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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지 않은 길 - 한국의 성장동력과 현대차 스토리 ㅣ 나남신서 1905
송호근 지음 / 나남출판 / 2017년 2월
평점 :
<그들은 소리 높여 울지 않는다>,
택시 타고도 58년 개띠 인생역사를 풀어내었던 송교수다.
아예 작정하고 나선 그의 배낭여행은 울산에서 시작해 미국 알라바마, 인도 첸나이를 돌고 온다. 거기다가 젊은 날 학업 했던 보스톤 외곽의 공장지대, 다양하게 읽은 책들의 핵심이 더해져서 시간과 공간을 넓힌 긴 여행이 된다.
여행의 관찰자는 송교수지만 주인공은 현대차다.
젊은날 사회학도로 울산을 방문했을 때의 허허벌판 속 함바집 같던 공장지대에서 지금 거대한 공장군과 함께 노동자 복지 천국이 되었다.
대단한 위업이다. 미국 유학 시절 지나가는 아무리 파도 막히던 영어책 덮고 거리를 나갈 때 눈앞을 휙 지나가는 엑셀을 보고 느낀 감동 또한 컸다고 한다.
여러 우여곡절을 넘어 오늘까지 밀고 온 현대차의 성공요인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성장 유전자로는 열정,조율,소명을 꼽는다.
열정과 소명은 시대적 정신이고 조율의 경우는 사회적 특성이 기업운영에 반영되었다. 일본 기업 성공에서도 특유의 조율형 기업운영을 거론한 분석이 있다.
조율을 확장해 들여다보면 현대차의 운영은 거대한 함대식 생산체제로 보인다. 기술도 중심에서 주변으로 전파하고 조율도 모두 책임지는. 그 과정에서 모듈식 생산이라는 현대 특유의 경영기법이 창안된다.
독일이나 일본의 장인이 아닌 현대식 생산인데 효율성에서 상당히 효과를 입증했다. 약간 줄여 보면 장인이 필요 없이도 고품질을 낼 수 있는 독특한 발상물이라고 한다.
왜 장인은 필요 없을까? 바로 노조 덕분이라고 한다.
경영으로서 현대차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세계공장을 건설 하는 동안, 노조는 회사의 성과물을 자기화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물은 1억 내외의 고액연봉자 타운을 울산에 만들고 중산층적 삶을 누리도록 된 노동자 복지 천국이다.
송교수는 이 천국을 천천히 관찰하면서 명과 암을 분석한다.
명으로는 풍요로운 성치로, 아내는 마트로 가고, 거리에는 잔디구장이 있고, 각자 사는 집들의 가치는 수억대를 호가하는 등이다.
암으로는 이들 복지를 위해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요구의 문제다.
다음은 저자의 말이다
<조합원들의 의식공간에는 ‘일은 적게’,’돈은
많이’,’고용은 길게’라는
3개의 목표를 향해 항해하는 조각배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데, 노조는 이 조각배를 독려하는
등대와 같다. 그런데 이 목표들은 동시달성이 가능한가? 상호
모순적인 이 세 목표를 향한 이 조각배는 두 동강 나지 않을까? 노조 역시 고민이다.>
<제국주의의 가장 쓰라린 상처를 입은 한국은 그들의 전철을 밟아 제국주의가 되어 가는가?
현대차 노조를 보면 우려가 앞선다. 외국공장에서 발생한
순이익과 국내 다른 지역 공장의 생산성에 편승하고, 작업현장에서는 노동절약을 위한 갖가지 방법을 고안하고, 하청 인력을 홀대하고, 그러면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고임금을 유지하는
노조를 그렇지 않다고 말할 명분이 궁색하다.>
고임금을 요구하려면
그만한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권리는 의무완수에서 발생한다.
자격은 모범을 보일 때에 얻는다. 국내 최강 노조, 최대
단일노조가 노동권 보호를 넘어 최대의 독점이익을 향해 질주하는 모습이 불안하고 안쓰러워 하는 말이다. 그래놓고
어떻게 사회의 공적 쟁점에 왈가왈부할 수 있는가? 1970년대 ‘제국의
하청’에서 벗어난 현대차그룹 노조는 이제 제국 노조로 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체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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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로 변신한 제국노조.
더 할 나위 없이 신랄한 비판이다.
하청업체,비정규직 사회적 약자 아무에게도 눈을 안 돌리고 자신의 일을 하되
절대 소명의식은 없고 덜하고 더받고 이런 천국이 영원히 지속되도록 자녀의 취업은 필이 보장하도록 강조하는 노동자들.
송교수가 본 현대차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젊은 날 학생운동 할 떄의 학부생 입장에서 탐방 나가면서 만났던 순박한 시골 청년들은 장년이 된 지금 보니 투사로 변모해서 다 이루고 자신의 이익은 절대로 못 내놓겠다는 이익집단이 된다.
그리고 그들의 상위물로 존재하는 것이 <정의당>이라는 주장이다. #이 부분은 책을 넘어 약간 상상과 연결이 필요한데, 송교수의 정치적 행보와 연관지어 볼 수 있다.
과연 한국의 앞날을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이어진다.
그건 바로 울산 옆의 현대중공업의 몰락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저자의 예견이다. 그런 미래는 멀리 미국에서 동부산업지대가 일본에 의해 쑥대밭 되던 걸 보았던 청년시절의 경험과도 포개진다.
현대차가 무너지는 날, 한국에는 어떤일일 발생할까?
한국에서는 최근 수년간 몰락론이 튀어나왔다.
특히 삼성의 몰락을 강조하는 심정택의 연이은 책들은 어떤 부분은 실현되고 어떤 부분은 오히려 삼성의 분발에 의해 무색해졌다.
심정택은 특히 삼성 대신 현대차가 주역을 해줄 것이므로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따로 현대차에 대한 책을 내었다.
이 책과 비교해보면 서로 다른 면을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지난 수년간 한국에서는 두산의 중국사업,조선의 몰락 등 쓰나미 같이 밀려오는 파도속에 휩쓸려 사라져가는 회사와 일자리를 보는데 익숙했다.
정부당국은 부동산 부채를 통한 부양에 올인하고 자산시장 버블만들기를 통해 공백을 메우려 혈안이엇다.
사회학자로서 인구수량론에 분석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하나로 묶어 보고 다시 이를 미래로 투영시키며 방향타를 잡는 역할을 송교수는 스스로에게 기대한다고 보인다.
#그러니 스스로를 항상 총리감으로 자부하지 않으셨을까?
간단히 결론으로 정리해보면,
<경제성장이 지속되려면
사회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고용규칙,노동규칙,분배규칙 등이 상생구조로 개선되어야 한다> #저자의 말
다시 말하면 이대로는 앞날이 불확실하다 아니 성장이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논란이 많은 책이리라 기대했지만 생각 보다 현대차와 정의당에서 반론은 없었다고 한다. 김훈 작가와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현대차노조가 반박을 검토하다가 책의 내용이 워낙 송곳 같아 그만두었다는 정보가 언급되어 있다.
차라리 치열한 반론을 통해 사회적 토론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맞던 틀리던 까놓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솔직히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알바와 해외노동자에게 해당되는 복지성격이지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는 직접 기여가 힘들다고 본다.
차라리 대기업 노조가 박아 놓은 취업규칙의 자녀 우선 채용 부터 정부가 명령으로 빼내는 일이 더 공정한 사회로의 진일보라고 보인다.
사회학자의 긴 여정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사회학의 대선배 막스 베버가 거명했듯이, 일은 밥벌이가 아니라 소명beruf 이다.
학문은 하늘에서 내린 소명이라는 뜻이다. 그것을 위해
태어났고, 그것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것이 천직 개념이다. 베버에게
그것은 신이었다. 신의 얼굴을 보는 것, 베일에 싸인 인간과
사회관계의 본질을 파헤치는 것, 그리하여 신에게 한 발짝이라도 다가서는 것이 천직으로서 학자의 업무다. #저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