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 목욕을 했다. 밤 늦게 목욕 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지만 욕조 가득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몸을 담그고 있으면 나가기가 싫어진다. 오늘은 특별히 라면 서비스가 있었다. 뜨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채 꼬들꼬들한 라면을 먹었다. 웬 엽기? 괜시리 피식 웃음이 났다. 탕 속에서 솟아오른 증기가 가득한 목욕탕에서 김이 펄펄나는 뜨거운 라면을 먹다가 묘한 상상을 해본다.

물리화학 시간에 책상 위에 놓인 물컵 속 물 표면 1제곱센티미터에서 얼마나 많은 물 분자들이 공기 중으로 뛰어나가고 공기 중에서 다시 물 속으로 들어오는지 계산 하였던 기억이 난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대이동에 놀랐었다.

라면은 온도가 높으니 분자의 운동에너지도 그만큼 많을테고 따라서 훨씬 많은 분자가 공기 중으로 날아오르고 있겠지... 가만! 그러면 욕조물에서 날아올라간 엄청난 물 분자들이 라면 그릇 속으로 다이빙 하고 있겠구나! 갑자기 속이 미슥거리려고 한다.

얼마전에 잡종이 우성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순종은 그 자체로 변하는 환경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잡종으로서의 열등감을 버리라고 했다. 은근히 잡종이 되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환경에 취약한 순종, 그래서 지키기 어려운 순종이기에 순종으로 남은 자가 고귀하다. 잡종을 거부하고 순종이 되자!. 욕조물로 반이 채워진 라면이 되기전에 후루룩 식사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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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 2005-01-2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욕조와 라면이라.. 대단한 조화네요.
 

우리 집 잉크젯 프린터는 여러 장 인쇄하면 중간에 몇 장이 함께 밀려 들어간다. 그래서 양면 인쇄를 하면 꼭 몇 장을 버리게 된다. 자원이 낭비되는 것도 싫지만 종이 중간에 턱 잘려서 인쇄된 것을 보면 속이 꽤 상한다. 그래서 나도 요령이 생겼다. 앞면은 그냥 인쇄되게 맡겨두고 뒷면은 한 장씩 넣어주는 것이다. 그러자면 인쇄기 옆에 붙어 앉아서 종이가 인쇄되는 속도에 맞추어 잘 넣어주어야 한다. 성급하게 잘못 넣어주면 앞장에 물려들어가 페이퍼잼이 나고, 너무 늦으면 종이 없다고 양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기 때문이다. 사람이 꼭 프린터의 시종이 된 기분이다. 그것도 성마르고 까다로운 주인을 섬겨야 하는 불쌍한 하인이다. 나쁜 기계는 사람이 시중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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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세상 읽기 - 잡종교수 홍성욱의 문화에세이
홍성욱 지음 / 안그라픽스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 대부분은 순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산다. 그렇기 때문에 혈통 좋은 순종들을 보면 괜스레 기죽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혈통과 순종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잡종에 대한 책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은 순종과 잡종을 우성과 열성으로 분류하는 시각을 수정해준다. 잡종이 대화와 타협을 만들고, 오히려 잡종에게 창의성이 있다고 한다. 잡종 수준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도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된다. 그런데 이 책이야말로 잡종이다. 처음엔 잡종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설파하다가 대학에 입학하는 후배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어지더니, 나중에는 영화 평이 나온다. 수필 같은 짤막짤막한 글들이 나오고 저자가 공부한 이야기를 하며 수습하듯 끝을 맺는다. 아무래도 주요 독자를 대학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로 한정시키는 것 같다. 나의 순종 편향적 시각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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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작은별]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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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바람 2005-01-2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이 주는 여유...
 


30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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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바람 2005-01-2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8만원으로 값이 떨어졌네...

맑은바람 2005-02-0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3만 8천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