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더 호라이즌 환상문학전집 15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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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호라이즌]은 네크로맨서 ‘이영도'의 단편집으로 2001년 출간된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의 개정 확장판이다. 언젠가 주제가 소설의 줄기를 이룬다면 설정 소설의 뿌리라고 그는 이야기 했다. ‘티르 스트라이크'라는 전직 제국 검술 사범이 한적한 마을의 보안관보가 되어 겪는 이야기를 그려낸 세 편의 연작 [오버 더 호라이즌]과 [오버 더 네뷸러], [오버 더 미스트] 는 이런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중편들이 아닐까 싶다. 중단편 소설은 짧은 분량이라는 특성때문에 장편 소설의 외전격으로 쓰여진 경우처럼 이미 만들어진 세계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설정의 탄탄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그러나 오크가 보안관을 하고 있고 트롤이 우체국장을 맡고 있는 세계와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법한 개성있는 캐릭터들까지 ‘이영도' 특유의 유머와 언어로 풀어나가는 [오버 더 호라이즌]의 세계는 그가 창조한 독특하고 탄탄한 세계관이 뿌리가 되어 더욱 더 맛깔스럽게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어서, 단편에 머무르기에는 아까운 느낌마저 있다.

 

특히 여러 종족이 어울려 사는 세계와 천편 일률적인 단계화된 국내 환타지의 마법에서 탈피한 전승 마법의 설정은 [드래곤 라자]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 하여 더욱 친근하다.

 

바이서스의 영웅이자 대마법사 ‘핸드래이크'와 ‘솔로쳐' 사제와 천방지축 그러나 영재 소녀인 ‘헐스루인 공주'가 마법사의 실험실에서 펼치는 대책없는 활극 [골렘], [키메라], [행복의 근원]은 사뭇 심각한 철학적인 문제를 그만의 유쾌하고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1990년대 PC 통신으로부터 부흥한 국내의 환타지 문학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1서클에서 8서클까지 마치 공식처럼 체계화된 마법의 설정, RPG 게임의 레벨처럼 구분되는 검사들의 전투력, 거대한 힘으로부터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 구도 까지, 심하게 이야기하면 캐릭터와 지명만 바꿔 나오는 듯한 느낌마저 있었다. 어쩌면 이는 PC 통신이라는 아마추어 문단이 기반이 된 탓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초기에는 아마추어의 순수함과 열정이 넘치는 독특한 세계관과 기발한 이야기들이 많았으나 어찌된 일인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개성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세계만 남아버렸다. 심한 경우 다른 작가의 설정을 그대로 복사해다가 붙여넣은듯한 작품만저 흥행작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옥석을 가리기 힘든 국내 환타지 세계에서 ‘이영도'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여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의 환타지 문학계에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이 제대로 번역만 되어준다면 [해리포터]에 뒤지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산적 두목처럼 생긴 1972년생 항구 소년. 그는 천재가 아닐까? 어떻게 내어놓는 이야기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림자 자국]과 [오버 더 호라이즌], 오래전에 읽은 두 권이 책을 리뷰를 위해 들쳐보며 ‘이영도'의 신작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져버렸다. 좀비대왕! 그만 자고 신작좀 내놔보라고~~~!

 

"하지만 교수는 인간이고 오크나 인간은 그렇게 이성적인 동물이 아냐. 입이 찢어져도 '내가 그러고 싶어서.'라고 말 못하는 종족을 열거해보면 인간은 꼭 들어갈걸."

 

"내가 그러고 싶어서? 무슨 말입니까?"

 

"그게 정의여서, 그게 당연한 이치거나 관습이어서, 혹은 그게 사람 사는 도리여서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내가 그러고 싶어서'라고는 말 못한다는 거야. 자기를 작게 보는 종족들이거든. 그래서 오크나 인간은 신념이나 자기주장이라는 말에 경외감을 품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불의에 맞서 약자를 보호하는 기사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라. '그게 정의니까!'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하기는 하겠지만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라고는 말 못한다. 그것은 무례한 자나 범죄자의 화법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대화 두 가지가 그걸 증명한다.

 

'시대의 이름으로 그를 죽였다.'
'당신의 정의감은 알겠으나 그래도 살인은...... .'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인간과 오크는 저 정도밖에 안 되는 것들이다.

 

- 오버 더 호라이즌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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