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2
아서 C. 클라크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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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보니, 이후 시리즈 출판을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려 왔고, 출판되자마자 질렀다. 언제 다시 출판될지 모르기에...


그런데... 번역이 문제다.

2001은 괜찮았다. 크게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2010은...

전반적으로 뻑뻑한 번역투가 난무하다가, 마치 번역가의 감각을 자랑하고 싶은 듯 어울리지 않는 '문학적 표현'이나 '한자어' 표현이 중간중간 뜬금없이 튀어나온다.


아직 초보이고 분야도 다르지만 나도 번역가다. 이런 식의 부자연스러운 문장 조합이 나오는 경우는 세 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1. 원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 문맥에 따라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원문에 맞춰 직역을 하게 된다.

2. 번역가가 초보이다 - 번역가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적어도 초보는 아닌 것 같다.

3. 출판사에서 교정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 출판 번역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최종 교정 단계에서 원문을 배제하고 한글 문장을 자연스럽게 다듬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안다. 어색한 번역투 대부분은 문장 내에서 단어 한두개만 다듬어줘도 훨씬 자연스럽게 바뀌는데 그 작업을 빼먹은 듯 하다.


좋은 번역을 낼려면 반복 검토가 필요하고 반복 검토에는 시간이 들며 시간이 들면 돈이 든다. 중소 출판사라면 자금 문제로 이해해 볼 수 있지만, 무려 '황금가지'다. 돈이 없는 출판사가 아니다. 이정도 이름 있는 작품을 그것도 시리즈로 출판하면서 이 따위로 허술한 번역을 그대로 출판하다니 이해가 안 간다. 어지간하면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는 편인데 도저히 짜증을 못참겠어서 아직 3분의 1정도가 남은 상태에서 두들긴다. 


"플로이드는 전투기를 몰 줄 모르는 만큼이나 스페이스포드 조종도 할 줄 몰랐다."

-> 플로이드는 전투기 조종법 만큼이나 스페이스포드 조종법도 몰랐다.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두 사람은 걷잡을 수 없는 홍소에 흐드러졌다."

-> 몇 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배꼽을 잡고 웃고 있었다. 


"최초로 직접 말을 걸어온 거였다."

-> 최초로 직접 말을 걸어왔다.

-> 처음으로 직접 말을 걸어왔다.

-> 처음으로 직접 걸어온 말이었다.


"구름을 뚫고 들려온 목소리인 양 멀고 아련했지만 바로 그에게 하는 말이라는 건 절대 틀림없었다."

-> 두터운 구름 너머에서 들려오는 듯 멀고 아련한 소리였지만, 분명히 자신에게 직접 하는 말이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들이 수집되었는데 다만 저장하고 샅샅이 숙고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행동에 나서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했는데, 정보를 저장하고 면밀히 검토하려는 목적뿐 아니라 행동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방금 읽을 몇 페이지에서 비교적 두드러지게 어색한 문장만 뽑아서 잠깐 시간을 들여 수정했다. 조금만 다듬어도 훨씬 나아진다. 나야 초보라 치고, 고수라면 훨씬 더 좋은 번역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다듬어도 대부분의 번역투는 잡을 수 있다. 조금만......


남은 시리즈가 걱정이기는 하지만, 2061과 3010은 번역가가 다르니만큼 이정도는 아니리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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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 2017-05-05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2061 읽고 있는데 2010보다 번역이 낫다고 절대 말 못하겠네요. 이미 다른 책에서 한 번 겪었던 분이라 각오는 했지만... 이전부터 번역 복불복이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시리즈 읽으면서 황금가지에 대한 신뢰를 거의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