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북한에는 고립화와 봉쇄정책이 효과 없다"

슬라보예 지젝과의 몇년 전 (전화)대담 기사를 하나 옮겨놓는다. <월간중앙>(2003년 2월호)에 게재됐던 것인데(나는 지면에서 처음 읽었었다), 지젝은 그해 가을 방한한 바 있다. 대담자는 김영희 중앙일보 상임고문이며 타이틀은 "북한과 같은 나라에는 고립화와 봉쇄정책이 효과 없다"이다. 아무래도 잡지의 독자층을 고려한 제목이겠다. 아무튼 당시에도 최대 화두는 북한이었으니 시의적으로 읽어볼 만한 기사이다.  


 

슬로베니아의 철학자·역사가·문명비평가 슬라보이 지젝은 정열적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50여 분 동안의 전화대담에서 그는 듣는 사람의 귀가 아플 만큼 큰소리로,그리고 자신있게 9·11 테러 이후 부시가 펴온 대외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반도 안팎을 가릴 것 없이 새해 최대 화두는 이라크와 북한이다. 미국의 조지 부시 정부는 이라크를 공격할 준비를 사실상 끝낸 상태다. 남은 문제는 이라크에서 활동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무기사찰단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많이 만들어 숨겨두고 있다는 물증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 증거를 못 찾으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정당성을 잃고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맹국과 우방국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 공격을 재가하는 제2의 결의안을 채택할 수도 없다. 그럴 경우 미국은 단독으로 이라크를 공격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 석유부국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세운 정권은 성공할 것인가.


북한 핵문제는 어렵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먼저 포기해야 대화하겠다던 미국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만 해도 대화하겠다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는 대화일 뿐 협상은 아니다. 대화에서 협상, 협상에서 합의는 전혀 별개의 절차다. 과연 북한이 바라는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의 안전보장이라는 보따리와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포기라는 보따리를 교환하는 일괄타결이 실현될 것인가. 아직도 길고 긴 여정(旅程)이 남은 것이 북한의 핵문제다. 그래서 한반도 주변은 앞으로도 오래 오래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슬로베니아의 철학자·역사가·문명비평가 슬라보이 지젝(Slavoj Zizek)은 9·11 테러 이후 부시가 펴온 대외정책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신랄하게 비판적이다. 영·미(英美) 편향의 견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지젝의 견해는 충격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부분의 진보적 학자와 언론인들과 유럽의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이라크에 대한 부시의 강경노선에 지젝처럼 비판적이다. 그들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해도 사담 후세인을 성공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후세인을 제거한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중동정세의 안정과 선진국가들에 대한 안정된 원유 공급을 보장하는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는 전망이다.


슬라보이 지젝은 정열적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50여 분 동안의 전화대담에서 그는 듣는 사람의 귀가 아플 만큼 큰소리로, 그리고 자신있게 말했다. 발칸반도의 슬로베니아는 수백 년 동안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배를 받은 나라다. 그래서 그 지역, 그 나라 사람들은 강력한 외세의 간섭이 현지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본능적으로 안다.


슬로베니아가 배출한 유럽 최고의 지식인과, 람보 이미지의 조지 부시의 대외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부시의 자유주의가 점점 많은 이슬람들을 反美적 원리주의자로 만들고 있다"


김영희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임박해 보입니다. 9·11 테러가 지난해의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그것보다 훨씬 파괴적일 이라크전쟁을 정당화한다고 보십니까.


지젝 아프가니스탄전쟁은 정당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라크전쟁의 목표는 전혀 다릅니다. 미국은 석유 공급을 확보하려고 테러와의 전쟁을 이용하고 있어요. 테러와의 전쟁과는 무관합니다. 사담 후세인은 알 카에다와 아무 관련이 없어요. 미국도 지금은 후세인이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지 않아요.


거듭 말하지만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이용해 다른 경제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어요. 부시 독트린이라는 미국의 정치철학이라고 할까, 이데올로기가 걱정입니다. 그것은 미국에는 현실의 적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적까지 선제공격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소수의견)의 경찰과 같아요. 이 영화에서 경찰에는 앞으로 범죄를 저지를 사람을 알아내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요. 경찰은 그 사람이 지목하는 미래의 범죄자를 미리 체포합니다. 경찰은 이렇게 말해요.


"당신은 30분 뒤에 살인합니다. 그래서 당신을 체포합니다."


미국은 국제정치 차원에서 범죄가 있기도 전에 사람들을 공격하고 체포하고 벌을 주는 셈입니다.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이라크전쟁에 반대한 것은 '슈뢰더판(版) 마이너리티 리포트'라고 하겠어요. 지정학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슈퍼파워 지위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이 이 영화의 경찰처럼 중국을 예방공격할 것인가 주목됩니다. 이라크 공격의 배후에는 참으로 위험한 논리가 숨어 있어요.


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다면 중동 지역은 평화에 한 발 가까이 가는 것입니까.


지젝 그 반대의 결과가 예상됩니다. 후세인 정권은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이 아니에요. 이라크의 기본 이데올로기는 이라크 애국주의일 뿐입니다. 후세인이 이슬람과 손잡은 것은 10년 정도밖에 안돼요.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지요. 몇 달 전에 이라크에서 대통령선거가 있었는데 후세인이 100%의 지지를 받았어요. 선거 운동 기간 중 이라크 방송들이 후세인 지지 슬로건을 실어 계속 내보낸 노래는 미국의 흑인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할 거야’였습니다. 이슬람 원리주의 나라에서는 그렇게 못 해요. 이 나라의 제2인자인 부총리 타리크 아지즈는 기독교 신자 아닙니까. 이라크는 전형적인 민족주의 국가입니다.


만약 미국이 후세인을 몰아내고 이라크에 일종의 신식민지주의 정부를 세워 군정(軍政)을 실시한다면 그때야말로 전 세계를 망라한 이슬람 원리주의 민중들의 반미운동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겁니다. 이라크를 원리주의 국가로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미국의 무력간섭이에요.


김 설마 부시 대통령이 그걸 모를까요?


지젝 물론 알지요. 그러나 정치란 이상한 겁니다. 뻔히 알면서 재앙을 부르는 것이 정치죠. 헨리 키신저를 봐요. 얼마나 똑똑한 사람입니까. 그런 사람이 베트남을 잃었어요. 그런가 하면 로널드 레이건 같이 별로 영민하지 못한 사람이 소련을 상대로 무자비한 군비경쟁을 벌여 소련 제국을 파멸시킨 경우도 있어요. 어느 한 사람의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수행에 이용되는 비극적인 논리의 문제입니다.


"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위험"


김 부시 정부는 이라크말고 북한이라는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슬로베니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만 일반론으로 말해 북한 핵문제도 군사적으로 풀려고 할까요?


지젝 북한과 이라크가 자주 비교되는데 나는 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친구인 영국 언론인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나쁜 나라를 조사한 결과 북한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권위주의 국가에는 자유가 없는 대신 질서라도 있고, 중앙통제를 잃은 나라에는 질서가 없고 국민이 배고픕니다. 북한은 강력한 독재 아래 국민이 굶주리는 독재와 카오스(Chaos)를 갖춘 나라라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해 유화(Appeasement)정책을 써야 할 것입니다. 북한체제가 개탄스럽지 않아서가 아니라 쿠바의 경우를 봐도 고립화와 봉쇄정책이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 부시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빙자해 경제적 목표를 추구한다고 하셨는데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를 이용해 미국의 패권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단독주의는 우방국가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나쁩니다. 부시는 미국의 패권이라는 야망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지젝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부시는 스스로 패배하는(Self-defeating) 게임을 하고 있어요. 부시는 두 가지를 잘못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9·11 테러후 테러와의 전쟁을 다루는 국제재판소 같은 법적 체계를 갖췄어야 하는데,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도 구속되지 않고 단독행동을 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은 국제적인 체제에 들기를 거부해요.


미국이 저지른 또 하나의 잘못은 140개국이 참가하고 국제통상기구(WTO)가 지지하는 에이즈에 관한 국제적 협정을 거부한 것입니다. 그것은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를 특허료 없이 생산하는 것을 허용하는 협정입니다.


미국 정부는 제약회사들의 막강한 로비에 따라 이 협정에 조인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9·11 테러후 미국 자신은 독일의 바이엘 제약회사에 탄저균 치료제를 싸게 수출하라고 압력을 넣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이 가난한 나라들에 인류의 재앙인 에이즈 치료제 생산을 못하게 하는 겁니다.


이것이 미국이 무자비하게 추구하는 패권입니다. 21세기의 패권국가는 미국이고, 미국에 도전할 미래의 슈퍼파워는 중국뿐인데 미국과 중국이 대표하는 정치질서로서의 두 개의 문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끔찍합니다. 그래서 유럽통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디바이드는 인류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김 세계화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세계화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지젝 세계화는 피할 수 없어요. 그러나 어떤 세계화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는 있습니다. 세계화 반대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은 지금 진행되는 세계화가 자본주의의 세계화라고 주장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보십시오. 경제적 세계화, 상품의 교환은 오히려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새로운 장벽들을 쌓고 있어요. 미국은 멕시코와의 국경선을 더 철저히 감시하고, 서유럽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이스라엘은 요르단 강 서안(西岸)과의 사이에 새로운 벽을 세워요.


이런 세계화는 자본주의를 위한 세계화입니다. 나는 약품이 세계 곳곳에 분배되는 그런 세계화를 지지해요. 인터넷을 널리 보급하는 디지털 세계화도 중요합니다. 디지털 보급의 격차를 말하는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는 운명이 아니라 인류의 집단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선택의 문제입니다.


"자본주의는 스스로 만든 위기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


김 영국의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실정치체제로서의 사회주의는 붕괴했지만 이론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 사상은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긴 글을 실었습니다. 마르크스주의는 어떤 유산을 남겼습니까.


지젝 '자본주의는 그 물질적 조건에 지속적인 혁명적 변화를 주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자본주의는 자체의 논리상 끊임없이 확장을 계속하고, 자본주의는 전통을 파괴한다'는 자본주의 발전의 역동성에 대한 마르크스의 진단이 오늘의 세계화 현상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데는 누구나가 동의합니다. 그러면서도 오늘날 살아남은 마르크스의 진단은 자본주의가 스스로 대립과 위기를 만들어 내고 자본주의는 그런 대립과 위기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통찰입니다.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관한 낡은 환상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본주의 너머(Beyond)를 생각할 필요도 있어요?

김 부시 정부 아래서 미국은 경쟁제일주의와 시장원리주의의 깃발을 높이 든 신자유주의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은 없을까요?


지젝 단기적으로 부시의 경제적 자유주의는 잘 굴러갈 겁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갈등과 모순이 생길 거예요. 벌써 당장의 정책과 관련해서 기본적인 긴장이 생겼어요. 부시는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과격한 경제적 자유주의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이해가 걸리면 언제나 자유주의의 룰을 깨고 나와요. 한국도 피해를 입은 수입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이 그런 경우 아닙니까.


부시의 미국은 다른 나라에 강요하는 룰을 따르지 않아요. 부시는 자유주의를 주창하면서 동시에 도덕적으로는 보수적인 가치를 옹호합니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러면서 부시는 자신이 주장하는 도덕적 아젠다(Agenda=과제)를 뒤집어 엎는 경제정책을 펴는 거죠.


역설적입니다. 레이건도 그랬어요.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는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에 매혹되었으면서도 도덕적 가치와 가족의 가치를 파괴하는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폈던 겁니다. 부시의 자유주의는 이미 긴장을 낳고 있어요.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부시의 자유주의 정책은 환경문제와 조화를 이룰 수 없고 사회불안을 다룰 수도 없어요.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김 지젝 박사는 빌 클린턴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데, 부시는 클린턴보다 나은 대통령입니까.


지젝 노! 나더러 선택하라면 클린턴입니다. 부시는 속임수의 유산을 남길 거예요.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고, 이라크전쟁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면 단기적으로 부시는 전형적인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시 통치의 장기적인 결과는 대실패일 겁니다.


김 우리는 이슬람 원리주의에 앞서 미국의 기독교 원리주의에 관해 많이 들었습니다. 십자군 점령 아래 있던 예루살렘을 탈환한 이슬람의 영웅 샐러딘(Saladin·1137~93)은 그에게 패배한 기독교도들을 관대하게 대접한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오늘의 이슬람은 샐러딘 시대의 이슬람, 어제의 이슬람과 다릅니까.


지젝 그 질문 참으로 반갑습니다. 나는 옛 유고연방의 일부였던 슬로베니아 사람이어서 이슬람에 대해서는 피부로 느끼는 바가 많기 때문입니다. 유고연방 안에서도 가장 관용적인 지방은 이슬람의 도시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였어요. 사라예보의 유대계 인구는 유고연방 안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이슬람은 다른 종교에 대해 기독교보다 훨씬 관용적이었어요. 오늘날도 이슬람은 비(非)관용적이 아닙니다. 우리는 소수의 기독교들만이 자칭 도덕적 다수라는 원리주의자들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는 경향이 있어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아직도 소수에 불과해요. 모로코와 이집트와 인도와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에는 원리주의자가 아닌 이슬람이 수억 명이 있어요. 원리주의자들은 훨씬 공격적입니다. 그러나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히려 조지 부시의 잔인한 자유주의입니다. 부시의 자유주의는 점점 많은 이슬람들을 반미적 원리주의자로 만들 겁니다.


"칸트가 살아 있다면 미국을 야만적인 나라로 꼽았을 것"


김 미국은 21세기에도 계속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릴까요? 유럽공동체(EU)나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의 지위에 도전할 날이 오겠습니까.


지젝 러시아는 미국에 도전할 힘을 기를 수 없을 것이고, 어쩌면 중국이 미국의 경쟁자가 될지도 몰라요. 내가 바라기는 유럽이 하나로 통합되어 미국과 중국이 아닌 제3의 선택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패권주의는 이미 천천히 기력을 잃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미국이 이기고는 있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일종의 공포(Panic)에 사로잡힌 반응이고, 다른 나라들이 강대국이 되는 것을 예방하는 전쟁입니다.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였지만 21세기는 미국의 세기가 아닐 것으로 봅니다.


김 세계는 한없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에 유럽은 무엇이고 유럽에 아시아는 무엇입니까.


지젝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어느 유럽, 어느 아시아를 의미하는가를 따져야겠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유럽과 아시아는 이상한 문화적, 경제적 교환 관계에 있어요. 아시아에 유럽은 주로 경제적 모델입니다. 아시아는 유럽의 경제체제를 도입했어요. 반면 아시아는 유럽에 정신적인 것과 이데올로기를 전파했어요. 지금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서서히 퇴색하고 있어서 아시아의 정신적인 것이 유럽에서 점점 강한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유럽은 아시아에 경제 제도를 수출하고 아시아는 유럽에 이데올로기를 수출한다고 할 수 있어요.


김 마지막으로 이라크로 돌아가서, 만약 영구평화라는 도덕적 이상을 주창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가 부시의 안보담당 고문이라면 부시에게 어떤 충고를 할까요?


지젝 아닌게 아니라 헤이그 국제전범재판소를 준비하던 사람들도 칸트의 세계평화의 이상을 참고했어요. 세계에 법질서를 펴는 것이 칸트의 이상이었어요. 그래서 칸트는 부시에게 모든 대외정책을 국제법에 맞게 수행하되 단독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충고할 겁니다. 내 말을 안 들으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재앙을 만난다고…. 세계법정의 절대적 귄위를 인정하고 유엔에 더 많은 권한을 양보하라고….


김 그런 충고라면 부시가 듣지 않겠네요?


지젝 이론적으로 부시는 야만인(Barbarian)입니다. 미국의 정치에는 처음부터 야만적인 요소가 있었어요. 칸트가 오늘의 국제정치판을 관찰한다면 미국을 야만적인 나라로 꼽을 겁니다.(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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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릴케 현상 > [퍼온글] 한국주식 다팔고 중국주식 사고있다

한국주식 다팔고 중국주식 사고있다

[한겨레 2006-11-03 03:12]

[한겨레] “아시아와 여성, 상품 시장에 투자하라!”

‘월스트리트의 인디애나 존스’ 또는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63)가 2일 설파한 독특한 투자전략이다. 우리투자증권 초청으로 ‘2006 케이아르엑스(KRX) 상장기업 엑스포’에 참석한 로저스는 1969년 26살의 나이로 조지 소로스와 함께, ‘소로스 금융제국의 첫 헤지펀드’로 불리는 퀀텀펀드를 설립한 투자 전문가다. 금발의 애인과 함께 노란 벤츠를 타고 세계 투자여행을 다니며 상품시장 랠리를 주장해 온 까닭에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와 ‘상품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이번에도 역시 원유와 원자재 등 상품시장 랠리가 2020년 전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사를 보면 원자재값 상승은 15~23년 동안 지속되는데, 현재의 강세장은 1999년부터 시작됐으므로 2014~2022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이다. “35년 동안 큰 유전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배럴당 60달러 안팎인 원유값이 100~150달러까지 오른다는 게 그의 예상이다.

그의 ‘중국 투자론’도 확고하다. 영국의 19세기와 미국의 20세기가 저물고, 21세기는 중국의 세기이므로 당연히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 그는 “10년간 강세를 유지할 위안화를 비롯해 1년 전부터 중국 주식을 많이 사고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로 주목한 것은 여성이다. 그는 한국과 중국 등의 어린이 성비를 줄줄 꿰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한국, 중국 등도 인도처럼 결혼할 여자를 찾지 못하는 남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며 “1천년 전 유럽에서 여성 부족 현상 이후 여권이 신장된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앞으로 여권이 크게 신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팔자’를 이어가는 데 대해선, 한국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풀이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여기고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나 98년 이후 한국 증시는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크게 성장했고 더는 신흥시장이 아니므로 팔고 있는 것이다.” 그 역시 지난해 한국 주식을 다 팔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한국 주식의 수익률이 좋았고, 큰 이익이 발생하면 주식을 파는 게 원칙”이라며 “한국이 오르는 동안 떨어졌던 중국 주식을 대신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고 했다.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이지만 다만 가격이 문제이므로, 적절한 가격이 매겨진다면, 또 정치인들이 어리석은 일만 하지 않는다면 외국 자금이 많이 들어올 것이다. 언젠가 남북 통일이 되면 더욱 엄청난 돈이 들어올 것이다.”

그는 최근 론스타 수사가 외국인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 주장이 합당하고 근거가 있어 이해할 만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며 “한국은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기업과 경제에 대한) 보호가 많이 되고 있는 시장이어서 외국인이 들어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부동산시장에 대해 강남 집을 팔고 강북 집을 살 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특정 지역 부동산값이 엄청난 거품이라는 것을 여기 있는 분들은 다 알 것이다. 거품이 있다면 팔고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을 사는 게 원칙이며, 그것이 한국에선 강북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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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회사를 여러곳 다니게 된다.

그 때 마다 되도록 많은 것을 관찰하려고 하는데 기업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여직원에 대한 몇몇 사항을 살펴본다.

첫번째 규모, 많은 가, 적은가를 본다.

적은 곳은 보수적이거나 일이 tough한 곳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꼭 규모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여자를 쓰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임금이 상대적으로 싸고
일찍 그만두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혹심에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복장이다. 여자들을 하나의 유니폼으로 묶어 규제하는 곳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줄었지만 이는 분명 회사의 문화가 자유로운가 그렇지 못한가를 잘 나타낸다.

세번째는 연령 분포를 본다.
나이 많아서 다닐 수 있는가 없는가도 기업의 중요한 지표다.
기업들도 인식이 바뀌어 여자들이 오래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곳이 여럿 생겼다.
이유는 아마도 남녀평등이 아니라 실리적인 측면이다. 아줌마에게 파는 물건을 만드는 산업이라면
아줌마가 기업내에 많이 존재하는 것도 괜찮다는 이론이 나온다.

화장품,가전제품 제조사는 일찍 바뀌었고 최근에는 심지어 아파트 만드는 건설사까지도 여자는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유심히 보는 것은 외모다.
외모의 수준은 연봉과 꽤 비례한다. 이말 듣고 황당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스탕달이 <적과 흑>에서 언급한 말로 이유를 갈음하고자 한다.
"처음 출세한 사람이 가장 놀라게 되는 것은 상대하게 되는 여자의 외모다"

여직원을 통한 기업문화 탐구,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꽤 도움이 된 분석법이었다.

다른 분이 이 주제로 느낀바에 대해 의견을 주시면 적극 환영이다. 반론도 기대하고
토론이 활성화되면 아주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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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0-26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니폼, 절대 반대입니다.
유니폼을 입어야 할 경우 남자직원들도 함께 입어야지요
직장인이었던 시절(아시다시피 전직 공무원)여직원들 유니폼이 거론되었지요
결사 반대의 표를 던진건 놀랍게도 남자직원들과 일부 소수의 여직원이었슴다.
다수의 여직원들은 사복구입비가 절약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그건 별로 효용가치 없는 발언이었구요.
전 그들의 편리한 의식속에 숨어있는 (여성특권기대)에 충격이었어요
일직과 당직조차 여자이니까~ 하는 말 앞에서는 입이 들어가더군요.

사마천 2006-10-27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유니폼을 여자들에게만 강요하는 전통(?)은 일본에서 왔죠. 지금은 거의 없어져가는데 여기서 하나 살펴야 할 것이 사복에도 여러가지 타입이 있다는 점입니다. 개성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의 여부, 사복의 가격 등이 해당됩니다.
새벽별님/ 제가 경험해본바로 소규모 회사의 경우는 막바로 해당되고요 규모가 크면 조금 다르겠죠 ^^

sayonara 2006-12-0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니폼은 일본식 불평등의 잔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복을 입었을 때의 '선'이 간혹 문제가 되는 걸 봤습니다. 남자 입장에서는 입으라면 입고, 말라면 마는 식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겠지만, 막상 여성들의 입장은 또 다르겠지요. -_-+

사마천 2006-12-0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아직도 유니폼이 많은 편이죠. 여성들의 권한이 커져갈수록 표현의 자유 또한 커져간다고 보입니다.
 
 전출처 : perky >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살아요. ^^ (수정)

안녕하세요. 차우차우에요.

우선 이런 자리를 다 마련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

저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살아요.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지요. 이곳은 그나마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한인타운도 잘 형성되어 있는 편이랍니다. 어떨땐 한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때도 있지요. ^^

물론 제가 사는 곳에도 한인서점이 있긴 하지만, 책값이 너무 비싸다보니 맘껏 사질 못했었는데, resonable한 가격에 해외배송까지 해주는 알라딘을 알게 되서 정말 좋았어요. 이곳에 제 서재도 마련하고 좋은 분들도 많이 알게 되어 언제나 고마운 마음으로 알라딘을 애용하고 있답니다.

저를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이곳에 저 사는 모습을 약간이나마 공개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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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샌프란시스코 관광지 '유니온스퀘어'입니다. 쇼핑몰들이 대거 입주해있는 이곳은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결코 질리지 않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랍니다. (제 남편은 저랑 이곳 가는 걸 최대한 피하려 하지요. 후훗)



이곳은 다들 아실만큼 유명한 '금문교'에요.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이지요. 샌프란시스코에 놀러오신 분들이 이곳에 와서 사진 찍을때 안개가 자욱해서 금문교를 제대로 못찍었다며 한탄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제가 비밀 하나를 가르쳐주자면요..이곳은 오전 10시쯤에 방문하셔야 제대로 된 금문교의 모습을 보실 수 있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광이거나 아님 안개가 너무 많이 껴서 사진이 제대로 나오질 안지요. ^^



해변가에서 바라본 금문교에요.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바닷물은 무척 차가워서 한여름에도 수영하기가 쉽진 않답니다. 그대신 서핑타는 사람들은 많이 볼수 있지요.



집들도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지요?



캘리포니아는 햇살이 무지 강렬하고 건조해서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이렇게 야외테이블들을 마련해놓았답니다. 사람들도 야외에서 햇빛을 받아가며 식사하거나 커피마시는 것을 즐기구요.



이곳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심포니홀 이에요. 이곳에선 거물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지요. 2002년도였나? 그땐 장한나씨의 첼로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영광도 누렸었답니다.



스탠포드 대학내에 위치한 성당이에요. 저랑 남편은 미국에서 경력을 좀 쌓은 후 미국내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미국에 오게 됐는데요. (저흰 2001년도에 미국왔답니다.) 결국 제 남편만 그 꿈을 이뤘지요.ㅠㅠ 남편은 풀타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회사에서 대주는 학비로 스탠포드에서 파트타임 공부 중인데, 저는 대학원 진학의 꿈만 있지..현실화 시키기엔 막막하네요. 휴.



이곳은 세계적인 와인농장 '나파밸리'랍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1시간 조금 넘게 차로 달리다보면 나오는 곳이지요.



나파밸리에선 수백개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들이 있는데요. 그곳에선 다양한 투어를 이용해서 와인이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견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음도 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답니다.



그럼 이번에는 저희집 근처를 소개시켜 드릴께요. 저희가 사는 곳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참 많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자주 찾는 공원사진 올립니다. 남편이랑 가끔 이곳에 도시락 싸가지고 점심 먹곤 하구요. 어떨땐 책 한권 들고 가서 벤치에 앉아있다가 꾸벅 꾸벅 졸기도 하는 곳이에요. 이곳을 산책하고 나면 바쁜 일상에서 해방되어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이곳은 제가 사는 동네 단지랍니다. 그전엔 아파트 살았었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 보금자리라서인지 너무 정이 가는 곳이에요. ^^



외관은 이렇게 생겼구요.

제 실제 서재도 공개해 볼께요.



한국에 갈때마다 조금씩 제 옛날 책들도 가져오고 있답니다.


사진 찍는 각도가 잘 잡히지 않는 방이다 보니 이렇게 일부분밖에 못 찍었는데요. 저 갈색 책장이 3개, 아이보리색 책장이 4개랍니다. (아이보리 책장은 3개밖에 안 나왔네요.)

지금은 비록 빈 공간이 많지만, 조만간 꽉 채워질 날을 기대해보며 슬쩍 미소지어보곤 하지요. 음하하.

이 사진은 제가 예전에 알라딘 서재에 올렸던 사진인데요. 불과 2005년도만 해도 제 서재가 이렇게 작았었답니다. 근데 1년만에 책장 3개가 늘어난데에는, 그만큼 알라딘에서 엄청나게 질렀다는 뜻이겠죠? ㅋㅋ 책 읽는 속도보다 사쟁겨놓는 속도가 훨씬 빨랐었는데, 지름신이 떠날 생각을 안하니까 문제에요.


조그만 정원에선 상추/깻잎/파를 심고 키우고 있지요. 이 사진은 갓 모종한 상추들이랍니다. ^^ 사실 이곳은 채소/야채들이 싸다보니까 어쩔땐 수지타산이 안 맞는 이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 것인가 회의가 들기도 해요. 거름값과 물값을 생각해보면 사먹는게 더 싼것 같거든요.



우리 채린이 백일된날 찍은 사진이에요. 지금은 벌써 7개월이 되서 이빨도 두개 나고 열심히 기어다니고 있는데요. 최근 사진들은 사진용량이 크다고 사진이 올라가질 않네요.



기저귀만 찬 모습 공개해도 되겠죠? 이 사진도 백일날 제가 찍은 사진이랍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ㅋㅋ

이렇게 저희 세식구는 해외에서 열심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임신 출산 육아에 적응하느라 잠시 책을 멀리했었는데, 요즘은 다시 잘 적응해서 책도 열심히 읽고 있구요. 이번 12월달에 한국 간답니다. 그때 책 왕창 사오려구요.

그럼, 이쯤에서 제가 사는 곳과 제 일상소개를 마칠께요.  재밌게 제 글 읽어주셨길 바라구요. 시간나면 제 서재에 종종 들려주세요. 저희의 진솔한 모습들 많이 보여주도록 할께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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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퍼온글] 대통령의 한미 FTA 공부의 이론적 편식

제 목 대통령의 한미 FTA 공부의 이론적 편식
저 자 이근
출 처 미래전략연구원
발간일 2006/08/14
출간형태 보고서
종 류
 
목 차
1. 한미 FTA를 비판하는 이론은 종속이론밖에 없나?
  [전략무역정책 이론(Theory of Strategic Trade Policy)]
  [경제지리학(Economic Geography)과 신성장 이론(New Growth Theory)]
  [국가주도형 경제개발 모델]
  [이들 이론이 한미 FTA에 비판적인 이유]
2. 종속이론이 틀린 것이 한미 FTA 추진을 정당화해 주나?
3.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비주류이론이 반드시 틀린 이론인가?
4. 제3의 모델: 일본 모델 + 싱가폴 모델이 무엇인가?
5. 결론
요 약
노대통령의 언급을 통해서 나타난 현 정부의 한미 FTA 정당화 논리는 상당한 이론적 편식과 잘못된 논리 및 이해에 근거하고 있다. 사실을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공부의 편식을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사회현상은 서로 다른 부문과 영역의 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잡한 상호연결관계를 파악하는 학제적 훈련이 안 되어 있으면 막연하게 전문가 집단에 의존하게 된다. 그것이 한미 FTA를 추진하는 참여정부가 걸려든 덫이라고 보인다.
본문내용
참여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은 정말 이론적으로 면밀한 검토와 탄탄한 기반에서 실행되고 있는 것인가? 참여정부의 최근 국제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사실적 이해가 정확한 것인가?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논하는 자리에서 한미 FTA 비판 세력을 역으로 비판하며 대통령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한미 FTA (일반론으로서의 FTA가 아닌)에 대한 철학과 이론적 이해, 사실관계에 대한 해석 등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는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보다 이론적, 분석적으로 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자료, 혹은 단서들을 제공한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자료와 단서를 이용하여 서두에 제기한 질문에 답하면서 대통령의 한미 FTA에 대한 인식의 오류를 정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하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대통령의 이론적, 논리적 오류, 그리고 공부의 편식에 대하여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1. 한미 FTA를 비판하는 이론은 종속이론밖에 없나?

대통령은 진보세력도 변해야 한다며 한미 FTA 반대세력은 시대착오적인 (대통령 스스로도 공부해 보았던) 종속이론을 가지고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으로 언급하였다. 이 언급은 잘못하면 한미 FTA를 비판하는 이론이 종속이론밖에 없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고, 또 한미 FTA 반대세력은 모두 종속이론밖에 모르는 진보세력으로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를 반대, 혹은 비판하는 이론은 소위 진보적인 종속이론 이외에도 보수적인 경제이론이 무수히 많이 있다. 필자의 한미 FTA비판도 종속이론이 아닌 이러한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전략무역정책 이론(Theory of Strategic Trade Policy)]

우선, 이미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시절 대외무역정책의 근간이 되었던 "전략무역정책이론"이 있다. 당시 공공연하게 "관리무역(managed trade)"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클린턴 정부의 대외무역정책은 NEC(National Economic Council)의 의장이었던 로라 타이슨(Laura Tyson)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교수가 중심이 되어 전개한 전략무역정책이 그 이론적 배경이 되고 있다. 요즈음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한 천재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한 때 열렬히 주장하고 다니다 우여곡절 끝에 등을 돌린 이론이 바로 전략무역정책 이론이다. 이 이론은 당시 잘 나가던 일본의 경제적 성공(economic performance)을 설명하기 위하여 개발된 것인데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하여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의 유용성과 국가의 전략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측면이 있다. 한미 FTA와 관련된 내용은 다른 이론과 함께 뒤에 간략히 소개하기로 한다.

[경제지리학(Economic Geography)과 신성장 이론(New Growth Theory)]

한미 FTA를 반대 혹은 비판하는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두 번째 이론은 소위 말하는 경제지리학(economic geography)이다. 이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라는 논리로 자유무역의 기초인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의 신성함을 깨는 이론으로서 잘 알려져 있다. 앞에서 언급한 폴 크루그먼이 자기가 여태껏 공부한 경제학이 나중에 알고 보니 "경제지리학"이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던 바로 그 학문이다. 경제지리학과 더불어 순수한 자유시장경제 이론을 비판하는 또 다른 경제이론이 소위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or Endogenous Growth Theory)이다. 이는 참여정부가 좋아하는 혁신(innov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론으로서 내생적 혁신이 성장을 이끌어 내는 것을 설명한다.

[국가주도형 경제개발 모델]

한미 FTA 비판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또 다른 이론은 대통령이 비판한 일본식 모델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른바 70년대와 80년대를 풍미한 국가주도형 경제개발이론으로서 후발 국가(late developmental state)들은 자유시장 경제(Laissez Faire Economy)보다는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국가주도형 경제개발로 선발 국가를 따라잡는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한 이론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학자가 독일의 Gerschenkron, 일본의 경제성장을 설명한 Chalmers Johnson(일본 통산성 MITI를 가지고 일본의 경제성장을 설명한 것으로 유명한 학자) 등이다.

한편 정치경제학에서는 이미 통설과 같이 알려져 있지만 주류 경제학에서는 경제사를 많이 다루지 않기 때문에 간과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국제정치경제사를 보면 후발 국가는 대부분 일정 기간의 보호무역을 통하여 자국의 주요한 산업의 경쟁력을 키운 다음 시장을 개방하는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다.(이는 전략무역정책, 신성장이론 등과 상당부분 부합한다). 영국에 대하여 후발주자였던 프랑스, 독일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FTA를 하려고 하는 미국도 보호무역을 통하여 19세기 말 패권국가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국제경제사에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는 개방을 통하여 경쟁력이 생겨나는 것인지, 경쟁력이 생겨난 후에 개방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순서(sequence)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들 이론이 한미 FTA에 비판적인 이유]

전략무역정책이론을 위시하여 순수 자유시장경제 이론을 비판하는 경제이론 등이 한미 FTA를 비판하는 근거로 작동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 국가의 주요 산업, 특히 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미래의 성장동력은 소위 말하는 규모의 경제(scale economy)를 가진 산업들이다(하이테크 산업뿐만이 아니라 금융, 서비스 산업도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를 가진 산업들이 경쟁력을 갖게 되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일단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된 큰 시장을 확보하고, 여기서 시행착오를 거치지만 남들보다 먼저 다량생산의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를 거쳐 다른 국가보다 먼저 경쟁력을 갖게 되고, 그런 다음 세계 시장에서 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여기서 상당히 많은 경우 국가의 이런 저런 형태의 지원이 들어간다. 산업정책이나 보조금의 형태로 지원을 했거나, 자국시장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으로 지원을 했거나, 닫혀 있는 다른 국가의 시장을 열어 초기에 큰 시장을 확보하는 지원을 하거나, 아니면 다양한 국내의 민-관-학 혁신체제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거나 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시장 조건이 자연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논리에서 보았을 때 한국은 미국보다는 우선 자국시장의 보호와 한국보다 경쟁력이 없는 제 3국의 시장에서 learning by doing의 효과로 경쟁력을 제고하고, 그 이후 세계시장에서 선진국과 경쟁하여야 하는데, 한미 FTA는 오히려 순서가 거꾸로 가는 전략이다. 역으로 미국의 전략에 이용당하는 순서이다.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NAFTA를 체결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미국의 미래성장 동력인 하이테크 산업(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있음)으로 하여금 전략무역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이미 나와 있다. 즉 초기 보호된 혹은 유리한 일정규모의 시장 (미국 + 캐나다 + 멕시코)을 확보하도록 하여 경쟁력을 제고하고, 그를 통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국내정치적인 로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를 가진 산업들은 비교우위의 이론과 달리 소위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을 하게 된다. 즉 미국이 프랑스에 자동차를 팔고 프랑스가 미국에 포도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모두 서로의 시장에서 자동차를 파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경제지리학의 이론에 의하면 경쟁력이 꼭 자유무역을 통한 경쟁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우연적인 요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우연적으로 발생한 경쟁력이 경로의존적(path-dependency)으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재생하게 된다. 실리콘 밸리의 경쟁력은 비교우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연적인 요인에 의해서 나온 것이며, 한번 생겨난 경쟁력 때문에 이곳으로 반도체 및 하이테크 산업이 모이고, 따라서 이들 산업의 경로 의존성이 생겨난다. 이는 자유시장(Laissez Faire Economy)의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로의존성이라는 개념과 연관되어 함께 중요하게 등장하는 개념이 표준(standard)이라는 개념이다. 경제에 있어서 표준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가 IBM PC와 Apple 컴퓨터 간의 경쟁과 비디오 미디어 시장에서 VHS와 Beta Max간의 경쟁, 그리고 타자기의 자판 등이다. IBM PC 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우월한 Apple 컴퓨터(맥킨토시 컴퓨터)가 빌 게이츠의 MS 운영체계를 깔은 IBM PC의 표준에 밀리는 바람에 경쟁에서 밀려나는 사건이 그 하나이고, 마찬가지로 기술적으로 우월한 Sony의 Beta Max라는 비디오 포맷이 VHS의 표준에 밀리는 바람에 비디오 미디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다른 예이다. 타자기 자판의 경우에는 현재의 영어 타자기의 자판 보다 훨씬 효율적인 타자기 자판이 있었으나 타자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타자기가 엉켜서 (자판을 두드리면 톡 튀어 나오는 손가락 같은 부분이 엉킴) 좀 효율을 떨어뜨린 순서의 자판이 현재의 영어 자판이다. 그러나 이미 이러한 자판이 하나의 표준이 되어 버려서 엉킴의 염려가 없는 컴퓨터의 시대가 되어도 자판의 순서를 바꾸지 못하는 경로의존성이 생겼다.

이러한 표준과 경로 의존성의 의미는 한번 표준 경쟁에서 지면 소위 표준의 네트워크 효과(network externality)가 생겨서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들어가서 공정하게 경쟁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토이 스토리 등의 만화영화로 재기한 과거 Apple의 스티븐 잡스가 최근 ipod라는 mp3 플레이어로 부활하였으나 본래의 컴퓨터 시장에서는 아직 크게 시장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와 함께 퍼지는 소위 global standard라는 것도 문자 그대로 표준(standard)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global standard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여야 한다. 또한 이러한 global standard는 이른바 IMF-Wall Street-Treasury Complex라는 워싱턴에서 만들어진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로 불렸던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신자유주의 그로벌 스탠더드가 사실은 미국적 스탠더드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사실 유럽, 일본 등 세계를 비교정치경제학(comparative political economy)의 시각에서 보면 소위 신자유주의 스탠더드가 일반화된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님을 곧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적 글로벌 스탠더드를 일반화된 스탠더드로 인식하여 잘못 성급히 받아들이면 경로의존성 때문에 세계경제의 흐름이 또 다시 변화하게 될 때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경직성을 갖게 된다. 한미 FTA는 산업 및 제도의 미국 표준을 한국에 이식하여 이의 경로 의존성을 만들게 된다. 당연히 여기서는 표준을 장악한 미국이 유리한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다.

위의 이론들을 한국의 입장에서 응용하고, 전략을 세운다면, 한국이 추진할 FTA 상대의 순서는 당연히 미국이 상당히 후순위로 밀려야 한다. 전략무역이론, 경제지리, 신성장이론 등이 FTA에 주는 시사점은 자국의 미래성장동력을 일정기간 비교적 보호된 자국시장 혹은 지역시장(regional market)에서 Learning By Doing을 통하여 성장시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지역시장에서 자국 산업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와 동시에 자국의 표준을 깔아 경로의존성을 만드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표준부분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패턴을 따른 전형적이 예라고 생각된다. 에너지 절약형, 디자인 중심형, 브랜드 공략형 일본 자동차 산업은 표준까지 깔아나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한국 삼성의 와이브로는 세계시장에 표준을 깔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가 크다)

이러한 면에서 현재 미국은 자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을 FTA를 통하여 진출시키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금융, 서비스 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서 미국식 제도의 표준을 까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 소송제도도 이러한 무서운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하면 여기서 한국 금융 서비스 산업이 위에서 예로 든 Apple 컴퓨터나 Sony의 Beta Max의 운명을 겪거나, 미국 산업에 흡수되게 될지도 모른다. 즉 한국이 키우고자 하는 미래의 성장동력이 가장 먼저 미국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미 FTA에서 농업도 문제이지만 더욱 큰 문제가 바로 한국 금융, 서비스 산업의 운명이다.

과거 냉전과 GATT 체제에서는 개도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산업정책을 통하여 자국 산업경쟁력을 키우고, 그 이후에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였지만 WTO체제에서는 이러한 보호와 산업정책의 여지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이제 산업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금융, 서비스, 지식산업으로 넘어가면서 특히 지적재산권, 투자, 서비스 등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시장개방 조치가 취해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WTO 협상이 Doha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다자적 시장개방보다는 양자적 시장 개방인 FTA를 통하여 자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을 세계시장에 진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간의 무역분쟁을 보면 일본이 일본 시장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의 시장 점유율을 몇 년도 몇 월까지 얼마로 올려놓지 않으면 무역 보복을 하겠다는 수치목표까지 정해주곤 하였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요하는 작금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위의 이론들이 제시하는 또 다른 시사점은 한국이 FTA를 추진할 때 전략적인 시장 개방의 속도와 순서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은 일찍 열고,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은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미국보다는 열세에 있는 중국이라는 큰 시장, 혹은 제3세계의 시장을 선점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에 표준을 깔아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필자는 스크린 쿼터를 이 시점에서 축소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이다. 무턱대고 미국과 경쟁하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은 많은 경제이론 중 하나의 주장일 뿐이고, 그렇지 않다는 위험성이 경제사를 통하여 무수히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이 "제3세계와 FTA를 해봤자 관세가 낮아지는 것 이외에는 이득이 없습니다"라고 말한 부분은 곧 FTA와 관련한 다양한 이론적 검토와 공부를 안 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발언이다.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 졌지만 이상의 요지는 한미 FTA를 비판하는 근거를 제공하는 이론은 종속이론이 아닌 경제학 이론과 경제사에서 풍부하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한미 FTA에 반대할 이론적 근거로 조절이론(regulation theory)도 있으나 종속이론과 같이 Marxism에 뿌리가 있어서 생략한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이 Fordism, Keynesianism, Taylorism으로 전후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또한 선도산업의 부침 싸이클 개념을 도입한 슘페터, Mensch 등의 싸이클 이론도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으나 논의가 복잡해지는 관계로 생략한다). 그런데 한국의 진보성향의 지식인과 운동가들이 종속이론에 나오는 용어들을 주로 사용하는 바람에 FTA 논의가 정치화되는 왜곡이 생겨나 버렸다. 이러한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말 중 진보가 변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즉 현시점에서 진보도 상대방과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비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2. 종속이론이 틀린 것이 한미 FTA 추진을 정당화해 주나?

필자가 미국에서 정치경제를 공부할 때 미국의 정치경제학은 종속이론이 틀리다는 것을 이론적, 경험적으로 검증하는 커리큘럼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필자도 동아시아의 신흥개도국(소위 NICs 혹은 NIEs로 표현된다.)을 사례로 종속이론을 비판하는 공부를 상당히 많이 한 편이다. 그런데 이 때 배운 종속이론이 틀린 이유는 참여정부가 이해하고 있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유추할 수 있는) 또 참여정부가 한미 FTA를 정당화하는 논리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종속이론이 실패한 이유가 바로 국가, 혹은 정부의 경제에서의 역할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경제개발을 추동하였기 때문에, 그리고 유능하고, 청렴한 관료, 정부의 정보획득 능력, 재벌의 독특한 지배구조 및 노동시장, 국가주도형 금융시스템, 이에 결합된 교육 및 저축 열, 중산층을 위주로 한 비교적 공평한 부의 배분 등이 동아시아 신흥개도국, 특히 한국이 종속이론의 예언에서 벗어나도록 한 주요한 이유로 거론된다.

자유시장(Laissez-Faire Economy)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들은 당시 이들 국가의 경제발전이 국가의 역할보다는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다가 1997년 아시아에서 금융위기가 터지자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이들의 경제발전은 국가의 개입과 소위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로 가능했지만 그것이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국가주도형 경제발전 이론을 금융위기 이전 시기에 한정하여 인정하는 듯한 입장 선회인데, 이에 대한 지적은 그리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여하튼, 한국이 종속이론이 예언한 것과 같이 되지 않은 것은 국가가 개입하였고, 정실자본주의라고까지 불릴 만큼 독특한 정부-자본-노동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미 신자유주의자들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독특한 한국 경제의 시스템은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 및 WTO체제로 인하여 작동하기 매우 어려워 졌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되는 것이며, 더욱이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 정부의 역할은 소위 말하는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구축하는 것 이상으로 커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참여정부의 논리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국가의 역할"부문이다. 종속이론이 틀린 이유가 바로 "국가의 역할"때문이라면 종속이론을 비판하면 오히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종속이론이 틀렸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을 거의 죽여버리는 "신자유주의"로 가자는 앞뒤가 안 맞는 논리가 나온다. 이는 종속이론이 틀린 것하고 한미 FTA추진하고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이 말하는 매우 잘못된 논리적 오류이다. 종속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강조하려면 "국가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여야 한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한미 FTA는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시키는 좌파 신자유주의가 아니던가.

또한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로 국가의 역할이 문제가 있다는 경제담론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퍼지고 있으나 앞에서 소개한 "전략무역정책이론", "경제지리학", "신성장이론" 등과 신자유주의 간의 싸움은 결판이 난 싸움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은 비교적 양심적인 미국의 주류 경제학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전 세계은행 부총재, 노벨경제학상 수상)와 제프리 삭스에 의해서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지금 참여정부가 종속이론을 문제 삼는 것은 한미 FTA 반대 주장에 대한 정치적인 공세일 뿐, 진지한 이론적, 경험적 근거에 기반한 반격이라고 할 수 없다. 즉 참여정부는 한국 및 아시아의 신흥개도국에 종속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가지고 한미 FTA를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다.


3.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비주류이론이 반드시 틀린 이론인가?

참여정부의 경제관료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의 이론을 받아들이고 따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는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엘리트 관료들은 미국에서 이러한 경제학을 공부하고 돌아오고, 또 세계 경제학계를 이러한 담론들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고시의 경제학 시험문제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멕시코의 경제관료들과 한국의 경제관료들의 경제관은 아마도 비슷할 것이다. 예전에 이를 비판하는 용어로 "Chicago Boys" (Chicago 대학에서 경제학 교육을 받은 제3세계의 경제관료)라는 말도 있었다.

전문적인 경제지식에 문외한인 참여정부의 정치 전문가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다른 이론들은 다 학계에서 인정을 못 받는 비주류 이론들 아닌가? 왜 우리가 그러한 이론을 검토하고 따라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면 참여정부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믿고 따르라"는 것이다. 한미동맹, 전시작전통제권, 북핵문제에 대한 주류의 이론과 사고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다 나와 있다. 꼭 주류 이론만을 따라야 한다면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소위 말하는 조, 중, 동과 같아야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외교 안보 부문에서 추진하는 것은 비주류의 이론과 사고에 근거한 정책들이다. 이들 이론과 사고는 매우 위험하고, 현실에서 증명되지 않은 것으로 공격받고, 또 주류 학계의 잡지와 회의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 즉 주류 외교안보 담론에서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이론과 사고는 왕따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자신들의 외교안보 정책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럴만한 이론적, 경험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위에서 소개한 이론들도 그러하다.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한미 FTA를 지지하는 이론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대학교 다닐 때 "과학철학" 과목 혹은 "사회과학 방법론" 과목을 하나만 들었어도 주류 담론, 혹은 패러다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토마스 쿤(Thomas Kuhn)의 사회학적 이론을 알고 있을 것이다. 패러다임은 다수가 장악하는 것이지 다수가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는 외교안보 문제와 경제문제를 접근하는 태도와 수준이 전혀 다르다. 외교안보문제는 그래도 다양한 사고와 검증을 해본 수준이고, 경제문제는 공부의 편식을 한 수준이다. 대통령이 말하는 "좌파 신자유주의"는 공부부족을 실토하는 것이지 뭔가 대단한 역발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일관성이 없고, 아마추어 같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참여정부가 주장하는 외교안보와 정책을 뒷받침하는 국제정치의 설득력 있는 비주류의 이론과 담론도 무수히 많다.)

요약하자면, 참여정부는 외교안보 사안보다 훨씬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주류 담론을 장악한 전문가들에 의지하게 되고 그들이 제시하는 처방을 따라가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이러한 전문가들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을 이론화한 것이 바로 전문가들의 인식공동체 이론(epistemic community, 필자는 이를 인식 공유체로 부른다. 왜냐하면 이들 전문가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공동체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이다. 지금 참여정부는 이들 경제분야의 인식공유체에 딱 걸려들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전문적인 분야라서 다양하게 공부하고, 검토하고, 생각할 능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사실 이는 참여정부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준비된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정권에서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항상 이런 일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는 한미 FTA 추진을 정당화하는 이들 인식공유체(통상교섭본부, 경제부처의 경제관료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적인 네트워크)의 주장을 종교적으로 믿고 따라가지 말고 좀 더 엄밀하고 정교하게 검증하고 따져보아야 한다. 장하성 교수의 주장처럼 경제정책은 신념에 의해서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반 시장적인 것이다. 또 나라의 경제를 도박과 같이 한번 이쪽에 걸어보겠다는 식으로 결정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위험한 짓이다. 끝까지 연구하고 검토해 보고, 최종적인 결단을 내려야지, 감이 이쪽이니까 이쪽에 베팅하겠다는 식으로 도박을 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발상이다.


4. 제3의 모델: 일본 모델 + 싱가폴 모델이 무엇인가?

대통령은 제3의 모델로서 일본모델 + 싱가폴 모델을 언급하였다. 그런데 한미 FTA를 통해서 어떻게 이러한 모델을 달성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일본 모델 + 싱가폴 모델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림을 그려서 국민들에게 보여준 적이 한번도 없었을 뿐더러 (준비부족을 의미함) 한미 FTA를 통하여 이것이 가능할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싱가폴 모델에 대한 대통령의 이해도 상당히 의문시 된다. 장하준 교수가 지적하였듯이 싱가폴은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제조업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정부의 힘이 매우 강한 일당 지배의 권위주의 국가이다.).

싱가폴 모델(혹은 일본 모델 + 싱가폴 모델)의 문제점을 따지게 되면 내용이 또 길어지기 때문에 여기서는 한미 FTA가 어떻게 일본 모델 + 싱가폴 모델을 가져올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는 질문을 하는 정도로 넘어가고자 한다. 다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도시국가인 싱가폴 모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능한 것인지는 쉽게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일본식 모델 + 싱가폴 모델은 전혀 신자유주의적인 모델이 아니다. 싱가폴의 국가부문의 개입에 대해서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고 또한 일본의 기존 제도의 견고함에 대해서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이해와 달리 모든 국가들이 미국과 FTA를 하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전체 미국 대륙을 하나의 거대한 자유시장으로 묶으려는 FTAA라는 것을 추진해 왔는데, 얼마 전 브라질을 위시한 중남미 국가들의 반대로 중단되었다. 특히 브라질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브라질 고유의 경제구조를 미래의 성장산업과 연결시키는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즉 브라질 농업과 에너지, 환경산업을 연결하는 Agro-Energy프로젝트가 그 한 예이다. 브라질에서 풍부한 사탕수수를 가지고 에탄올 에너지를 가공하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표준의 농업 및 에너지 산업을 브라질이 주도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이는 브라질 농업의 구조전환과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일석이조의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브라질은 인도, 중국, 일본 등과 동부문에서 협력을 심화하는 경제외교에도 열심이다. 아직 성공할지 실패할지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브라질의 프로젝트는 앞에서 소개한 소위 비주류 경제학 이론에 상당부분 부합하는 매우 전략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키워내는 제3의 모델과 같은 느낌마저 든다. 물론 이러한 단편적인 예를 가지고 제3의 길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무언가 창조적인 생각을 해 내야 한다는 점에서 브라질의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


5. 결론

노대통령의 언급을 통해서 나타난 현 정부의 한미 FTA 정당화 논리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당한 이론적 편식과 잘못된 논리 및 이해에 근거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아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같은 사실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사회과학에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안다는 것은 사실을 어떠한 이론적 틀에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게 보는 것이냐의 문제로 연결된다. 사실을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공부의 편식을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사회현상은 서로 다른 부문과 영역의 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잡한 상호연결관계를 파악하는 학제적 훈련이 안 되어 있으면 막연하게 전문가 집단에 의존하게 된다. 그것이 한미 FTA를 추진하는 참여정부가 걸려든 덫이라고 보인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주장하는 "통합적 사고"를 하는 지식인을 길러내는 것이 한국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사고에서 국가전략이 나와야지, 아무런 전략 없이 그저 개방만 하면 된다는 기계론적 이론의 적용은 국가의 불행으로 연결될지 모른다. 한미 FTA를 이대로 무작정 추진하지 말고 참여정부 내부에서 좀 더 따져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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