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 王道 - 천하를 얻고 사람을 다스리는 제왕술
왕박 지음, 이지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필자 난생 처음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아본 <왕도>는 보슬보슬한 한지 위에 먹으로 그린 흑룡이 한쪽에 똬리를 틀고 있는 표지 디자인으로 처음 받았을 때는 소설로 착각했을 만큼 꽤 흥미를 당기는 모양을 하고 있었으나, ‘천하를 얻고 사람을 다스리는 제왕술’ 이라는 거창한 부제에 걸맞는 중량감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시세(時勢) - 대세를 장악하는 제왕술

 

1장 진목공, 정략결혼을 통해 대국을 일으키다

2장 따뜻한 술을 앞에 두고 영웅을 논하다 : 도광양회의 제왕술

3장 이연의 기병 : 극한 모험인 건국을 안정적으로 이룩해 내다

4장 당현종의 성공과 패배요인 : 성공을 지키려면 잠시도 태만해져서는 안 된다

 

인화(人和) - 화합을 조성하는 제왕술

 

5장 춘추 최초의 패자(覇者) 제환공 : 사람 쓰는 능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6장 역대 최다의 인재를 거느린 한무제 : 틀에 얽매이지 않은 한무제의 인재기용술

7장 강산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그 시절 얼마나 많은 영웅호걸들이 활약했던가! - 삼국시대의 인재전략

 

권술(權術) - 인심을 조정하는 제왕술

 

8장 대영웅의 마음가짐 : 초한전쟁은 버릴 줄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승부였다

9장 성실한 자의 성공비법 : 유수의 이유극강 전략

10장 ‘인덕’이냐 ‘권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대영웅 부견의 비극적 인생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그저 이렇게 차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춘추 전국시대부터 진, , 삼국시대를 거쳐 5 16국 시대까지를 넘나들며 기업을 일으킨 제왕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만큼, 소개되는 일화들은 제법 다이나믹하고 흥미롭기는 하나 그것뿐이다. 제왕

들의 에피소드도 매 챕터 말미에 짤막하게 나오는 저자의 말도 어디선가, 언제인가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진부한 이야기들로, 필자에게는 무수한 자기계발서들과 별다른 차별점이 보이지 않았다. 때론 책의 90%를 넘게 차지하는 제왕들의 일화가 너무 장황하게 소개되어 저자가 이를 통해 과연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역사에 좀더 쉽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교양서 정도의 의미라면야 나쁘지 않겠으나 대놓고 ‘제왕술’ 운운하는 마당이니 그렇게 소프트한 책도 아닌 것이다. 체제 변환과 개혁으로 그저 땅떵어리 크고 인구 많던 나라를 넘어 세계의 패자를 눈앞에 두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가 되었건 ‘왕도’라는 주제가 관심사가 될 수도 있겠으나, 무능과 부패한 독재 정권하에 전 국민이 우울증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왕도’라는 주제는 시세에도 어긋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더구나 저자의 주의, 주장이 무엇인지 당췌 명확하지가 않아 ‘왕도’ 즉, ‘제왕술’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그리 중량감 있게 그려낸 느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책으로서의 소프트함을 말하기도 뭐한 그야말로 어정쩡한 일화집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요숭은 현종에게 열 가지 개혁방안을 올렸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황제의 측근이 정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황제의 상벌권한을 소중히 여기고 신하가 황제에게 간언을 하도록 허용하고, 각지 관원이 사사로이 바치는 공물을 받지 않고, 군주와 신하는 서로를 예로써 대해야 한다.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당 현종에게 내놓은 위와 같은 요숭의 개혁안으로 현 정권이 좀 명심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 이런걸 유념하는 정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우울해 지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정치를 하는 사람, 권력을 가진 자라면 적어도 이런 정도는 상식으로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졸필이나마 아니 졸필이기에, ‘손구락 가는데로’가 모토인 필자가 몇 번이나 이 리뷰를 새로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읽고 나서 그다지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필자를 서평단에 뽑아주시고 도서를 제공해 주신 ‘시그마북스’에 감사하는 마음은 변함없으나, 느낌이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가능하면 모자란 필력으로나마 좋은 평을 쓰고 싶었고 그것이 예의겠으나 마음이 일지 않으니 죄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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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보다 2 : 고대, 중세 - 개정판, 스토리텔링과 이미지의 역사여행! 세계사를 보다
박찬영.버질 힐라이어 지음 / 리베르스쿨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사를 보다> 2권은 BC. 270 년 ~ AD. 1453 년 까지의 고대에서 중세의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은허에서 갑골문자가 발견되어 상나라의 실체가 드러났고, 술로 연못을 만든 상나라의 주왕은 주나라의 공격을 받아 자살했으며, 봉건제도를 실시했던 주나라는 외적의 침입으로 왕권이 약해지면서 제후들이 활개 치는 춘추전국시대가 되었습니다.

  천하를 통일한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죽은 후 항우와 싸워 이긴 유방이 한나라를 세웠고, 황건적의 난으로 혼란한 틈을 타서 위, 촉, 오 삼국이 일어서더니, 사마염이 세운 진(晋)에 의해 통일이 되었습니다.
  이내 다섯 유목 민족이 쳐들어와 열여섯 나라를 세우가, 5호 16국을 통일한 북위와 강남으로 쫓겨난 진나라가 세운 동진이 남북조시대를 열었으며, 남북조는 북조의 수가 통일하였습니다.

  대운하를 건설한 수나라는 고구려 침략에 실패한 후, 변방을 지키던 이연이 당을 세우고, 절도사 주전충에게 멸망한 당은 5대 10국의 혼란기를 거쳐, 마지막 왕조인 후주의 절도사 조광윤이 왕이를 물려받아 송을 건국했습니다.

  송은 금의 침략으로 강남으로 밀려나 남송 시대에 들어서고, 남송은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에 멸망당하고, 원이 왕위 쟁탈전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주원장이 홍건적의 난을 일으켜 명을 세웠으며, 당쟁과 외적에 시달리던 명은 이자성의 농민군에게 멸망당합니다. 여진족이 세운 후금이 농민반란군을 진압한 후 나라 이름을 청으로 바꾸고, 신해혁명으로 청 왕조가 무너진 후 중국은 황제가 없는 나라가 됩니다.

  이래도 복잡하나요?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세요. 통일 왕조가 아닌 경우는 괄호로 묶었습니다.

 

  상-주-(춘추전국)-진-한-(위.촉.오)-진-(5호16국)-(남북조)-수-당-(5대10국)-송-금,남송-원-명-청

 

  그래도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이번에는 운율을 넣어 읽어 보세요.

 

  "상주춘추진한 위진남북조, 수당5대10국 송금원명청"

 

  보너스 하나 더! 주요 연도와 개국시조는 꼭 확인해 두세요.

  아래 연도는 그대로 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남북조-수-당은 439-581-618으로, 금-원-명은 1115-1271-1368으로 기억해 두세요.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해 보았다.  다음과 같은 표현도 곧잘 등장한다.

...... 한니발이 제 2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배한 기원전 202년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니까 꼭 기억하세요. '한니발에게는 두고두(202)고 후회스런 해가 됐다'고 기억하세요......

 

  개그로 치자면 좀 썰렁할지 모르지만 딱딱한 역사 공부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체 3권이라는 한정된 지면으로 방대한 세계사를 다루고 있는 만큼 독특하거나 심도 깊은 역사 인식이나 해석을 보여주지는 못하는듯 하지만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좋은 책이다. 필자는 학교때 공부는 지지리도 안했던 주제에, 교양을 쌓아보겠다고 비록 전문 서적은 아니지만 인문 역사책들을 뒤적거리다 보니 역사에 대한 제반 지식이 없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길때가 많았는데 이러한 필자에게는 딱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그림도 많고..ㅎㅎ;


  선사시대와 고대를 다뤘던 1권은 좀 따분했었는데 중세를 다룬 2권은 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아서인지 꽤 다이나믹한게 재미도 꽤 있었다. 1권때는 좀 실망이었던 것이 2권에서 많이 만회한 느낌인데 3권은 어찌될까..ㅎㅎ 2권은 1권보다 재미있어서 별점 1점 더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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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보다 1 : 선사, 고대 - 개정판, 스토리텔링과 이미지의 역사여행! 세계사를 보다
박찬영.버질 힐라이어 지음 / 리베르스쿨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필자가 이 시리즈를 구매하게 된 것은 한홍구의 근현대사 특강을 읽고 우리나라 역사를 전체적으로 알아볼 필요성을 느껴서이다. 내 나라 대한민국 역사를 알고싶다면서 왜 세계사 책을 구매하게 됬는가 하는 히스토리는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국사 교과서를 한번 구해볼까 했다. 아무래도 심도깊은 내용까지는 무리라도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교과서가 좋을 듯 해서 였는데 요즘들어 필자가 그동안 받아왔던 교육에 너무 보수 기득권층의 손길이 많이 닿아 있다고 느꼈던 만큼 고민을 하다 만난 것이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였다. 딱 이거다 싶은 시리즈였는데 문제는 시리즈 전체가 22권으로 양으로나 가격으로나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 이 또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또 우물쭈물 하다 만난 것이 한국사를 보다세트였는데 이것도 5권 세트로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다 내용이 만족스러울지 몰라 미루다가 같은 저자가 쓴 세계사를 보다 3권 세트로 그나마 만만해 보여 일단 먼저 알아보자는 심정 반으로 해서 구매하게 된 것이다. 이래저래 돈없으면 힘들다..ㅠㅠ

 

  아직 3권 세트를 다 읽지는 못해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1권을 읽어본 느낌으로는 그냥 무난하다는 느낌이다.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망스럽지도 않은 그냥 그 정도.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증을 풀어주는 이야기 세계사이자 대안 교과서입니다.
......
이 책은 세계사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필수적인 교과 내용도 빠뜨리지 않고 다루었습니다. 따라서 배경 지식의 이해를 요구하는 수능시험과 논술시험에 가장 적합한 교재라고 자부합니다. 나아가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읽고자 하는 성인들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이와 같이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은 초.중학생에게 맞는 대안 교과서다. 딱 그정도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세계사를 읽고자 하는 성인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체 구성은 매 챕터마다 일정한 시기의 각 지역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 구성은 첫 장에 소개하려는 시기와 지역의 개요를 연표, 지도와 함깨 소개한뒤 그 시기의 주요한 이슈들을 친절하게 설명하듯 진행하고 있다.

 

  1 권은 인류의 시작인 선사시대부터 고대시대 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스토리텔링과 이미지의 역사여행]이라는 모토에 맞게 마치 백과사전을 보듯 풍부한 사진과 자료들을 첨부하여 사람을 앞에 두고 이야기 해 주듯 진행된다. 이러한 풍부한 자료와 읽는이가 쉽고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 방식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필자가 스토리텔링이란 말의 이면에서 느끼는 재미흥미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책의 주요 독자층을 초.중학생으로 하여서인지 전반적으로 너무 일반화된 내용만을 다루는듯 하다. 많이 알려진 사건들을 보편화된 견해로만 이야기 하고 있어 필자에게는 너무 개성이 없다고 느껴졌다. 방대한 세계사를 3권이라는 분량에 집어넣은만큼 주요 사건이라고 해서 너무 깊이 다루거나 자신의 견해를 장황하게 늘어놓기는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에서 어떤 방향성 정도는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데, 이거야 뭐 필자의 사소한 불만에 불과하고 오히려 이러한 몰개성한 일반성이 역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의 교재로서는 더욱 훌륭한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만 입문교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좀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 3권을 다 읽으면 또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까지의 느낌으로는 한국사를 보다까지는 궂이 구매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다.

 

  상상력이 부족한 필자가 좋아하는 그림과 사진을 풍부하게 활용한 세계사를 보다세트는 확실히 세계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나쁘지 않는 책으로 좀더 심도있게 역사를 보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이상으로 1권의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세계사를 보다' 3권 세트. 2권 아래 덜렁거리는것은 별도 구매한 끈타입의 책갈피.

 

 

1권 앞쪽에 이렇게 세계사 전체 연표가 수록되어있다. 교재티가 좀 나죠..ㅎㅎ

 

 

매 챕터는 이렇게 한쪽에 개요 다른쪽에 연표와 지도로 시작합니다. 챕터는 다루는 기간에 비하면 상당히 짧은 편입니다. 간단간단하게 한 시기와 역사를 훑을 수 있다는 점. 마치 인스턴스 컨텐츠 같기도 합니다.ㅎㅎ.

 

이렇게 풀 컬러의 사진과 자료들이 아낌없이 등장합니다. 종이질도 고급입니다. 이미지가 구린건 필자의 찍사 실력이 형편없어서..쿨럭..ㅠㅠ

 

제멋대로 별점은 재미있다에 3, 외형 및 편집에 4.5, 소장가치에 2 대충 평균 3점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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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보다 세트 - 전3권 - 스토리텔링과 이미지의 역사여행 세계사를 보다
박찬영.버질 힐라이어 지음 / 리베르스쿨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가 서문에서 공언한대로 초.중등 학생에게 딱 맞을 역사 교재. 너무 일반적인 관점에서 전체 역사를 훑듯 하여 다소 아쉽지만 풍부한 자료와 함께 역사의 큰 사건과 흐름을 파악하는 목적의 기초서로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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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정세토크 - 60년 편견을 걷어내고 상식의 한반도로
정세현 지음, 황준호 정리 / 서해문집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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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뜬금없지만, 필자의 초딩시절 그러니까 필자에게는 국딩시절 얘기를 하나 하면서 리뷰를 시작하고 싶다.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필자의 초딩 시간표에 보면 일주일에 한시간씩 H.R 시간이 있었다. 영어로 HomeRoom 으로 알고 있는데(아님말고ㅡㅅ-;) 우리는 학급 회의 라고 불렀다. 주로 '환경미화는 이렇게 해보자' 라든가 '칠판닦개는 밖에가서 털자' 같은 그냥 소소한 학급단위의 문제를 얘기하는 거였는데, 대부분 지겹고 귀찮아서 시키지 않으면 거의 의견도 얘기하지 않는 그런 회의였다. 정작 꼭 필요한건 얘기해봐야 들어주지도 않는데 누가 성의를 갖고 임하겠는가? 아무튼 그런 H.R 시간에 뜬금없이 담임 선생님의 지시로 '통일'에 대한 토론을 한 기억이 난다. 초딩이 뭘 알겠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도 - 비록 한명씩 지적해서 어거지로 말하게 한 것도 많았지만 -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 때 기억을 되집어 보면 크게 세가지 의견으로 분류되었던것 같은데 정리해보면

 

1. 지금 통일하면 북한 먹여살리려다 우리나라 망한다. 하면 안된다.

2. 통일하면 땅도 커지고 국력도 늘어난다. 그러니 당장 손해라도 통일해야한다.

3. 통일은 민족의 숙원이다. 실리를 따져서는 안된다. 통일은 해야한다.

 

  주로 이 세가지 갈래로 비록 초딩의 짧은 지식과 말이지만 제법 그럴듯하게 포장해가며 논박했었드랬다. 사실 통일 문제에 대해 뭔가 알고 깊이 생각해 봤다기보다는 그냥 학교와 집에서 그리고 TV에서 들은 얘기를 떠듬떠듬 되풀이 한것에 불과했는데,  1시간의 토론이 끝나갈때까지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본질적으로는 1번과 2번의 반복이었다. 그때가 1980년대 중후반 이었던것 같은데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필자의 남북문제에 대한 인식은 저 틀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드물게나마 지나가는 얘기라도 주변사람과 통일에 대해 이야기해 보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논쟁을 봐도 이것저것 살은 좀 붙었을지 모르지만 기본 틀은 딱 저거다. '독일봐라 섣불리 통일했다 망할뻔 했잖냐? 우리나라는 그랬다간 정말 망한다.' '아니다 당장 손해라도 장기적으로 봐야한다.' 머 대충 이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를 않는다. 멀리 갈것도 없이 필자 스스로도 그랬다.

 

  필자가 어줍잖게 장년 흉내를 내며(필자는 노총각이긴 하지만 어쨋든 아직 청년이다!..라고 주장한다!!) 궂이 옛날 얘기를 떠들어 댄 것은 첫째,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의 인식이 얼마나 막연하게, 그것도 잘못된 인식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나를 깨닳았기 때문이고 둘째, 보수적인 교육의 폐단이 얼마나 크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에 관한 것은 MB 정권이 들어선후 조금씩 정치와 시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필자가 뼈저리게 느낀 것으로 정말 해도 너무한 느낌이다. 필자가 항상 상식으로 생각하고 옳다고 믿었던 기저의 사고들은 대부분 초.중 교육때 배운 것들인데 앞서의 예에서 보듯이 초.중 시절 암암리에 교육되어지고 심어진 관념이 지극히 보수 우파, 그것도 제대로 된 것도 아닌 상당부분 편의에 맞게 왜곡되어진 정보와 관념이었다는 것이다. 초등시절부터 통일되면 북한 먹여살리느라 우리나라 망한다는 식의 논리가 주입되어 있으니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이 우파적일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배우고 자랐음에도 북한은 빨갱이니까 다 때려잡고 통일하자는 의견이 안나온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 책에서, 이 대담에서 전 통일부 장관이자 오랫동안 통일 문제를 연구해온 학자이기도 한 '정세현' 전 장관은 좌.우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학자 답게 그리고 최전선에 서봤던 경험자 답게 매우 논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남북 문제를 이야기하고 지금까지 우리가 내내 상식으로 알고 있던 편견을 깨뜨려 주고 있다. 실제로 필자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무식하나마 그래도 통일문제에 대한 큰 틀은 상식선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나름 생각했었는데 그 상식이란 것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잘못되어 있으며, 막연한 지식이었는지 깨닳았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숙원, 민족적 숙제라고 할 수 있는 문제를 정치가라는 것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얼마나 호도했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세현' 장관의 이야기를 조금 발췌해 보면,

......

코스트cost(비용)를 말할 때는 반드시 베네핏benefit(수익,효과)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상식 아녜요?

......

우리가 북한을 도와서 북한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지금보다 5%만 좋아져도 우리가 거기서 33조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노동력의 질이 향상되니까, 생산성이 높아지고 뭐 이런 겁니다. 그러니까 10.4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14조를 들여 대북 사업을 하면, 그것이 140조 효과가 될지 1400조가 될지 정부가 이제는 정확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돈 들어가는 것만 얘기하지 말고. 

AND

......

 

북한을 욕할 때는 지독한 통제사회, 독재국가라고 하면서 대책을 세울 때 보면 구멍이 숭숭 뚫린 사회라서 그냥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나라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

 

  이와 같이 통일 문제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 정치적인 색깔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듯한 구성은 마치 직접 면전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듯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그이 이야기를 듣는 내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뭍어 나오는 듯 하여 더욱 가슴에 착 들러 붙는듯 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를 필자같은 문외한에게도 전혀 난해하지 않게 일상의 언어로 풀어주고 있으니 어찌 멋진 대담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학자로서 최일선의 실천가로서의 경험과 지식이 진득하게 배어 있는 이 멋진 대담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 봄직 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책은 흑백대비 디자인의 소프트 커버로 상당히 깔끔한 느낌을 준다. 제법 폰트가 큼지막한데도 두께에 비해 상당한 분량의 이야기를 담을 정도로 편집또한 충실하며, 특히 적절히 삽입되어있는 사진들과 중요 발언의 하이라이트 처리는 가독성과 이해력을 높여주어 마음에 쏙 들었다. 전에도 한번 '서해문집' 출판서적을 봤던것 같은데 그 책도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나는 것이 상당히 센스있는 출판사가 아닐까 싶다.

 

  필자의 편견을 깨고 상식을 가르쳐주신 '정세현' 장관님과 좋은 대담을 책으로 출간해주신 '서해문집'에 감사드리며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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