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거짓말
이유리.임승수 지음 / 레드박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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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류에 맞춰 괴담(이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나 늘어놓겠거니 지레 짐작으로, 처음에 그렇게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읽기 시작한 [국가의 거짓말]은 참으로 충격적인 진실들을 담고 있었다.

 

반값 등록금, 4대강 사업, 부동산 정책 등 우리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하는 것들이야 다 우리 위대한 가카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였으면 좋았을!) 괴담(이었으면 좋았을!) 이야기일 뿐이다. 정부가 등록금 대주면 대학생들 공부 열심히 하고 공짜 정신이 머리에 깃들면, 장학금 타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다 사라지고, 세금으로 부실대학 사학 재단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 더구나 정부에 돈이 어디에 있다고. 5년간 홍수 피해 없던 4대강의 홍수를 막고, '중장비'들의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연계 파괴는 눈물을 머금고 감수해야 하는 사업비만 22조에 매년 유지비만 1조원이 나가는 4대강 삽질을 해야할 판에 자기가 출세하려고 대학 가는 학생들에게 줄 돈이 어디에 있다고 반값 등록금 운운하는 것인가. 대학 진학률이 80%라서 이제 필수 교육 아니냐고? 부모님들은 등록금 대느라 등골이 휘고,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하느라 입시보다 치열한 학점경쟁 취업경쟁에 뒤쳐진다고? 대학 안가면 될 거 아닌가. 가카 다 해보셔서 잘 아시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고심하고 계신 가카께 가해지는 이런 음해성(이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들이야 이미 익숙한 일이니 사뿐히 즈려밟고 넘어갈 수 있었으나 뒤이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무시하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참혹하고 참담한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발딛고 사는 사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민간인 20만명을 학살한 일이 있다고 한다. 6.25 전후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전쟁의 혼란중의 벌어진 일이라 착각하면 안된다. 해방후부터 6.25 전까지 ‘이승만’ 정부의 공식 지시로 민간인을 ‘학살’한 것이다.

 

2차대전 막바지, 1945년 4월 1일 시작된 82일간의 오키나와 상륙전에서 오키나와 주민 14만 9000명 일본군 7만 5000명 미군 1만 4000명 총 24만명 사망자가 발생했다. 더구나 14만여명의 민간인 사망자는 폭격이나 교전으로 죽은것이 아니다. 대부분이 자국군의 손에 죽거나 조국의 ‘자살 권고’에 자살한 것이다.

 

이상은 전쟁의 부수적이거나 부분적인 인명 피해일 뿐이다. 이렇게 일부 국지적인 피해만으로도 도시하나의 인구가 사라졌다. 이것만으로도 너무 엄청나서 현실감이 없는데 2차 대전 전체 사망자 수는 천만 단위에 이른다고 한다. 고작 몇 년만에 일국을 세울 수 있는 인구가 죽어나간 것이다. 오키나와 사건의 말미에 이 책의 저자중 한 사람인 ‘이승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끔 글로 간단하게 어떤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너무나 주제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오키나와 사건을 떠올리며 쉽게 쉽게 자판을 두드리기에는 너무나 힘겹고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누가 뭐라 하든 인간의 발명품 중 최악은 전쟁임에 틀림없다.”

 

얼마전에 있었던 2백년 만의 최대 재해라는 아이티 지진 피해자가 부상자 포함 약 50만이다. 이제 1,2차 세계대전 이라고 하지 말고 1,2차 세계재앙 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사람 목숨을 천문학적 숫자로 카운팅 하게 만든 전쟁이 거짓말로 시작되었다면?

 

“선전이란 본질적으로 - 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 일종의 예술이다. 그리고 선전원은 민중 심리를 조종하는 예술가라 말할 수 있다. 선전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매일 매시간 민중의 맥박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맥박이 뛰는지 듣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맥박에 맞춰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 괴벨스 -

 

이러한 선전의 천재 괴벨스는 신 발명품인 ‘라디오’를 사용해 국민을 상대로 제대로 사기를 친다. 이렇게 수천만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의 막이 올라간 것이다.

 

“자본주의는 전쟁을 먹고 자라난다. 전쟁의 형태를 취하든 무장 평화의 형태를 취하든, 군국주의는 자본주의의 적자이자 논리적 귀결일 뿐이다.” - 로자 룩셈부르크 -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은 9.11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 제조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쳐들어간 ‘부시’ 정권을 마치 미리 내다보고 있는듯 하다. 왜 ‘미국’이 아니라 ‘부시’ 정권이냐고? 세계 제2의 산유국 이라크 침공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부시’와 그 일당들이니까. 이런거 보면 ‘부시’는 우리 가카의 롤 모델이 아니었을까 하고 심히 추정되는 바이다.

 

생체 실험은 어떤가? 마루타로 유명한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731 부대 이야기냐고? 그렇지 않다. 전 세계 패권국으로 국제 경찰을 자칭하는 정의로운 ‘미국’의 이야기다. 1932년부터 40여년간이나 남부 지방에서 흑인들의 매독을 고쳐준다는 거짓말로 시작된 매독 생체 실험의 이야기이자 HIV 양성 고아 들에게 독극물이나 다름없는 에이즈 약제를 강제로 주입하고 있는 현재 ‘미국’의 이야기이다.

 

[국가의 거짓말]의 총 4부로 나뉘어진 스물 세개의 이야기는 이렇게 믿기 힘든 사건들의 실체를 국가의 거짓말들과 팩트를 바탕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쉽고 흥미 진진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국가가 얼마나 내 삶에 속속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야말로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참담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3부까지는 그나마 지난 일들을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 진실이 밝혀졌거나 각국 정부가 이미 인정한 내용들로 비록 믿기 싫고 힘든 내용이라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일인 것이다. 그러나 4부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들로 필자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4부의 이야기는 타이틀만 보면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을 거의 음모론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아직 해당 기관이나 정부가 부정하고 있어 음모론으로 치부되고 있을 뿐 이미 음모론의 수준은 예전에 뛰어넘은 팩트와 논거를 가지고 있다. 차라리 이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들은 그냥 음모론이었으면 싶다. 진심으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 괴벨스 -
“모든 진실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는 조롱이고, 둘째는 거센 반발이며, 셋째는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

 

극과 극은 과연 서로 통하는 것일까? 나치의 선동 책임자가 말하는 거짓과 위대한 철인이 말하는 진실. 양 극단에 있는 두 화자들처럼 양 극단에 놓여있는 거짓과 진실이 묘하게 닮은 꼴인것은 그저 우연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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