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영화보다 다이나믹 하다. 그리고 영화는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어떨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고 한다. 사실 필자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소설에 부정적이다. 픽션에서 ‘실화'를 강조하는건 대부분 마케팅이 목적이다. 그리고 영화와 소설등의 상업적인 대중 예술에서 어느 하나만 유난히 강조한다는 것은 나머지는 별 볼일 없다는 얘기와 같다. 무엇보다 ‘감동 실화' 어쩌고 하는 영화중에 재미있는 영화를 별로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암암리에 실화가 바탕입네 하는 작품에는 고약한 돈벌이의 냄새가 나는 느낌이라 싫어하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영화를 볼 때까지 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을 몰랐다. 대체로 영화를 보기 전에 기본적인 정보를 뒤적거리는 성격인데도 몰랐다는 것은 영화쪽에서도 그런거 뭐 어때 하는 식으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전반에 흐르는 담담하고 유쾌한 분위기처럼 실화가 있기는 한데 뭐 어때 그냥 보고 즐겨봐. 인생 별거 있어? 하는 느낌이다. 이런건 사뭇 즐겁다.

 

그럼 다이나믹한 현실을 얼마나 극적으로 그렸을까? ‘1%의 우정’이라는 부제는 아무래도 배급사에서 붙인, 붙이나 마나한 사족성 부제일 뿐으로 영화를 본 후인 지금 대체 왜 이 영화에 1%의 상위 1%의 하위 어쩌구 하는 천박한 상업주의식 해석을 붙여놨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마땅히 강조할게 없었나? 영화는 영화로 말하는 것이다. 홍보따위 아무리 잘해봐야 컨텐츠가 구리면 말짱 꽝인 셈인데 이번에는 괜찮은 영화를 오히려 홍보성 문구가 망친 느낌이다. 아무튼 1% 어쩌구는 무시하고 원제 언터처블을 인터넷 영어사전에서 뒤져보니 [Untouchable : ① 불가촉 천민 ② 손대어서는 안 되는 ③ 당할 수 없는] 이런 뜻이다.


쥐뿔도 없는 날건달 같은 넘이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부자 아저씨를 돌보다가 우정이 싹튼다는 이야기로 대충 줄거리만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상투적인 스토리다. 이런식의 설정이야 이미 닳고 닳도록 써먹은 이야기인데 이 영화는 어떨까? 포복절도하는 코메디나 가슴 먹먹한 감동은 없지만 오히려 그런 헐리웃 방식의 인공적인 감정이 없는 담담함과 유쾌함이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가공의 것들에 둘러 쌓여 살다가 날것의 자연을 보며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좀 과장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 상투적인 스토리의 영화는 그런 정화된 느낌 주었다.

 

아가씨 멋진 뒷태에 눈이 팔려 밥을 눈에 꽂아주시는 본능에 충실한 주인공..ㅋㅋ

 

뜨거운 물을 감각없는 다리에 부으며 신기해 하는 엽기적인 '드리스'

 

뿐이랴! 사지가 마비된 주인나리 앞에서 신나는 댄스까지...

 

급기야 안전제일의 휠체어를 시속 9마일까지 개조해 버리는 만행까지...

오빠 달료~! ㅡㅅ-/

 

도화지에 코피 쏟아놓고 3만유로라고!!

 

"내 진짜 장애는 사지 마비가 아니야. 아내 없이 살아야 한다는 거지"

"나라면 총으로 자살할 거에요"

"사지 마비는 그것도 불가능해"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담담한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친구란... 소중한 것이다.

 

지금까지 뜨문뜨문 만나본 프랑스의 영화나 문학의 느낌은 극적으로 과장된 느낌이었다. 헐리웃 영화에는 극적이면서도 현실감에 기반한 절제되고 통제된 감정이 있다. 영화에서의 설정과 캐릭터를 어느정도 관객에게 강요하는 느낌인데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대체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미덕 또한 있다. 그러니까 주는대로 받아 먹기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의 영화에는 자유롭고 풍성한 감정이 넘치지만 왠지 예술이라는 어떤틀에 집착하는 느낌이었던것 같다. 그러니까 요리는 내 맘대로 하는 거니까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말든가. 하는 느낌인데 이게 꽤 자신감있고 자유롭게 느껴지면서도 그 이면에는 이런게 예술이지 하는 식의 뭐라 말할 수 없는 사로잡힘 같은게 있었던 것 같다. 뭐, 이렇게 잘난체 떠들고는 있지만 사실 필자가 본 프랑스 영화래봐야 어렸을때 토요명화로 본 프랑스 코미디 영화 한두편을 제외하고는 [퐁네프의 연인들] 뿐이니 프랑스 영화가 어쩌니 하기에는 사실 우스운 수준이다. 아무튼 [언터처블: 1%의 우정]은 그 얼마 안되는 프랑스의 영화와 문학에서 느꼈던 과장됨이 없는 잔잔한 유쾌함과 담담한 감동이 있는 따듯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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