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한국형 시리즈 1
여준상 지음 / 더난출판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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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 마케팅의 현장에서 오래 활동한 저자의 체험이 잘 녹아든 책이다. 반면 키워드 묶음 이상의 무엇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저자가 5가지로 만들어낸 주요 키워드들을 들여다보며 다시 근저에 있는 두개의 흐름(민족성과 단기성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는 한국사람들의 오래된 저변에 흐르는 고유한 민족성에 연원한다. 이것들을 살펴보면 삼국지 동이전에 거론된 음주가무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감정성이 대비된다.

내일 이라는 단어가 우리말로 없다는 점을 강조했듯이 현세적이라는 면도 계속 이어진다.

관습성은 그냥 하던 것이 계속 이어진다는 면에서 이 쪽에 갖다 놓을 수 있다.

다음 한국은 60낸대 이후 단기간에 급성장 했다.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올라서고 생활수준이 바뀐다. 때문에 상향성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무엇을 바라니까 말이다.

더해서 한세대 정도의 기간에 주요 성장이 이루어지다보니 얼마전까지 출발선에서는 다들 똑 같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빨리 성공한 사람도 쉽게 인정안해주고 나도 운만 맞으면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점은 저변에 평등주의를 가지고 있고 결국 집단성으로 이어진다.
영,미는 이미 차별화된 나라이기 때문에 상위 레벨의 삶을 굳이 동경하지도 않는다. 그냥 인정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게 포기하고 살아간다. 반면 한국은 아직 교육의 신화가 남아 있어서 노력하면 된다고 다그친다.

이런식으로 특징을 더욱 파고들어가면 더 깊은 논리가 나오고 더 큰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한국에서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손에 쥐고 계속 들추어 보며 활용하기 좋은 팁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이어지는 후속편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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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여행에 똥침을 쏘다 - Never Ending Travel 3
딴지관광청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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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기획의 승리다.

아름다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덜 아름다운 여행을 피해야 한다.
이 책이 까발리는 여행의 허구성은 적나라한 수준이다.
집에 오는 카드 통지서에 끼여들어 오는
값싼 제주도 여행이나
비행기 값 부근인 미국여행을 직접 체험한 사람들이
써내려간 여행기는
아름답지 못한 여행을 제대로 알게 해주어
굳이 겪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주는 충분한 간접체험이 된다.

덧붙여 유명여행지의 허구성도 좋은 시도다.
싱가폴의 사자상, 속초의 잠수함 여행 - 나도 이거 해보려다가 이 책보고 관두었다.
이건 spoiler 인가? 아니면 주머니 사정 절약해주는 고마운 팁인가. 글쎄 어쨌든
딴지다운 짓거리다.

이것만 있나? 아니 다른 책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여행체험도 있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훑어보면서 여행 기법 다듬는데 좋은 책이다.
짧은 시간에 읽힌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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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Y - 진짜 뉴요커처럼 여행하는 비밀, I Love Series 01
윤신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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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 자본주의 문명의 꽃, 세계금융의 중심지, 9.11 테러, 다인종의 멜팅 포트,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의 배경.

국민소득이 1만에서 2만불로 올라가면 바뀌는 부분이 바로 문화다.
특히 식문화와 공연문화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오페라의 유령이 히트 치고 이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이 가끔씩 소개되는 것을
보면서 한단계 올라서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울러 동남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전통음식들이 그 나라 출신 요리사들의
손에 의해 소개되는 것도 새로 발견할 수 있는 현상들이다.
이런 문화의 원류는 뉴욕에 있다. 수십개의 뮤지컬들이 365일 공연되고
거의 대부분 민족들의 음식이 원형대로 혹은 미국화되어서 우리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그러니 여행가서 절대로 한국식당 고집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저자는 그 뉴욕에서 1년 가까이 체류하면서 이책을 만들었다.
기존의 여행안내서와는 다르게 장기 체류를 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샅샅이 훑을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보는 쪽이 맞다.
덕분에 짧게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불만일수도 있다.

책 뒤에는 장기 체류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소개된다. 다들 큰돈을 들여 와있지만
보다 중요한 건 꿈을 키우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모던 한 것을 느끼고 싶어 더 넓은 세상에 뛰어들기를 원한다면
먼저 이 책을 들고 거리 하나 하나를 걷는 꿈을 꾸기를 바란다.
꿈을 간절히 꾼다면 언젠가 이루어지니까.
그리고 언젠가 정작 그 장소에 갔을 때 미리 준비된 사람이야 말로
제대로 값어치를 느낄 수 있을 거니까.

PS : 회사일 하면서 뉴욕 부근에서 수개월 장기체류 하면서 맨하탄을 열심히 방문했었다.
그동안 여러가지 것들을 보고 느꼈다.
지금도 나에게 첫번째 방문기회를 준 회사의 여러 팀장님과
JFK공항까지 마중나와준 친구, 가족과 장기체류할 수 있도록
집을 빌려준 후배까지 여러 사람들이 베풀어준 고마움을 잊기 어렵다.
팁 하나 덧붙이자면 삼성다니는 친구 명함 빌려가면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짜다. 일행까지. 수십불 절약할 수 있다. 물론 명함과 여권을 대조하자는
정신나간 소리를 그네들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메트로폴리탄도 도네이션 시스템이기 때문에
적당히 내면 된다. 그돈 모아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꼭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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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자본묵시록-풍요의 악순환
도박묵시록 카이지 26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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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내가 좋아하는 만화라고는 결코 할 수 없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노부유키의 그림체는 아무리 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 잔인하게 말하면 싫어하는 그림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는 "Arms, 스프리건"의 작가 "료우지 미나가와", "헬싱(Hellsing)""히라노 코우타" 스타일이다. 하지만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작품들이 주는 충격은 이 모든 것을 상회하고도 남는다. 1958년생 개띠인 만화작가 후쿠모토 노부유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극(極)"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작품 "무뢰전 가이"를 보고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워낙 그의 그림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의 작품을 보고나면 며칠동안 더러워진 기분을 만회하기 힘들기 때문에 "도박묵시록 카이지"도 오며가며 한 번 보긴 봐야 할 텐데 하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읽고 나서도 이 작가의 극단적인 묘사와 이야기 진행 방식은 영원히 익숙해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작가의 낯짝이나 보아둘 요량으로 찾아보았는데, 작가는 알게 모르게 자신과 닮은 얼굴을 캐릭터화한다는 만화계의 오랜 격언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카이지와 숙명의 대결을 펼친 리네카와를 합쳐 논 듯한 얼굴이었다. 이쯤 읽고 난 뒤 저 인간이 이번엔 왜이리 엄살이야라고 한다면, 당신은 노부유키의 만화를 한 편도 읽지 않은 사람이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다면 이미 한 번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일 것이다. 소설에 문체란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만화에서 그림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어렵지 않게 추측해낼 수 있다. 소설가의 문체란 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듯 만연체, 간결체, 건조체 식으로 확연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작품마다 다르고, 작품 내에서 호흡을 긴박하게 끊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다소 늘어진다 싶게 유장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뛰어난 이야깃꾼일 수록 호흡과 완급을 조절해가며 독자들과 승부를 벌인다.

앞서 나는 노부유키의 그림체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그런 개인적인 취향에서 한 발짝 물러나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각진 캐릭터와 거칠고 굵은 선, 투박한 배경묘사는 작품의 스토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이 작품의 스토리로 한 번 들어가보자.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제목에 이미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도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의 독서 행태는 스스로도 잡독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독서행태와 달리 나의 취미는 담백 그 자체에 속한다. "읽고 보고 듣는다"가 내 취미 생활의 전부이고, 이와 약간 다르게 활동적인 취미가 있다면 "찍는다" 정도가 있을 뿐이다. 바둑, 장기는 물론 당구, 볼링도 할 줄 모르고, 술도 거의 안 마신다. 4천만의 유희인 고스톱도 장가들어 친척들이랑 어울리려다보니 간신히 패나 떼는 정도다. 그것도 가끔 왼쪽으로 돌려야 하는지 오른쪽으로 돌려야 하는지 몰라서 어른들에게 야단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인 사람이다.

그러니 도박은 더욱더 젠병인데, 혼자 그런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워낙 나의 투쟁심이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는 게 싫은 건지, 지는 게 싫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다못해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도 온라인으로 누군가와 대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혼자 컴퓨터랑 논다. 일단 승부를 겨루는 일 자체가 피곤하다. 그래서 남들이랑 심심풀이로도 내기하는 법이 거의 없다. 게다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도 이기는 법이 없으니 남들 연애담에 등장하는 애인 팔목 때리기 게임에서 애인 팔목을 시뻘겋게 달아오르게 하곤 호호 불어주었다는 이야기는 나에겐 거의 영웅전설에 해당한다. 그런 사람이 온갖 "도박"이 등장하는 만화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결론은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재미라고 한정지어 말하기에 미안할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겠다.

주인공 카이지는 도시 변두리를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나 하는 변변치 않은 청년이다. 가진 것도 없고, 별로 배운 것도 없는 그저그런 청년인데, 심성이 곱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가진 자들에 대한 공연한 복수심에서 남의 고급차에 못으로 흠집내기를 일삼는다. 그런 어느날 카이지에게 사채업자 엔도가 찾아온다. 친구의 빚보증을 서준 것이 잘못되어 그가 평생동안 일해야 간신히 갚을 수 있을 어마어마한 액수의 빚을 변제해내란 것이다. 엔도는 카이지에게 평생 빚을 갚으며 살던지 아니면 재애그룹에서 운영하는 도박선의 게임에 참가하여 빚도 갚고 일확천금도 얻을 수 있는 길을 택하던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이야기한다. 카이지는 고심 끝에 게임에 참가하기로 한다.

만화를 보기 전에 나는 잠시 하다못해 고스톱도 여러 규칙들이 있어 게임 규칙을 모르는 사람들은 봐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데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선 얼마나 어려운 게임들이 벌어질까 내용을 이해못하면 어떻게 하지란 염려를 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게임(도박)의 규칙은  매우 단순해서 도박을 모르는 이들도 이해하기 쉽다. 이 만화엔 첫번째 도박 "한정 가위바위보"로 시작해서 "용사의 길", "E카드", "제비뽑기", "지하친치로", "빠찡코"에 이르기 까지 모두 6개의 도박이 등장하는데 작가 노부유키는 만화를 보기만하더라도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사람을 알기 위해선 함께 술을 마셔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함께 도박을 해보는 편이 더 빠를 것 같다. 노부유키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도박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존재 방식과 숨겨진 이데올로기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도박을 아는 이들은 도박을 통해 돈을 따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소위 타짜들이 이야기하는 도박의 십계명 가운데 첫째 "카지노의 규칙은 카지노 업체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잃는 것은 당연하다."이다. 얼핏 노부유키의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패자에게 쓰레기라는 치욕을 안겨주며 승자가 패자에게 한없는 경멸을 보낸다. 리네카와는 "너희들은 계속 져왔기 때문에 지금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빈궁하고... 꾸물꾸물... 인생의 밑바닥을... 기고 기고... 기고 또 기고 기고..., 기고 있는거야...! 왜냐? 그것은 너희들이 오로지 계속 지기만 했기 때문이다. 이기지 못하면 쓰레기.. 이겨야만한다... 이겨야만한다!"고 말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닌가? 평생직장의 신화가 무너진 뒤 우리 사회는 승자독식의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종종 한 명의 천재가 100명의 무능한 직장인들을 먹여 살린다는 식의 주장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곳이 현재 우리 사회의 풍속도가 아닌가.

"도박묵시록 카이지"엔 숱한 명대사들이 있다. 하지만 그 명대사들은 "카우보이 비밥" 류의 쿨하고 철학적인 그럴 듯한 외피를 뒤집어 쓴 낭만적인 대사들이 아니다. 이 작품의 주요 명대사들 가운데 대부분은 카이지를 철저하게 경멸하고 자신들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도박을 하기 위해 온갖 치사한 규칙과 트릭을 이용하는 리네카와의 입에서 나온다. 그 가운데 압권인 부분을 소개해본다.  리네카와는 도박에 나선 이들의 심리를 패자의 것이라 말한다.

보통 치료로는, 구원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심성이 병들어 있어. 그 병이란... 어떤 사태에 이르든 철저히 진검 승부를 하지 못한다는 병이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건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놈들은 너무도 깊이 그 생각에 빠져서, 자신의 공상과 현실을 구별 못하는 바보천치들이야. 언제든지.. 용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빚을 떼어먹든, 또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 사람을 죽인다 해도 말이야... 나는 잘못이 없다. 나는 용서 받는다. 왜냐하면.. 지금 일어난 이 사태는 어디까지나 '가짜' 고, 진짜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야. 거짓말이 아냐. 그 증거로 지금 이렇게 명백하고 적나라하게... 목숨을 건 승부고, 패배는 죽음이라고 얘기 했는데도, 놈들은 그걸 자기 편리대로 멋대로 왜곡하고있어. ...<중략>... 자기 사정이 나빠지면 도중 하차라니... 뿌리째 썩어 있다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어. 저런 놈들은, 평생 그 '가짜'에서 눈을 뜨지 못해. 우둔하게 자고싶은만큼 자고, 억지로 일어나서, 반쯤 자고있는 듯한 의식으로 매일을 반복하지. 따분한 걸 죽도록 싫어하면서도, 그 근본원인은 외면하고, 조금 열중하는 순간이라고 한다면, 보잘 것 없는 도박이나, 별 상관도 없는 여자를 쫓아 다닐 때 정도... 왜 그런 욕나오게 재미없는 기분으로 이 인생의 귀중한 하루하루를 소비하고있느냐면... 언제나 어떤때든지 현실은 놈들에게 있어서 '가짜' 이기 때문이야. 즉, 진짜가 아닌 ... 이 현실이... 자신의 진짜 현실일 리가 없다... 놈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하지... 따라서, 서른이 되든 마흔이 되든 놈들은 계속 착각을 하는거야. 내 진짜 인생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고! '진짜 나' 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이 정도라고, 질리지도 않고 계속 그렇게 착각하다가 결국은..., 늙고..., 죽는다! 그 순간 싫어도 깨닫게 될꺼야.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것이, 통째로 '진짜' 였다는것을! 사람은 가짜로 살고있지도 않고, 가짜로 죽을 수도 없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리셋하듯, 인생을 새롭게 포맷하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을 것이다. 과거의 잘못들을 지우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는 욕심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과거에만 사로잡혀 현실을 자기 것으로 깨우치지 못할 때의 위험, 도피 심리를 이보다 적절하게 나무라기도 참 쉽지 않을 성 싶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읽노라면 무한경쟁 시대에 어떤 마음 가짐으로 남들을 짓밟고 올라서며 살아야하는지을 알려주는 "처세술의 보고" 같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고 보면 이 작품이 그와 반대로 저들이 짜놓은 무한경쟁의 카지노, 즉 다수의 사람이 패배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카지노의 운영자들인 최상위 계층의 일부만을 위한 게임 경연장이 되어가고 있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깨달을 수 있다. 카이지가 결코 넘어설 수 없을 것 같던 리에카와를 넘어서는 순간, 카이지 앞엔 다시 제애그룹의 넘버원 헤이토(효우도)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 순간 리네카와는 거대한 도박장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 게임의 승자는 리에카와도, 헤이토도 아닌 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카이지는 제애그룹과 헤이토에게 도전하여 승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들은 카이지에게 도움을 얻고서도 그를 돕지 않는다. 믿음을 저버리고 배신한다. 이런 순간 도박판은 우리 사회의 축도가 된다. "도박묵시록 카이지"가 세상에 던지는 비수 같은 한 마디 "타인의 비참함을 보고 돕지 않는점... 죽게 내버려 둔다는 점에서는 다를바 없어... 마찬가지야... 돈을 보내면 구원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그야말로 얼마든지 넘치고 있는데도 우리는 보고도 못본체... 결코 돈은 보내지 않아. 결국 자신의 물욕과 쾌락에 돈을 쓰고 있어. 즉, 철저하게 모른체한다. 남이 아무리 굶주리든... 죽든... 괴로워하든... 알바 아니다... ...99.9%... 사람은 남을 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을 구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아프지 않으니까!!"라고 말이다.

복권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복권을 판매하고 그 수익을 통해 공공사업이나, 공익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첨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복권을 사는 이들은 주로 어떤 계층일까? 대개는 중산층 이하에 속하는 이들이 태반일 것이다. 그렇다면 복권은 빈자의 호주머니에서 빼낸 돈을 이용해 이를 다시 공익사업에 지원한다는 말이 된다. 자본주의는 게으름을 비판하고, 근면성실을 강조한다.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의식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부자가 된 이들은 하나같이 근면성실하게 노력해서 성공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직하게 노력해서 돈 번 이들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자본가들은 "노동은 신성하다"라는 기독교적 실천 윤리를 강조한다. 이는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이데올로기란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옹호하기 위해 사회의 구조적 관계를 은폐하고, 마치 다른 것인양 변환시킴으로써 사회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왜곡 시키는 것이다. 이런 이데올로기들은 세계에 대한 개인의 진짜 동기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여 가짜 동기를 상상하게 만들고, 현실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모순을 상징적으로 해결하도록 부추긴다. 이렇게 미화된 노동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재화를 창출할 수 있을 만큼 생산성이 확대되었지만 노동자의 행복은 실질적으로 증진되지 않았다. 혹시 노동자란 말이 듣기 싫은 분들은 개인의 행복이라고 해두자. 노동자들은 이전과 같은 생활 수준을 누리기 위해 좀더 많은 시간을 노동에 매달려야 한다. 예전엔 아버지만 일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어머니들도 나서서 일해야 한다. 사회는 좀더 좀더 많은 것을 소비하도록 부추긴다. 남들처럼 살기 위해선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더 많이 벌기위해선 더 많이 일해야 하는 노동 중독 증상이 강화된다.

노동자들이 창출해낸 재화가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않는다면, 이런 현실을 노동자들 스스로의 자각으로 깨뜨리지 못하고, 좀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좀더 많은 노동에 매달리는 동안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왜 노동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없이 진행되는 동안, 패할 수밖에 없는 카지노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풍요로운 삶을 위해 즉, 더 많은, 혹은 전혀 쓸모없는 것들을 구입하고, 소비하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웰빙하기 위해 돈을 버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다보니, 지방이 축적되고 다시 건강을 위해 돈을 들여 운동을 해야하는 것처럼 또 그만큼 많은 일을 해야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이제 빈곤의 악순환은 어느 정도 벗어났을지 모르나 이보다 더 치명적인 '풍요의 악순환(vicious circle of affluence)' 은 사회 구성원들 누구에게도 공존을 허락하지 않는다.

"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 라는 이 좋은 글귀는 나치의 유대인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 정문에 붙어 있었다. 이 거대한 도박판,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러시안 룰렛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카이지는 인간 상호간의 연대와 믿음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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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를 말한다 가치투자총서 5
커크 카잔지안 지음, 김경민 옮김 / 이콘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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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하면 버펫과 그레이엄을 떠올리지만 이 책을 보면 버펫을 존경하지만 다른 투자 방법으로 성공에 이른 펀드 매니저들이 나온다. 무려 20명이나 나오다 보니 각기 성장배경, 기법, 특성이 다르다.

이들은 때로는 버펫과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기술주의 대표주자인 시스코, 델, AOL, 아마존에 투자하는 경우도 꽤 있다. 물론 어떤 사람은 CD의 뒷면에만 정보가 기록되기 때문에 앞면에 그림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고 한다. 이 사람은 기술주에는 절대 투자 않는다고 한다. 반면 AOL을 사용하다보니 접속속도가 느려지는데 원인이 너무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인 것 때문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AOL에 투자한다면 그것 또한 일리가 있다. 가치투자자 답게 이들의 기술주 투자는 무척 쌀때 이루어졌다. 하긴 비싸게 사서 폭락할 때까지 들고 있었다면 이 책에 거명되지 않았을 것이다.

가치투자가 안전한 길이라고 하지만 정작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그레이엄이 대공황 직후에 제시한 기준은 시간이 갈수록 충족되는 주식을 찾기 어려워졌고 덕분에 그레이엄도 기준을 완화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버펫이 코카콜라를 샀을 때 그레이엄의 방식, 버펫이 이전에 사용하던 방식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는 예전 보다는 훨씬 비싸게 샀지만 더 비싸게 팔았기에 성공한 투자가 된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온 여러 투자가들이 기술주를 비롯해 다양한 투자법을 사용한 것을 꼭 삐닥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선호하는 업종과 종목도 다양해서 TV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미디어 관련 주식, 담배회사가 소송걸려서 지면 사는 사람, 회사가 망할 것같이 몰려서 CEO를 바꿀때 (루 거스너가 IBM 맡을 때나 아이아코카가 크라이슬러 맡을 때) 사는 사람, 회사 이름 자체를 바꾸어 볼때 등등 다양하다.

공통점으로 느낄 수 있는 장점은 역발상에 강하다는 점이다. 가치투자가 쌀 때 산다는 점에서 남들이 외면할 때 혹은 미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 쓸쓸할 때 사야하는데 분명 고독하고 힘든 길일 것이다. 싸게 사서 모멘텀 투자가들이 달려들면 넘기고 다시 그들이 포기하면 사들이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면에서 확신을 가져야 하는데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가 애널리스트로 먼저 훌륭한 성적을 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어려서 부모로부터 받는 교육의 영향도 큰 것 같다. 카지노에 같이 갔다가 도박을 하면 잃는다는 걸 가르쳐주려고 코인을 넣는데 계속 돈이 쏟아지는 통에 아들에게 결국 리스크를 안고 모험을 하라는 가치관을 심어주게 된 아버지도 나온다. (아들은 결국 펀드매니저가 되었다)  연말 배당을 받을 때 마다 일부를 용돈으로 주어서 예금 보다 배당 주는 주식 쪽이 좋다는 걸 가르친 아버지도 있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전체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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