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엠' 열두 개의 구역에서 남녀 한 쌍씩을 뽑아 단 한명만이 살아남는 게임 '헝거게임'의 나라다. 과거 반란에 대한 징벌로 시작한 이 게임은 이제 국가적 축제가 되었다. 게임 참가자에게는 전속 디자이너가 붙어 최대한 멋있고 아름답게 꾸며주고 퍼레이드에 인터뷰까지 최상의 환경이 주어진다. 국민들은 열광하고 심지어 '스폰서'까지 붙는다.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제물이 되는 그 순간까지... 그러니까 요약하면 이런거다. 매년 23명의 아이들의 목숨을 댓가로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다.
 
오멜라스라는 도시가 있다. 왕도 없고 노예도 없다. 칼을 휘두르지도 않는다. 주식 시장이나 광고, 비밀경찰, 폭탄도 없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도시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들에게는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이 있고 아이들은 행복하게 자라난다. 마약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몇 시간 동안 꿈꾸는 듯 한 나른함을 안겨 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만한 섹스의 쾌락과 함께 마침내는 깊은 우주의 신비와 비밀을 담은 황홀경을 선사하면서도 중독성이 전혀 없는 '드루즈'가 주어진다. 좀 더 소박한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는 맥주도 있다. 이 즐거운 도시에 그밖에 무엇이 필요할까? 그 즐거운 도시의 아름다운 공공건물들 중 하나에는 지하실 방이 있다. 창문도 없는 그 방에는 거미줄 쳐진 지하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온 빛이 문틈으로 간신히 들어올 뿐이다. 가로로 두 걸음, 세로로 세 걸음 정도인 그 방에 어린아이 한 명이 앉아 있다. 아이는 옥수수 가루와 기름 반 그릇으로 하루를 연명한다.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아이는 자신의 배설물 위에 계속 앉아 있었기 때문에 엉덩이와 허벅지는 짓무르고 곪은 상처로 가득하다. 오멜라스의 사람들은 모두 아이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이가 그곳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들의 행복, 이 도시의 아름다움,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 아이들의 건강, 학자들의 지혜로움, 장인의 기술, 그리고 심지어는 풍성한 수확과 온화한 날씨조차도 전적으로 그 아이의 지독하리만치 비참한 처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 나라 따위 개나 줘버리라지.
 
[헝거게임]의 예고편만 봤을 때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일본 만화 '배틀로얄'이 떠올랐다. 그러나 142분의 긴 런닝타임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필자를 사로잡은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은 보는 내내 '어슐러 K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생각나게 했다.
 
만약 필자가 '판엠'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 필자의 성격상 아마도 십중팔구는 그들처럼 '헝거게임'에 열광하고 그 체제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리라. 하지만 필자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그래서 감사한다. 적어도 평화의 댓가로 23명의 무고한 목숨을 요구하는 나라에게 그따위 평화는 개나 줘버리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꽤 망설였다. 워낙에 SF나 판타지를 좋아하는데다 독특한 소재의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지라 예고편을 봤을 때부터 콕 찍어놓긴 했는데 지난달에 마찬가지로 찍어놨던 [존 카터]가 그야말로 형편없었던 데다가 네이버 평점마저 애매한 7점대 후반이다 보니 이거 또 B급 블록버스터의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닐까 의심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겠는가! 결국 재개봉한 [타이타닉]과의 사이에서 선택하게 된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은 대박이었다.
 
활을 당기는 모습이 이유 없이 요염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판엠'의 세계관이었다. 원작을 아직 보지 못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영화는 지루한 설명이나 구차스러운 변명 없이 '판엠'의 세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탄탄한 세계에 대한 기대와 상상력을 더해주었다. 더불어 영화 속 '헝거게임'의 모습도 매우 현실적인 느낌이었던 것이, 비록 화려하고 자극적인 액션은 없었지만 자연 속에서 생존게임이라면 실제로 저렇게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작위적인 영웅주의도 없고 어설픈 대사의 치장도 없다. 예고편에서 보면 주인공이 활 하나 들고 신나게 쏴 잡아댈것 같이 보여주는데 그런 장면 없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극한의 상황에서 말없이 행동으로 우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없음'들이 게임의 현실감을 살려주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주인공의 로맨스가 좀 개연성이 없이 시작해서 설득력이 부족한 것과 클라이맥스에서의 강렬함이 다소 부족한 정도. 어떻게 보면 이게 결코 작은 부분이 아닌 것이 '헝거게임'에서의 생존이 이후 이야기의 단초가 되는 것 같은데 이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주인공의 로맨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로맨스가 클라이맥스와도 이어지는데 이 장면에서 뭐랄까, 극에서의 정점을 꽝!! 하고 찍어주는 그런 폭발력과 힘이 다소간 모자란 느낌이다.
 
극의 결말은 자연스럽게 다음의 이야기를 예고하면서 마무리 하게 되는데 비록 상업주의의 냄새가 없지는 않으나 노골적으로 '인기 있으면 돌아오고'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그다지 거슬리지는 않는다. 필자는 진심으로 '판엠'의 다음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은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와는 조금 결을 달리하는 영화다. 화려한 액션과 죽고 죽이는 살벌한 게임을 보고 싶은 분이라면 피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판엠'의 거대한 세계, 무고한 아이들의 목숨으로 연명하는 역설적인 세계를 보러 오시라. '제니퍼 로렌스'의 뛰어난 연기는 보너스! 

 

"왜 우승자를 뽑는지 알아? 벌이라면 모두 죽이는 게 더 효과적인데 말이야. 쉽고 빠르고. 그런데 왜 한사람을 남길까? 희망이야. 두려움보다 강한 게 희망이야. 하지만, 그 희망이 커지도록 놔두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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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화 재미있습니다. 사실 광고 영상 보면서부터 관심을 갖고는 있었지만 이런류의 영화가 대부분 광고 영상만큼 재미있는 경우는 드문데다가 네이버의 영화평점도 워낙 저렴해서 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어요. 대박까지는 아니라도 소박정도는 맞은 느낌입니다. 이글루스의 Lucier님의 포스팅을 보니 그분도 괜찮게 본거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흥행하기 힘들것 같은 영화라고 하더군요.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평점 6.07이면 [존 카터]보다 낮은데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깎아봐도 [존 카터]보다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고교생 친구 세명이 우연히 발견한 땅굴에서 미지의 물체에 노출된 후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 스토리는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상투적인 편입니다. 영화 팬이라면 스토리 라인만 훑어도 대충 어떤 결말이 예정되어 있을지 추측이 가능할 정도죠. 보통은 이렇게 뻔한 이야기 보고 나오면 좀 그런데 [크로니클]은 어째서인지 그렇게 뻔한 느낌은 받지 않았어요.

 

같은 종류라도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요. 우선 [크로니클]은 전형적인 SF 블록버스터 영화의 SF+미스테리 혹은 SF+히어로 구도를 따르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SF 영화라면 어떻게든 초능력을 갖게 된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 따라올텐데 그런거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얻은 초능력을 어디 사람들 돕는데 쓰거나 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전형적인 하이틴물의 주인공들처럼 그걸 가지고 마구 장난치며 놉니다. 미스테리도 없고 히어로도 없지요. 그래서 아바타 같은 종류의 SF 블록버스터를 기대하신 분들은 실망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밑도 끝도 없거든요. 주인공 앤드류가 폭주하게 되는 계기나 친구들의 갈등구도도 제법 공감은 가긴 하지만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구요. 그런데 뭐랄까 그런 전형적인 여러 요소들이 그닥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것이 배합이 잘되었달까? 저는 분석에는 매우 약한편이라 딱히 표현하기는 힘든데 아무튼 하나하나 떼놓고 보면 식상한 소재들인데 오히려 제법 신선한 느낌을 받은것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초능력의 표현도 꽤 현실감있게 그려진것 같습니다. 영화 기술같은건 잘 모르겠어서 기술적인 면이 어쩌고 하는건 뭐라 못하겠지만요 염력이란게 있어서 발현된다면 딱 저렇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었죠. 상상력도 제법 풍부한 느낌이구요. 마지막의 폭주씬은 옛날 일본 애니매이션 [아키라]도 떠오르게 하더군요.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찍는 방식의 핸드 헬드 기법으로 촬영된것도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어 제법 좋았습니다. 제가 본 핸드헬드 방식의 영화는 [블레어 윗치] [클로버필드] 두개인데요 둘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같은 기법이라도 [크로니클]보다는 앞서의 두 영화가 좀더 기법으로서의 현실감이 더 좋은 편입니다만... [크로니클]에서는 캠코더를 들고 찍는다는 설정치고는 흔들림도 거의 없고 화질도 너무 좋더군요. 더구나 볼거리를 많이 제공해야하는 소재인데 핸드헬드 기법을 유지하려다 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진행도 있었구요. 그래도 그게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점은 [블레어윗치], [클로버필드], [크로니클] 세 영화 모두 흥행에는 실패한듯 하니 억지 공식을 만들자면 '핸드헬드'기법의 영화는 국내흥행에서 실패한다고 할까요. 아니면 '오름'군이 재미있게 본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는 걸지도..ㅎㅎㅎ 저는 이런 기법이 현장감이 있어 꽤 좋아라 하는데 다른분들은 별로 그렇지 않은가봐요.

 

여튼 [크로니클] SF 적인 소재를 택하기는 했지만 SF 영화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종류의 블록버스터를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확률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하이틴 성장물 쪽이 맞지 않을까 싶은데... 궂이 얘기하자면 그렇다구요..^^;

 

4월에는 [헝거게임]도 있고 [어벤저스]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기대되네요..ㅎㅎ 그러고보니 국내 SF 영화인 [인류멸망 보고서]도 대기중이군요. 한달에 하나씩만 좀 떳으면 하는데 이거 고민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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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영화보다 다이나믹 하다. 그리고 영화는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어떨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고 한다. 사실 필자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소설에 부정적이다. 픽션에서 ‘실화'를 강조하는건 대부분 마케팅이 목적이다. 그리고 영화와 소설등의 상업적인 대중 예술에서 어느 하나만 유난히 강조한다는 것은 나머지는 별 볼일 없다는 얘기와 같다. 무엇보다 ‘감동 실화' 어쩌고 하는 영화중에 재미있는 영화를 별로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암암리에 실화가 바탕입네 하는 작품에는 고약한 돈벌이의 냄새가 나는 느낌이라 싫어하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영화를 볼 때까지 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을 몰랐다. 대체로 영화를 보기 전에 기본적인 정보를 뒤적거리는 성격인데도 몰랐다는 것은 영화쪽에서도 그런거 뭐 어때 하는 식으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전반에 흐르는 담담하고 유쾌한 분위기처럼 실화가 있기는 한데 뭐 어때 그냥 보고 즐겨봐. 인생 별거 있어? 하는 느낌이다. 이런건 사뭇 즐겁다.

 

그럼 다이나믹한 현실을 얼마나 극적으로 그렸을까? ‘1%의 우정’이라는 부제는 아무래도 배급사에서 붙인, 붙이나 마나한 사족성 부제일 뿐으로 영화를 본 후인 지금 대체 왜 이 영화에 1%의 상위 1%의 하위 어쩌구 하는 천박한 상업주의식 해석을 붙여놨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마땅히 강조할게 없었나? 영화는 영화로 말하는 것이다. 홍보따위 아무리 잘해봐야 컨텐츠가 구리면 말짱 꽝인 셈인데 이번에는 괜찮은 영화를 오히려 홍보성 문구가 망친 느낌이다. 아무튼 1% 어쩌구는 무시하고 원제 언터처블을 인터넷 영어사전에서 뒤져보니 [Untouchable : ① 불가촉 천민 ② 손대어서는 안 되는 ③ 당할 수 없는] 이런 뜻이다.


쥐뿔도 없는 날건달 같은 넘이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부자 아저씨를 돌보다가 우정이 싹튼다는 이야기로 대충 줄거리만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상투적인 스토리다. 이런식의 설정이야 이미 닳고 닳도록 써먹은 이야기인데 이 영화는 어떨까? 포복절도하는 코메디나 가슴 먹먹한 감동은 없지만 오히려 그런 헐리웃 방식의 인공적인 감정이 없는 담담함과 유쾌함이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가공의 것들에 둘러 쌓여 살다가 날것의 자연을 보며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좀 과장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 상투적인 스토리의 영화는 그런 정화된 느낌 주었다.

 

아가씨 멋진 뒷태에 눈이 팔려 밥을 눈에 꽂아주시는 본능에 충실한 주인공..ㅋㅋ

 

뜨거운 물을 감각없는 다리에 부으며 신기해 하는 엽기적인 '드리스'

 

뿐이랴! 사지가 마비된 주인나리 앞에서 신나는 댄스까지...

 

급기야 안전제일의 휠체어를 시속 9마일까지 개조해 버리는 만행까지...

오빠 달료~! ㅡㅅ-/

 

도화지에 코피 쏟아놓고 3만유로라고!!

 

"내 진짜 장애는 사지 마비가 아니야. 아내 없이 살아야 한다는 거지"

"나라면 총으로 자살할 거에요"

"사지 마비는 그것도 불가능해"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담담한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친구란... 소중한 것이다.

 

지금까지 뜨문뜨문 만나본 프랑스의 영화나 문학의 느낌은 극적으로 과장된 느낌이었다. 헐리웃 영화에는 극적이면서도 현실감에 기반한 절제되고 통제된 감정이 있다. 영화에서의 설정과 캐릭터를 어느정도 관객에게 강요하는 느낌인데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대체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미덕 또한 있다. 그러니까 주는대로 받아 먹기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의 영화에는 자유롭고 풍성한 감정이 넘치지만 왠지 예술이라는 어떤틀에 집착하는 느낌이었던것 같다. 그러니까 요리는 내 맘대로 하는 거니까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말든가. 하는 느낌인데 이게 꽤 자신감있고 자유롭게 느껴지면서도 그 이면에는 이런게 예술이지 하는 식의 뭐라 말할 수 없는 사로잡힘 같은게 있었던 것 같다. 뭐, 이렇게 잘난체 떠들고는 있지만 사실 필자가 본 프랑스 영화래봐야 어렸을때 토요명화로 본 프랑스 코미디 영화 한두편을 제외하고는 [퐁네프의 연인들] 뿐이니 프랑스 영화가 어쩌니 하기에는 사실 우스운 수준이다. 아무튼 [언터처블: 1%의 우정]은 그 얼마 안되는 프랑스의 영화와 문학에서 느꼈던 과장됨이 없는 잔잔한 유쾌함과 담담한 감동이 있는 따듯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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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르고 벼르던 그 영화 <아티스트>를 오늘 결국 보고야 말았다. 으쌰<(ㅡㅅ-)>! 필자만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영화의 경우 이상하게 잘 못보게 된다. 시간대가 안맞는다던가, 자주 가는 극장에서는 상영을 안한다던가, 이미 상영이 종료됬다던가, 애니의 경우 죄다 더빙만 상영한다던가 하는 식이다. 또 어떻게 딱 맞아 떨어져서 보게되는 경우에도 기대가 커서 그런지 그렇게 착 달라붙는 영화를 만나기는 또 힘들다. 이런 사정이 겹치다 보면 필자의 경우 벼르던 영화가 마음에 드는 확률은 좀 보태서 얘기하면 로또에 맞을 확률에 가깝지 않을까^^? 이번 <아티스트>의 경우도 이상하게 필자가 좋아하는 조조 상영을 하지 않아 또 다시 흘려 보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번만큼은 하는 마음으로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여 봤는데 ! 로또 당첨! 영화로는 오랜만에 소확행을 느끼게 해준 멋있는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영화는 잘 알려진대로 흑백의 무성 영화다. 효과음 NO! 비주얼 NO! 대사는 장면 사이에 끼워넣는 풀 스크린 자막뿐이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효과음을 대신하는 그런 영화인 것이다. 조금 우습다면 무성 영화는 고사하고, 필자가 기억하는 흑백영화라고 해봐야 토요 명화에서 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콰이강의 다리> 정도인데, 이 영화 <아티스트>를 보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아련한 그리움과 향수를 느꼈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 읽은 <스포츠 한국사>에서 남아있던 감정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으나 <아티스트>는 이런 따듯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냉정하게 보면 사실
 <아티스트>는 무성영화의 모양만 따온 것일지도 모른다. 화면은 기운 구석 하나 없이 말끔한 데다가, 주인공의 몰락을 예고하는 장면에서는 음악이 멈추고 효과음이 등장하고, 술에 취한 주인공의 앞에 난쟁이 원주민들이 창을 들고 등장하는등 비록 잠깐이지만 실제 70년대의 무성영화에서는 불가능한 퀄리티와 효과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요소들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 아닐까? 오히려 약간의 양으로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향신료처럼 이러한 도구들을 잘 활용하여 영화를 맛을 살려주고 있을 뿐 아니라 무성 영화의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지 않고 현대의 무성영화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겸손함마저 느껴지는듯 하여 더욱 마음에 들었다.

  필자가 영화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보면 화려한 비주얼과 음향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무성영화가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배우와 감독의 몫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말을 할 수 없으니 표정과 몸짓으로 말을 해야하고 비록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한다고 하나 효과음을 쓸 수 없으니 보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해 내야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풀 스크린 자막을 마구 남발했다가는 영화가 누더기로 변해 버릴 테니 그럴 수도 없으리라. <아티스트>는 어떻게 보면 매우 진부한 스토리임에도  조금만 보면 스토리 진행이 다 예상된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이름을 발음하기도 벅찬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연출로 무성영화의 불리한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여 멋지게 선방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에 보니 이 영화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 상을 휩쓸었다는 것 같은데
, 아무래도 때리고 부수고 터지는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필자의 경우 상 많이 받은 영화치고 재미있는 영화 없다는 주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아티스트>가 바로 그렇다.

  기술의 발달로
 B급 블록버스터가 난무하는 영화계에 마치 반항아처럼 등장한 <아티스트> 그들의 선방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ONCE MORE’를 외치고 싶다.

 

 

“완벽해! 한 번 더 갈수 있을까?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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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필자는 이 영화가 그저 9/11 테러에 관련된 다큐라고만 알고 있어서 그저 테러 피해자와 당시 현장 목격자 혹은 구급요원등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휴먼 다큐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왠 선거 캠패인 장면이 등장하는가 하고 의아해 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영화는 테러에 관한 다큐 영화가 아니라 9/11을 기점으로 해서 ‘부시’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고발하는 르뽀 영화였던 것이다.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를 이제 와서야 보게 되었지만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라는 카피가 왠지 미래를 내다본 듯한 문구라고 느껴지는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뭐라 표현하기 힘든 그 친근함이라니, ‘부시’ 자리에 우리 위대하신 ‘가카’를 대입해보면 딱 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새삼 우리 가카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것이, ‘부시’ 대통령이 혹시 ‘가카’의 멘토가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최소한 롤 모델정도는 되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또 한가지 떠오른 것은 <나꼼수>. 2011년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40대의 아저씨 4인방을 일약 ‘아이돌’급의 스타로 등극시키고 국내 메이저 언론들을 군소 언론사로 전락시켜버린 위대한 마이너 방송, 모두가 쫄아있을 때, 세상을 향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들, 지금도 당당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그 <나꼼수>가 떠올랐다. 물론 하나는 영화라는 메이저 매체로 다른 하나는 아직 국내에 검증되지 않았던 인터넷 방송이라는, 그것도 비주얼도 없는 라디오 방송이라는 마이너한 매체로 성격을 달리하고는 있지만 둘 다 음모론에 가까운 이야기, 괴담 같고 진짜 괴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음모론을 넘어서는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시퍼렇게 살아있는 제도권 권력에 대고 당당하고 신랄하게 쏘아대는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다면 필자가 이상한 것일까? 육중한 몸집의 ‘마이클 무어’ 감독조차 외모는 닮지 않았음에도 왠지 모르게 ‘김어준’ 총수와 비슷한 포스가 느껴진다고 하면 필자가 미쳐가는 것일까? (agree~!)

 

  그나마 이 영화를 보면서 위안거리가 하나 있다면,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자국의 위상에 맞게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쳤던 대 선배가 있으니만큼 우리는 조금 덜 부끄러워해도 된다는 정도? 거의 10년이 지난 이 영화가 이렇게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인 것이 과연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 지 묘한 기분이다~!)  비번이었던 며칠 전, 늦은 잠에서 깨어 이빨 닦고 세수하고(착한 노총각^^) 아침을......들고 컴터앞에 앉아 뭐 볼거 없나 뒤적거리다가 우연찮게 눈에 띄어 보게 된 영화 <화씨 9/11>. 사실 상영 당시 워낙 화제가 되었던 영화라 구하기는 꽤 오래전에 구해뒀는데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해서 구석에 쳐박힌채 블록버스터에 밀리고 밀리다가 잊혀진 영화였다. 아무래도 영화는 볼거리가 일단 많고 봐야 한다는 필자다보니…ㅠ.

 

“부시 : 맨날 골프만 치는 줄 알겠어”

부시는 9/11 전 집권 8개월 동안 42%에 해당하는 기간을 휴가로 보냈다

 

 백악관 근처에 간 것도 아닌데 대통령 경호원이 다 나타나 우리 보고 뭐하냐고 세세히 물었다

“무어 : 문제 일으키려는게 아닙니다”

Secret Service : 뭐하고 있는 건지궁금해서요”

“무어 : 대통령 경호원이 대사관도 지키시나요?

Secret Service : 특별한 경우죠”

“무어 : 대사관에 볼 일 있나요?

Secret Service : 상관 마세요”

“무어 : 그렇다는 걸로 알죠”

 

낡고 파손된 음울한 분위기의 성조기. 마치 무능한 정부로 인해 피폐해진 자신들의 나라를 상징하는 듯 하다

 

조만간에 이런 영화가 나와주지 않을까..ㅎㅎ

 

[포스트 내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서 발췌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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