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위험한 천국 - 미국을 좀먹는 기독교 파시즘의 실체
크리스 헤지스 지음, 정연복 옮김 / 개마고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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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크리스천이다.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날라리 신도긴 하지만 어쨌거나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이다. 이러한 필자에게 이 책, '크리스 헤지스'의 [지상의 위험한 천국]은 꽤나 거북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꽤나 과격하다. 기독교 우파, 미국의 극단적인 우파 기독교를 파시즘이라고 하면서 과격하게 비판하고 있다. 동성애를 질병으로 취급하고, 낙태자는 사형에 처하고, 이슬람교도를 추방하며, 불신은 범죄로 취급하는 기독교. 사회에서 성경과 어긋나는 모든 가르침을 폐기하고, 다른 문화와의 전쟁은 성전으로 하여 교육, 법률, 정치, 경제, 복지 등 사회 모든 것을 기독교적으로 다시 만들려는 기독교. 세금 대신 교회에 십일조를 바치게 만들려는 기독교를 파시즘이라 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작가의 과격한 어조는 크리스천으로서 단지 거북할 뿐이나, 이른바 극우파라고 불리는 기독교 원리주의, 문자주의 자들의 주장과 행태는 욕지기가 난다. 그들이 정치에까지 개입하여 자신들의 믿음에 맞는 나라를 세우려 한다니 실로 두렵기까지 하다.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다. 저런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자들이 과연 자신들의 주장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쓰자고 주장한 공산주의는 결국 극도로 부패한 독재 정권을 낳았을 뿐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러한 극우파가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이 혼란기이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장난질과 세계적인 경제 위기, 도덕성을 잃어버린 자본주의, 무슨짓을 해서라도 돈만 벌면, 잘살기만 하면 된다는 정서, 계란 하나에 몇 백만을 호가하게 만드는 대공황에 전 세계가 한발을 담그고 있는 이러한 혼란기라면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하여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민주적인 투표로 들어선 정권을 들어내고 2차 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와 '나치당' 또한 이러한 대공황 이후 혼란기 독일의 국수주의를 이용한 것이었으니 현대라고 해서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무엇보다 그들의 주장이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미국에 극우 정권이 들어선다면 미국만의 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명 '빤스 목사'같은 목사 같지도 않음 목사가 득세하고 '기독당'이 탄생하여 정권에 도전하는 등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Caesar the things which are Caesar's" 

 

날라리 크리스천인 필자가 정치에 대한 성경 구절 중 유일하게 기억하는 구절이다. 이를 단순히 정교 분리의 구절로만 해석할 수는 없으리라. 신앙이 있건 없건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국가 권력이 부패하고 무능하다면 질타하고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가로서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길이든 투표나 서명운동 등의 간접적인 참여의 형태가 되었건 광신자의 마음이 아니라 크리스천의, 기독교인의 마음으로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기독교도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낙태한 여성을 사형시켜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동정심과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일 테니 말이다.

 

여러 가지 실례와 근거를 가지고 미국의 기독교 파시즘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준 이 책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대쪽으로 너무 과한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그 주장을 확산시켜 나가는 세력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이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너무 반대쪽에서 일방적으로 상대편의 잘못만을 몰아붙이는 터라 읽는 동안 거북 했던 것은 둘째로 이쪽의 주장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뚜렷한 신념과 기준을 제시하고 설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반대편의 문제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의 잘못된 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통에 보이는 것은 상대편의 문제점뿐인 것이다.

 

이 역시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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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샤 2013-11-23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의구현사제단의 정의가 정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