 말겠지.
어머니는 소주 한 병 다 들이키고 혼절했다
사약 같았던 세월을 수십 병 들이키고도 끄떡없었는데
아버지 병수발 삼년 만에 정신 줄을 놓았다
.....
캄캄하기는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질기기는 인연 줄이나 목숨줄이나
... - P92
꽃의 몰락 위에 번지는 초록처럼 상처의 자리에 돋는 새살처럼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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