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 기자들, 대통령을 끌어내리다
한겨레 특별취재반 지음 / 돌베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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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혁명이 1주년이 되어간다.

지금 돌아봐도 참 대단하고 희한한 전개과정이었다.

그 출발은 보수언론 TV조선이 물꼬를 텄지만 이를 받아 꺼지지 않게 밀어나간건 한겨레의 공이 크다. 그 다음 결정타는 역시 손석희의 JTBC 였지만 각자 다 역할이 있었다.

아직 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한겨레 기자들의 기록물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달랑 3명이 특별취재반이었다니..

노땅 하나, 청춘 하나, 중견 하나. 나이 차도 20년이 넘는 희한한 팀이 작은 귀퉁이 방 하나 빌려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져갔다니.

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문구의 현실태다.


언론이 사양산업이라고들 하지만 절대 구글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바로 기획형 폭로기사다. 구글은 그냥 있는 걸 긁어주지 새로운 걸 쉽게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를 잘 보여준게 영화 <스포트라이트>였다. 보스톤 카톨릭 사제들의 성추행을 추적해 폭로해낸 이들의 행위는 반향이 컸다.

한겨레를 비롯해 언론의 존재감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작은 인원으로 그 큰일을 해낸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제보다. 

사건 초기 첫 보도가 터지자 전직 검찰총장 한명은 전화를 걸오 사건의 흐름을 진단해주었다.

"대통령도 연루되고, 뇌물죄로 갈 수 있다. 그냥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역시 오랜 전문가의 통찰은 무섭다.


큰 제보도 있지만 불씨가 결코 꺼지지 않게 만든건 역시 이화여대생들의 공이 크다.

누구는 밤샘해서 옷 만들어 발표하러 가는데, 누구는 쓱 이름 올리고 놀러간다니 하면서 시작한 제보. 이는 생각지도 않았던 대형사건으로 가는 물꼬를 튼 셈이다.


대단한 일을 해낸 한겨레에 대한 예찬은 아무리 많이 해도 충분치는 않다.


그렇지만 이 책에 나온 내용이 역사를 이해해가는데 충분할까?

역사에는 다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더 많다.

촛불혁명은 소수 진보의 외침으로 정의가 만들어진것만은 아니다.

보수 언론 조선이 촉발했고, 이어서 또 다른 보수 중앙이 결정타를 날렸다. 거기에 검찰을 비롯해 각종 권력 기관이 <법대로> 진행했다. 이 법대로가 중요하다. 아버지라면 즉시 군대를 동원하고 언론을 체포하고 반대자들을 밀어나갔으리라. 

그 중에서 특히 검찰의 변심은 사건을 결정적으로 전환시켰다.

이 과정에는 청와대에서 압수수색한 비서관의 핸드폰 속 녹음파일이 결정적이었다고 하는 후일담을 들었다.

한번 듣는 순간 보수고 진보고를 떠나 분개하게 만드는 수준의 내용이라고 하는데 언론에 살짝 비쳐지지만 아주 크게 거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때 분명히 검찰은 스탠스를 명확히 하게 된다.

검찰과 보수언론 그리고 군의 중립이 없었다면 혁명은 쉽게 현실이 되지 못했으리라.

이런 부분을 같이 묶어서 조망해주면 더 좋겠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은 사료, 꽉 다문 관계자들의 입술들이 진실을 흐릿하게 만든다.


세상은 표면과 이면이 있는데 그 이면에 작용한 힘들이 중요한 결정들을 해나간다. 역사는 그 이면의 힘을 드러내야 한다.

슬쩍 비쳐지고 사라진 중요한 변곡점들 이를 다 포함한 촛불혁명 역사서의 정본은 언제 누구의 손에 나올지 궁금하다. 


아 그리고 첨언은 하나해야겠다.

특별취재팀 기자 한명은 이빨이 빠졌다고 한다. 과로를 하면 잇몸이 무너지고 소중한 이빨까지 나간다. 그렇게 그를 몰아간 진실에 대한 소명을 가진 언론인의 자세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가야 겠다. 그대들의 노력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세월호 처지가 된 대한민국을 (아직 다 해소는 안되었지만) 탈출시킨 공로는 오래 기억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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