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 목욕을 했다. 밤 늦게 목욕 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지만 욕조 가득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몸을 담그고 있으면 나가기가 싫어진다. 오늘은 특별히 라면 서비스가 있었다. 뜨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채 꼬들꼬들한 라면을 먹었다. 웬 엽기? 괜시리 피식 웃음이 났다. 탕 속에서 솟아오른 증기가 가득한 목욕탕에서 김이 펄펄나는 뜨거운 라면을 먹다가 묘한 상상을 해본다.

물리화학 시간에 책상 위에 놓인 물컵 속 물 표면 1제곱센티미터에서 얼마나 많은 물 분자들이 공기 중으로 뛰어나가고 공기 중에서 다시 물 속으로 들어오는지 계산 하였던 기억이 난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대이동에 놀랐었다.

라면은 온도가 높으니 분자의 운동에너지도 그만큼 많을테고 따라서 훨씬 많은 분자가 공기 중으로 날아오르고 있겠지... 가만! 그러면 욕조물에서 날아올라간 엄청난 물 분자들이 라면 그릇 속으로 다이빙 하고 있겠구나! 갑자기 속이 미슥거리려고 한다.

얼마전에 잡종이 우성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순종은 그 자체로 변하는 환경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잡종으로서의 열등감을 버리라고 했다. 은근히 잡종이 되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환경에 취약한 순종, 그래서 지키기 어려운 순종이기에 순종으로 남은 자가 고귀하다. 잡종을 거부하고 순종이 되자!. 욕조물로 반이 채워진 라면이 되기전에 후루룩 식사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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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 2005-01-2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욕조와 라면이라.. 대단한 조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