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영화보다 다이나믹 하다. 그리고 영화는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어떨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고 한다. 사실 필자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소설에 부정적이다. 픽션에서 ‘실화'를 강조하는건 대부분 마케팅이 목적이다. 그리고 영화와 소설등의 상업적인 대중 예술에서 어느 하나만 유난히 강조한다는 것은 나머지는 별 볼일 없다는 얘기와 같다. 무엇보다 ‘감동 실화' 어쩌고 하는 영화중에 재미있는 영화를 별로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암암리에 실화가 바탕입네 하는 작품에는 고약한 돈벌이의 냄새가 나는 느낌이라 싫어하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영화를 볼 때까지 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을 몰랐다. 대체로 영화를 보기 전에 기본적인 정보를 뒤적거리는 성격인데도 몰랐다는 것은 영화쪽에서도 그런거 뭐 어때 하는 식으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전반에 흐르는 담담하고 유쾌한 분위기처럼 실화가 있기는 한데 뭐 어때 그냥 보고 즐겨봐. 인생 별거 있어? 하는 느낌이다. 이런건 사뭇 즐겁다.

 

그럼 다이나믹한 현실을 얼마나 극적으로 그렸을까? ‘1%의 우정’이라는 부제는 아무래도 배급사에서 붙인, 붙이나 마나한 사족성 부제일 뿐으로 영화를 본 후인 지금 대체 왜 이 영화에 1%의 상위 1%의 하위 어쩌구 하는 천박한 상업주의식 해석을 붙여놨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마땅히 강조할게 없었나? 영화는 영화로 말하는 것이다. 홍보따위 아무리 잘해봐야 컨텐츠가 구리면 말짱 꽝인 셈인데 이번에는 괜찮은 영화를 오히려 홍보성 문구가 망친 느낌이다. 아무튼 1% 어쩌구는 무시하고 원제 언터처블을 인터넷 영어사전에서 뒤져보니 [Untouchable : ① 불가촉 천민 ② 손대어서는 안 되는 ③ 당할 수 없는] 이런 뜻이다.


쥐뿔도 없는 날건달 같은 넘이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부자 아저씨를 돌보다가 우정이 싹튼다는 이야기로 대충 줄거리만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상투적인 스토리다. 이런식의 설정이야 이미 닳고 닳도록 써먹은 이야기인데 이 영화는 어떨까? 포복절도하는 코메디나 가슴 먹먹한 감동은 없지만 오히려 그런 헐리웃 방식의 인공적인 감정이 없는 담담함과 유쾌함이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가공의 것들에 둘러 쌓여 살다가 날것의 자연을 보며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좀 과장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 상투적인 스토리의 영화는 그런 정화된 느낌 주었다.

 

아가씨 멋진 뒷태에 눈이 팔려 밥을 눈에 꽂아주시는 본능에 충실한 주인공..ㅋㅋ

 

뜨거운 물을 감각없는 다리에 부으며 신기해 하는 엽기적인 '드리스'

 

뿐이랴! 사지가 마비된 주인나리 앞에서 신나는 댄스까지...

 

급기야 안전제일의 휠체어를 시속 9마일까지 개조해 버리는 만행까지...

오빠 달료~! ㅡㅅ-/

 

도화지에 코피 쏟아놓고 3만유로라고!!

 

"내 진짜 장애는 사지 마비가 아니야. 아내 없이 살아야 한다는 거지"

"나라면 총으로 자살할 거에요"

"사지 마비는 그것도 불가능해"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담담한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친구란... 소중한 것이다.

 

지금까지 뜨문뜨문 만나본 프랑스의 영화나 문학의 느낌은 극적으로 과장된 느낌이었다. 헐리웃 영화에는 극적이면서도 현실감에 기반한 절제되고 통제된 감정이 있다. 영화에서의 설정과 캐릭터를 어느정도 관객에게 강요하는 느낌인데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대체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미덕 또한 있다. 그러니까 주는대로 받아 먹기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의 영화에는 자유롭고 풍성한 감정이 넘치지만 왠지 예술이라는 어떤틀에 집착하는 느낌이었던것 같다. 그러니까 요리는 내 맘대로 하는 거니까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말든가. 하는 느낌인데 이게 꽤 자신감있고 자유롭게 느껴지면서도 그 이면에는 이런게 예술이지 하는 식의 뭐라 말할 수 없는 사로잡힘 같은게 있었던 것 같다. 뭐, 이렇게 잘난체 떠들고는 있지만 사실 필자가 본 프랑스 영화래봐야 어렸을때 토요명화로 본 프랑스 코미디 영화 한두편을 제외하고는 [퐁네프의 연인들] 뿐이니 프랑스 영화가 어쩌니 하기에는 사실 우스운 수준이다. 아무튼 [언터처블: 1%의 우정]은 그 얼마 안되는 프랑스의 영화와 문학에서 느꼈던 과장됨이 없는 잔잔한 유쾌함과 담담한 감동이 있는 따듯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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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강정마을에 대해 처음 듣게 된것은 몇달 전이었습니다. 해군기지 유치 문제로 몇년간 주민대립이 극화되어 가족과 이웃간에 불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였죠. 워낙 어이없는 정부다 보니 이번에도 비슷한 정부의 어이없는 일들 중에 하나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 구럼바위 폭발 승인을 시작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화제의 중심에 떠올랐더군요. 그래서 저는 현 정부가 당연히도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일단 욕을 하더라도 사정은 제대로 알고 욕을 해야겠다 싶어서 웹서핑을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조각나고 단편적인 정보라서 전체 진행 상황을 알 수가 없어서 시작부터 시간 순으로 정리된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죠.

 

그러던중에 뉴스타파의 강정마을 특집을 보고 완전히 어이를 상실했습니다. 할 말이 없더군요. 제가 이해력이 딸려서 전체적인 내용을 잘 파악을 못한 상태니까, 백번 천번을 양보해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게 옳다고 치자구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고 꼭 그 마을에 들어서야 한다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검증을 하고 그걸로 반대하는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을 하면서 일을 추진하는게 민주국가라는 대한민국의 상식에 맞는 일 아닌가요? 우리가 무슨 70년대 독재정권하에 있는것도 아니고 대대적인 군경 투입으로 강제 진압에 강제 철거... 좋아 다~ 좋다 이겁니다. 시민이 법을 어겼으니 경찰력을 동원한다 그것도 좋다 이겁니다. 그래도 최소한 법에는 맞게 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시민 여러분. 불법 시위는 해산해 주십시오" 말을 마치자 마자 시위현장 차단을 지시하여 해산을 못하게 하는건 어느나라 법인지. 사설 시설물을 통보도 없이 철거를 하고... 정말 말을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 순으로 정리를 해볼까 했는데 이미 너무 잘 정리된 포스트가 있더군요. 링크만 걸겠습니다.

 

뉴스타파 강정마을 특집 1회 [클릭]

뉴스타파 강정마을 특집 2회 [클릭]

강정 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건의 발단 및 진행상황 정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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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3-2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군기지가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이런 일처리는 정말 뷁입니다용.

휘오름 2012-03-23 15:3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는 이게 왜 필요한지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나라일에 꼭 필요하다고 해도 이런식은 너무 상식밖이 아닌가 싶더군요.
 
국가의 거짓말
이유리.임승수 지음 / 레드박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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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에 맞춰 괴담(이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나 늘어놓겠거니 지레 짐작으로, 처음에 그렇게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읽기 시작한 [국가의 거짓말]은 참으로 충격적인 진실들을 담고 있었다.

 

반값 등록금, 4대강 사업, 부동산 정책 등 우리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하는 것들이야 다 우리 위대한 가카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였으면 좋았을!) 괴담(이었으면 좋았을!) 이야기일 뿐이다. 정부가 등록금 대주면 대학생들 공부 열심히 하고 공짜 정신이 머리에 깃들면, 장학금 타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다 사라지고, 세금으로 부실대학 사학 재단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 더구나 정부에 돈이 어디에 있다고. 5년간 홍수 피해 없던 4대강의 홍수를 막고, '중장비'들의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연계 파괴는 눈물을 머금고 감수해야 하는 사업비만 22조에 매년 유지비만 1조원이 나가는 4대강 삽질을 해야할 판에 자기가 출세하려고 대학 가는 학생들에게 줄 돈이 어디에 있다고 반값 등록금 운운하는 것인가. 대학 진학률이 80%라서 이제 필수 교육 아니냐고? 부모님들은 등록금 대느라 등골이 휘고,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하느라 입시보다 치열한 학점경쟁 취업경쟁에 뒤쳐진다고? 대학 안가면 될 거 아닌가. 가카 다 해보셔서 잘 아시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고심하고 계신 가카께 가해지는 이런 음해성(이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들이야 이미 익숙한 일이니 사뿐히 즈려밟고 넘어갈 수 있었으나 뒤이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무시하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참혹하고 참담한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발딛고 사는 사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민간인 20만명을 학살한 일이 있다고 한다. 6.25 전후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전쟁의 혼란중의 벌어진 일이라 착각하면 안된다. 해방후부터 6.25 전까지 ‘이승만’ 정부의 공식 지시로 민간인을 ‘학살’한 것이다.

 

2차대전 막바지, 1945년 4월 1일 시작된 82일간의 오키나와 상륙전에서 오키나와 주민 14만 9000명 일본군 7만 5000명 미군 1만 4000명 총 24만명 사망자가 발생했다. 더구나 14만여명의 민간인 사망자는 폭격이나 교전으로 죽은것이 아니다. 대부분이 자국군의 손에 죽거나 조국의 ‘자살 권고’에 자살한 것이다.

 

이상은 전쟁의 부수적이거나 부분적인 인명 피해일 뿐이다. 이렇게 일부 국지적인 피해만으로도 도시하나의 인구가 사라졌다. 이것만으로도 너무 엄청나서 현실감이 없는데 2차 대전 전체 사망자 수는 천만 단위에 이른다고 한다. 고작 몇 년만에 일국을 세울 수 있는 인구가 죽어나간 것이다. 오키나와 사건의 말미에 이 책의 저자중 한 사람인 ‘이승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끔 글로 간단하게 어떤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너무나 주제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오키나와 사건을 떠올리며 쉽게 쉽게 자판을 두드리기에는 너무나 힘겹고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누가 뭐라 하든 인간의 발명품 중 최악은 전쟁임에 틀림없다.”

 

얼마전에 있었던 2백년 만의 최대 재해라는 아이티 지진 피해자가 부상자 포함 약 50만이다. 이제 1,2차 세계대전 이라고 하지 말고 1,2차 세계재앙 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사람 목숨을 천문학적 숫자로 카운팅 하게 만든 전쟁이 거짓말로 시작되었다면?

 

“선전이란 본질적으로 - 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 일종의 예술이다. 그리고 선전원은 민중 심리를 조종하는 예술가라 말할 수 있다. 선전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매일 매시간 민중의 맥박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맥박이 뛰는지 듣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맥박에 맞춰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 괴벨스 -

 

이러한 선전의 천재 괴벨스는 신 발명품인 ‘라디오’를 사용해 국민을 상대로 제대로 사기를 친다. 이렇게 수천만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의 막이 올라간 것이다.

 

“자본주의는 전쟁을 먹고 자라난다. 전쟁의 형태를 취하든 무장 평화의 형태를 취하든, 군국주의는 자본주의의 적자이자 논리적 귀결일 뿐이다.” - 로자 룩셈부르크 -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은 9.11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 제조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쳐들어간 ‘부시’ 정권을 마치 미리 내다보고 있는듯 하다. 왜 ‘미국’이 아니라 ‘부시’ 정권이냐고? 세계 제2의 산유국 이라크 침공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부시’와 그 일당들이니까. 이런거 보면 ‘부시’는 우리 가카의 롤 모델이 아니었을까 하고 심히 추정되는 바이다.

 

생체 실험은 어떤가? 마루타로 유명한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731 부대 이야기냐고? 그렇지 않다. 전 세계 패권국으로 국제 경찰을 자칭하는 정의로운 ‘미국’의 이야기다. 1932년부터 40여년간이나 남부 지방에서 흑인들의 매독을 고쳐준다는 거짓말로 시작된 매독 생체 실험의 이야기이자 HIV 양성 고아 들에게 독극물이나 다름없는 에이즈 약제를 강제로 주입하고 있는 현재 ‘미국’의 이야기이다.

 

[국가의 거짓말]의 총 4부로 나뉘어진 스물 세개의 이야기는 이렇게 믿기 힘든 사건들의 실체를 국가의 거짓말들과 팩트를 바탕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쉽고 흥미 진진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국가가 얼마나 내 삶에 속속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야말로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참담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3부까지는 그나마 지난 일들을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 진실이 밝혀졌거나 각국 정부가 이미 인정한 내용들로 비록 믿기 싫고 힘든 내용이라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일인 것이다. 그러나 4부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들로 필자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4부의 이야기는 타이틀만 보면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을 거의 음모론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아직 해당 기관이나 정부가 부정하고 있어 음모론으로 치부되고 있을 뿐 이미 음모론의 수준은 예전에 뛰어넘은 팩트와 논거를 가지고 있다. 차라리 이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들은 그냥 음모론이었으면 싶다. 진심으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 괴벨스 -
“모든 진실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는 조롱이고, 둘째는 거센 반발이며, 셋째는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

 

극과 극은 과연 서로 통하는 것일까? 나치의 선동 책임자가 말하는 거짓과 위대한 철인이 말하는 진실. 양 극단에 있는 두 화자들처럼 양 극단에 놓여있는 거짓과 진실이 묘하게 닮은 꼴인것은 그저 우연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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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호라이즌 환상문학전집 15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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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호라이즌]은 네크로맨서 ‘이영도'의 단편집으로 2001년 출간된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의 개정 확장판이다. 언젠가 주제가 소설의 줄기를 이룬다면 설정 소설의 뿌리라고 그는 이야기 했다. ‘티르 스트라이크'라는 전직 제국 검술 사범이 한적한 마을의 보안관보가 되어 겪는 이야기를 그려낸 세 편의 연작 [오버 더 호라이즌]과 [오버 더 네뷸러], [오버 더 미스트] 는 이런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중편들이 아닐까 싶다. 중단편 소설은 짧은 분량이라는 특성때문에 장편 소설의 외전격으로 쓰여진 경우처럼 이미 만들어진 세계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설정의 탄탄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그러나 오크가 보안관을 하고 있고 트롤이 우체국장을 맡고 있는 세계와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법한 개성있는 캐릭터들까지 ‘이영도' 특유의 유머와 언어로 풀어나가는 [오버 더 호라이즌]의 세계는 그가 창조한 독특하고 탄탄한 세계관이 뿌리가 되어 더욱 더 맛깔스럽게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어서, 단편에 머무르기에는 아까운 느낌마저 있다.

 

특히 여러 종족이 어울려 사는 세계와 천편 일률적인 단계화된 국내 환타지의 마법에서 탈피한 전승 마법의 설정은 [드래곤 라자]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 하여 더욱 친근하다.

 

바이서스의 영웅이자 대마법사 ‘핸드래이크'와 ‘솔로쳐' 사제와 천방지축 그러나 영재 소녀인 ‘헐스루인 공주'가 마법사의 실험실에서 펼치는 대책없는 활극 [골렘], [키메라], [행복의 근원]은 사뭇 심각한 철학적인 문제를 그만의 유쾌하고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1990년대 PC 통신으로부터 부흥한 국내의 환타지 문학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1서클에서 8서클까지 마치 공식처럼 체계화된 마법의 설정, RPG 게임의 레벨처럼 구분되는 검사들의 전투력, 거대한 힘으로부터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 구도 까지, 심하게 이야기하면 캐릭터와 지명만 바꿔 나오는 듯한 느낌마저 있었다. 어쩌면 이는 PC 통신이라는 아마추어 문단이 기반이 된 탓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초기에는 아마추어의 순수함과 열정이 넘치는 독특한 세계관과 기발한 이야기들이 많았으나 어찌된 일인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개성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세계만 남아버렸다. 심한 경우 다른 작가의 설정을 그대로 복사해다가 붙여넣은듯한 작품만저 흥행작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옥석을 가리기 힘든 국내 환타지 세계에서 ‘이영도'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여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의 환타지 문학계에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이 제대로 번역만 되어준다면 [해리포터]에 뒤지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산적 두목처럼 생긴 1972년생 항구 소년. 그는 천재가 아닐까? 어떻게 내어놓는 이야기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림자 자국]과 [오버 더 호라이즌], 오래전에 읽은 두 권이 책을 리뷰를 위해 들쳐보며 ‘이영도'의 신작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져버렸다. 좀비대왕! 그만 자고 신작좀 내놔보라고~~~!

 

"하지만 교수는 인간이고 오크나 인간은 그렇게 이성적인 동물이 아냐. 입이 찢어져도 '내가 그러고 싶어서.'라고 말 못하는 종족을 열거해보면 인간은 꼭 들어갈걸."

 

"내가 그러고 싶어서? 무슨 말입니까?"

 

"그게 정의여서, 그게 당연한 이치거나 관습이어서, 혹은 그게 사람 사는 도리여서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내가 그러고 싶어서'라고는 말 못한다는 거야. 자기를 작게 보는 종족들이거든. 그래서 오크나 인간은 신념이나 자기주장이라는 말에 경외감을 품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불의에 맞서 약자를 보호하는 기사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라. '그게 정의니까!'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하기는 하겠지만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라고는 말 못한다. 그것은 무례한 자나 범죄자의 화법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대화 두 가지가 그걸 증명한다.

 

'시대의 이름으로 그를 죽였다.'
'당신의 정의감은 알겠으나 그래도 살인은...... .'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인간과 오크는 저 정도밖에 안 되는 것들이다.

 

- 오버 더 호라이즌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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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신작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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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머니는 가장 높이 날 것이다.


그의 누이는 가장 뜨거운 불을 뿜을 것이다.


그의 딸은 천 년 동안 세계를 제패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바이서스를 파멸시킬 것이다.


[드래곤 라자]의 시대로부터 1000년. 마법과 기사도가 서서히 사라져가고 총과 기계가 그 빈자리를 대체해가는 바이서스를 이제는 잊혀져 가는 경이로운 마법 생명체 '드래곤'과 진짜 예언자의 '예언'이 뒤흔든다. 대마법사 아프나이델 자신이 완성했으면서도 스스로 두려워 봉인해 버린 강력한 무기와 예언으로부터 시작되는 예언의 실현을 막기 위해 돌아온 엘프 이루릴. [퓨처워커]보다 강화된 아이러니와 함께 더욱 성숙하고 새로워진 모습으로 진화하여 돌아온 '좀비대왕' '이영도'. 그가 잠들어 있던 좀비들의 불멸의 밤을 깨운다!

 

'좀비 대왕' '네크로멘서' 로 불리며 심야의 좀비군단을 양산해내던 타자 '이영도'. 참으로 묘한 매력을 가진 독특한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매력이 있다. 책 읽기가 시들해질때마다 다시 펼쳐 보게 되는 그의 처녀작 [드래곤 라자]는 읽을 때마다 여전히 즐겁고 새롭다.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통신 문학으로 등단한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느껴졌던 그의 이력도 이력이거니와 독특한 시각과 개성넘치는 문장, 그리고 뚜렷한 주제의식에 더해 준비된 반전으로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그의 작품은  양산되던 통신 환타지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완성도와 재미로 국내 환타지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드래곤 라자]로부터 천년이 지난 오늘, 좀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가 돌아왔다.


그의 작품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드래곤 라자] 때만해도 아직 데뷔작의 치기가 남아있던 그의 세계와 언어는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를 거쳐 더욱더 정제되고 완숙해진 느낌이다. 글쟁이 '이영도'는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도'만의 개성넘치는 언어로 펼쳐지는 그의 작품에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힘이 있다. 국문학과 출신 장르 작가로서, 순문학이라 불리는 문단 소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한다.


"글쎄요. 별 생각이 없습니다만? 뭐라고 표현할까요. 세상엔 기독교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지만 기독교도에 대해서는 참으로 복잡 다단한 생각을 품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전 본격 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엔 별 관심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읽고 재미없는 건 안 읽지요. 제겐 개개의 글이 있을 뿐입니다."


정신없이 환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드래곤 라자]로부터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은 장르의 경계에 대한 필자의 고정 관념을 완전히 허물어 뜨림으로서 그의 말이 결코 공허한 말뿐이 아님을 증명해왔다. 


좀비가 맹목적으로 생고기와 생피를 갈구하는 심정으로 필자는 이 목마름을 채워줄 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문장부호와 행간을 호흡하고 그 순환계에는 잉크가 흐르는 의 세계와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신선한 작품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그는 조만간에 좀비군단의 침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고작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믿고 버티겠다고!? 재고해 보기를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P.S-참으로 잘 빠진 양장입니다. 멋스러운 디자인과 단단한 양장표지에 말끔한 편집까지. 모양새가 어디하나 나무랄데가 없어요. 황금가지도 이런 양장을 만들 수 있다니까요. [폴라리스 랩소디] 한정판도 그렇고 [드래곤 라자], [퓨처워커]의 양장판 재출간도 그렇고 여러가지 모험적인 시도도 마다 않는 황금가지인데, 왜 [홈즈 전집], [크리스티 전집], [뤼팽 전집]은 그렇게 허접한 양장으로 내놓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요..ㅡㅅ-;


원본 삭제 분량 http://blog.aladin.co.kr/bbs/2542578

네이버 캐스트 '이영도' 인터뷰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7652&category_type=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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