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 미래의 CEO를 위한 MBA시리즈, KI신서 726
그로비스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 지음, 김영환 옮김, 위정현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경영전략에 대한 책은 수도 없이 많은데 대체로 너무 이론적인 분야에 치중해서 명성에 비해
마음에 와닿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다.
반면 이 책은 전략 이론을 가지고 일본기업들에 적용해본 경험이 매우 잘 녹아 있어서 좋았다.

책 전반에 걸쳐 미국 중심의 이론을 일본화시켜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데 매 장마다 독특함이 엿보인다.
포터, BCG 등 여러 이론가들의 정교한 이론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사례 중심으로
묘사된다. 굳이 책의 포지션을 정하자면 포터 등의 책을 읽고 공감은 가지만 막상 실무에 적용하기에
막연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읽으면 매우 좋은 작품이다.

일본의 경험을 담은 좋은 예를 General Manager의 역할이 일본과 미국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던 것이 좋겠다. 일본에 설립된 다국적 회사 법인의 영업책임자가 임명되었는데
이 사람이 본사와 의사 소통에 실패해서 해고되기 까지 과정이 나온다.
실패의 이유를 개인적인 것에서 찾지 않고 두 나라의 문화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찾았다.
일본의 기업은 매니저라고 해도 자율성이 적어서 부하 직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도
많다. 여기에 맞추어 책임 또한 적게 가져가려고 한다.
반면 미국 기업은 훨씬 많은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려고 한다.
일본 기업에서는 실무자가 중요하고 경영층으로 가도 실무자의 의견에 많이 의존한다.
반면 미국 기업은 리더십을 보다 강조하는 편이다.
덕분에 영업책임자는 미국 관리자 또한 일본식으로 실무자인 자신의 일을 잘 모를 것이라고 가정하고
단지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했다.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본사의 요구에 대해
의아해했지만 결국 자신과 본사의 의도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만다.

책 전체에 흐르는 내용이 어려운 주제를 이와 같이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면서 손에 잡히도록
묘사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건희 시대 - 우리는 정말 이건희를 알고 있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읽고 느낀 감상은 우선 그동안 나왔던 잡다한 홍보 혹은 비판서에 비해 강준만의 이 책이 훨씬 고려해 볼만한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준만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이건희에 대한 각종 기록을 잘 모아서 종합적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이 어려웠던 것은 이건희 본인이 발표한 책이나 글이 적기 때문에 자료 취합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것 때문이다.

현 시대를 놓고 노무현과 같은 통치자로 상징을 삼기 보다는 기업인 이건희를 내세워 이건희 시대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이건희라는 인물이 가지는 중요성을 높이 산다. 그 다음 강준만이 지적하는 것은 막상 사람들이 이건희를 잘 모른다는 점을 깨우쳐주려고 한다. 당신이 아는 그 사람의 참모습은 이미지와 다릅니다라는 가르침을 주는데 이 책의 상당부분이 할애되어 있다. 은둔자이고 까다로운 개성을 가졌다는 지적 등은 가쉽성이 될 수 있는데 정작 중요한 비판은 삼성의 성공이 모두의 성공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삼성이 성과를 주변과 골고루 나누지 못하고 총수 일가의 지위를 방어하는데 과도하게 쏟고 있고 이 과정에서 사회가 1등에게 요구하는 높은 도덕적 기준과는 거리가 먼 행태가 발생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이러한 비판의 과정에서 한가지 같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기업이 사회의 발전과 그리 동떨어져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의 경제발전과 함께 이루어진 정치적 변화 또한 매우 급속도였다. 박정희 시절 이병철이 세배를 가지 않은 점을 놓고 자기 존중이 강하다고 표현되어 있다. 그 배경에는 아마 한국비료 사건을 통해 밀수를 통한 정치자금 제공을 공모해놓고 박정희 혼자만 빠져나가 버린 원망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전두환 시절에는 재벌이라 해도 강제로 협박에 의해 기업을 정부에 헌납해야만 했다. 유신이나 5.18과 같은 쿠데타를 통해 총칼로 주변을 위협하며 절대 권력을 세우는 정치적 상황에 기업이 대응하다보면 기업 또한 절대적 권위가 강조된다. 국가의 운영 스타일과 기업의 운영 스타일이 닮아간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재벌총수가 제왕적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 이전에 재벌이 그러한 시대적 상황에 적응력이 뛰어났던 조직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하는 쪽이 좋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노태우 시절을 보아도 경제관료 한명 (김종인 경제수석)만나기 위해서 정주영 회장이 여러시간 문앞에서 기다리다가 박대를 당하는 장면도 나온다. 상하관계에서 정치자금에 대한 요구는 주는쪽 받는쪽 모두 당연시 되는 행위였다. 김영삼, IMF 시절 등을 겪으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만들어진 위기를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한 몇몇 기업들과 정부와의 힘의 관계는 급속도로 역전되어 간다.

그 결과가 지금 보여주는 이건희 시대로 표현되는 삼성공화국이다. 학문을 한 사람, 민주화 운동에 매진한 사람의 경우 재벌의 성공을 단지 정부의 특혜 내지 노동자의 착취 정도로 간단히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부정족 요소만으로 세계적 기업이 나올 수는 없다. 김영삼 정부의 혜택을 많이 받은 기업은 한보였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국민의 돈을 빨아들이고 무너져버렸다. SK와 같이 통신과 같은 인허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도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요지는  안에서 일등하는 것은 정부의 혜택으로 될 수 있지만 밖으로 나가서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1등하는 산업이 하나씩 늘어나는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도 꼭 그렇게 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는 한국을 경계하려고 하고 중국 또한 배울점과 배워야하지 않을 점을 구분하며 한국에 대해서 연구한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이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연구해보려고 나서는 것이지 단점만 있다면 시간을 할애할 가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찾고자 하는 장점에 대해서 한국사람들 스스로는 별로 발견하려고 하지도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강준만의 이 노작 또한 장점 발견은 한사코 외면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 중간에 네티즌들의 서평이 인용되었는데 과분하게도 내가 알라딘에 올린 글 또한 들어가 있었다. 아쉽게도 글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삼성의 강점 부분은 짤려 나가고 비판은 고대로 실렸는데 더해서 마지막에 토가 달렸다. 강준만이 보기에는 내 글이 삼성에 대한 비판이 철저하지 못하고 긍정적인 지적을 덧붙였는 것을 문제로 삼는다. 이런식의 태도가 결국 책의 방향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가지게 했다.

가령 이건희가 혼자 틀어박혀 사색을 많이 한다고 책에 지적되었다. 그게 무슨 경영이냐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식의 비아냥이 연상되는 대목이지만 삼성의 그런 식의 기업운영과 말 많고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노무현의 국정운영을 비교해보면 어느쪽이 효율적인 경영인지 비교되지 않을까?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분명 일본이 부러워 할 정도로 삼성식 경영에는 우월한 점이 존재한다. 이건희의 해외 출장을 지원하기 위해 주재원들이 고생하는 점은 지적되지만 그런 과정에서 찾아진 일류화의 노력의 기반이 되는 디자인, 마케팅 역량 강화에 대한 이건희의 집념은 칭찬되지 못한다. 그러한 안목과 꾸준한 노력 없이 삼성 애니콜의 세계 제패가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연결해볼 줄 알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강준만에게는 칭찬의 미덕이 부족한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삼성의 발전을 놓고 양극화를 논하기 이전에 장점을 찾아서 적용하는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우스은 예로 얼마전 신문을 보니 민방위 훈련을 개혁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참여자가 지겨워하기 때문에 이제 재테크 강연 등 재미있는 강연으로 바꾸어서 만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공무원들 스스로 생각하는 혁신의 수준이다. 공무원이 존재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이 기반이 된다면 차라리 세금 더 낼 수 있도록 민방위 교육을 폐지해서 국민에게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혁신 아닐까? 실제 강남구는 편한 시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민방위교육을 제공한다. 조금만 신경 쓴다면 이런식의 혁신 과제는 주변에서 정말 무수히 찾아낼 수 있지만 노무현식 개혁은 대부분 종이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 마디만 더하자면 강준만이 늘 거론하는 서울대 비판에 대해서 짚어 보고 싶다. 서울대가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비판한다고 해서 다른 부분이 우월해지지는 못한다. 최근에 내가 아는 사람이 박사학위를 받고 자리를 잡으려 돌아다닌 다음 하는 말이 가장 문제 많은 조직은 지방 국립대라고 한다. 국립대라는 권위의식에 더해서 지방대라는 소외감을 역으로 남에 대한 우월함으로 대치하려고 할 때 훨씬 비합리적인 행태가 나온다고 했다. 덕분에 앞서 이야기했듯이 서류 본인 지참 후 출두와 같이 남들의 시간을 빼앗는 행위에 대해 명문대생에 대한 보복심리인지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삼성, 분명 성공도 하고 있지만 문제도 많은 조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문제 중 상당수는 사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들이 많다. 정치자금이 가장 좋은 예일 것인데 이러한 부분은 기업 혼자만 해결해나가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양극화 문제도 지배구조와 연결된 부분이 있고 교육정책에 대한 이건희의 비판 또한 해외유학으로 나가는 현실과 견주어 보면 고려해볼만 요소가 많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금 개혁해야 할 가장 비효율적인 부문은 정부다. 최소한 물류 허브로 발전 이야기하면서 주말에 공무원들 쉬느라고 통관업무 처리안하는 웃기지도 않은 행태는 언제 사라질 것인가? 부동산 거품 걱정하는 척하면서 금리 내려서 자산거품 만드는 모순 또한 바뀌어야 할 행태다. 한국 정부가 삼성의 장점 일부라도 받아들인다면 나라 전체의 발전이 앞당겨질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사회의적 2006-01-0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의 진정성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의 사료가 2차적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리영희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직접 말을 듣어보기 보단 책을 통한 재조합이더군요. 이런 면은 아쉬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한면만 본다면... 그의 치열함은 존중하는데, 너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닐까라는 기우가 드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우리곁에 그가 있다는 것은 비판 정신이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마천 2006-01-0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교수들이 다 강준만처럼 치열하게 살면 세상에 책이 너무나 많이 쏟아지겠죠. 강준만 교수의 가치는 터부에 대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반면 경제,경영,행정의 영역으로 내려오게 될 때 현실감이 떨어지는게 아쉽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이라는 두 대통령을 만드는데 큰 힘을 보였지만 만들어진 이후 참여과정에 명확한 자기 롤을 못가진다는 게 한계라 보입니다. 결국 두 대통령이 실망을 주면서 강준만의 진정성 또한 같이 내려앉게 되는 것 같네요.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의 마이크로소프트 재창조
로버트 슬레이터 지음, 김기준 옮김 / 조선일보사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소프트웨어의 성과는 노력에 정비례하지 않는다.
1등이 아주 많이 가져가고 남은 부분을 2등이 가져가는데 그 차이는 매우 크다.
그럼 1등과 2등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올 것인가? 바로 speed와 품질이다.
거기에 따라 한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표준으로 채택되면 나머지는 밀려간다.
1등만 살아남는 산업 게임의 규칙은 곧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게 된다.
이러한 경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늘 이겼기 때문에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지만
최소한 물러나는 상대방들이 반독점 소송을 거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이 책은 반독점 소송으로 내내 시달리다가 지친 빌 게이츠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발머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한발 물러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변모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길게 늘어진 소송과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재미없었는데 후반부에 가서 예전의 마이크로소프트
모습이 오히려 흥미로왔다. 20대 중반의 젊은이들이 1주일 내내 사무실에서 잠자며 일하는 모습,
키보드에 한손을 놓고 자던 프로그래머, 위아래 구분없이 무조건 먼저 출근하는 차가
가장 좋은 자리에 댈 수 있도록 운영되는 주차장 등은 성장하는 회사의 모습이다.

이들에 대해서 빌 게이츠는 많은 보상을 했다.
수십년간 쉬지 않고 올라간 주식 덕분에 1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백만장자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그러니 당신이 바로 그 처지라면 어떻게 처신하겠는가? 아마 나도 당신도 집에 들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회사의 문화도 이제 서서히 바뀌어간다.
빌 게이츠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 하다보니 가족과 보낼 시간을 찾게 된다.
돈도 벌만큼 벌었기에 일에 대한 열정은 조금은 식어간다고 할 수 있다.
더해서 MS의 주식도 꼭지를 찍고 내려오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멤버들의 열정 또한
예전같지는 못하다.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당연히 새로운 금맥을 찾아서
구글과 같은 신생 기업으로 옮겨간다.

추진력 자체가 예전같지 못한데 더해서 빌 게이츠가 가졌던 프로그래머 중심의
전통적인 회사 운영은 새로운 사업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X-BOX의 경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사업부의 이익은 대폭 감소시켰지만
MS 스스로도 대폭적 적자를 기록한다.
종합적으로 보아 MS의 현재 사업구조는 독점력을 발휘하는 윈도우,오피스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최근 MS가 대규모 배당을 결정한 것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성장을 유지 하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변모의 모습이 이 책에 담담하게 담겨 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나는 아마 삼성전자의 미래 모습이 이런식으로 연구원들이 늙어가고
경영진들이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잃어가면 어쩌나하는 기우를 해본다.
또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비롯해 많은 벤처들이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동기 부여를 하지 못해
인간의 한계를 끌어내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참신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게 아닌가 하는
기우도 해본다. 기우가 기우로 그치게 하려면 또 무슨 고민을 해보아야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재테크사
김대중 지음 / 원앤원북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재테크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중을 읽는 것이다.
후진국일수록 발전과정의 국가일수록 정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크다.

박정희 정권의 경우에서 보면 발전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의 조달을 위해
국내화폐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하락시켰다.
인력이나 상품의 수출을 통해 외화가 확보되면 이를 바로 자국화로 교환시켰고
화폐 유통량의 증대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독일 광부 수출, 월남 파병, 중동 건설 붐 모두 경제성장과 함께
막대한 인플레이션을 부산물로 만들어낸 것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이 가지는 신뢰의 핵심은 화폐의 가치로 나타난다.
인플레이션의 반복은 화폐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마련이다.
국민들 또한 인플레이션 정책에 적응하기 위해서 부동산을 확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처음에는 토지 점차 아파트 개발에 따라 투기 대상이 옮겨갔다.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이 들어서자 유신말기의 사회불안의 핵심을 인플레이션으로 보고
인플레이션 억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화폐 또한 이러한 정책에 맞추어 안정세를 찾았기에
후일에도 이야기하는 살기 괜찮았던 시대라는 추억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균형은 노태우시절 3저 호황으로 돈이 몰려오면서 바뀌게 된다.
무역흑자를 조절하지 못해 돈이 국내로 쏟아들어오자 부동산과 주식 폭등이 재연되었다.
이를 통화안정채권 등의 발행과 분당 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으로 억제시킨 것이
당시 안정책의 핵심이었다.
두 거품을 억제한 것은 좋았으나 이미 거품에 길들여진 경제주체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웠고 특히 증시하락을 인위로 막아보겠다던 시도는 투신사의 부실을 만드는 것으로 끝났다.

김영삼정권의 화두는 세계화였다.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시장과 원료공급처가 생기고
무역이 확대되다 보니 이를 활용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김우중의 세계경영은 동구권 공장을 인수해서 가동시키면서 킴기스칸이라는 위대한 호칭까지
얻어나갔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새롭게 바뀌면 거기에 따라 처음 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금융자율화는 돈의 과잉 곧 투자의 과잉을 만들게 되고 소비와 수출이 뒤따라주지 못하자
부실로 이어진다. 결과는 모두가 잘 아는대로 IMF 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있다는 것을 다시 알려주게 되었다.
증시의 폭락과 폭등 속에서 부의 지도가 바뀌게 된다.
중태에 빠진 환자에 대한 정부의 처방은 점차 극약에 가깝게 되고
9.11 이후 김대중 후반의 정책은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내수진작에 목숨을 거는 것이었고
이는 노무현 정부로 고스란히 승계된다.
내수진작은 좋은 표현이지만 원래 일정하게 유지되는 소비를 한시절 급증시켜면
곧 이어서 소비경색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겠다고 부동산을 더욱 올리게 만든
노무현의 정책의 결과는 프레시안 박태견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부동산 거품 1000조 였다.

한국경제의 활력은 수출을 통해 유지될 수 밖에 없고 산업구조가 처음 노동집약적에서
점차 기술집약적으로 옮겨가면서 핵심기업의 경쟁력에 따라 무역흑자의 범위가 변동되었다.
특히 반도체 등 IT 산업 분야는 가격의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경기 전망 또한 매우 어려웠다.
IMF 당시 경제관료들이 반도체 값만 예상대로 유지되었어도 하는 이야기를 한 것은 그만큼
기반이 취약했다는 상황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점차 강화되면서 변동성은 줄어든다. 삼성이 반도체에 이어서
LCD, 핸드폰에서 1위를 차지하고 현대의 자동차 경쟁력이 강화되며 조선 등이 호황을 맞은
지금의 경제력의 결과 예전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외부변수로 보면 유가의 변동이 준 충격은 70년대는 매우 컸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는
이미 경제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내려갔기에 당시만큼 위기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재테크의 역사를  리뷰하면서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정부가 속마음과 겉으로 하는 말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의 후반기와 참여정부의 정책에서 보듯이 외면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조만간 안정시키겠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더 올라라 하고 바라는 것이 실상이다.

그리고 하나의 방법을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보인다. 변동하는 경제다보니 미국처럼 Buy&Hold
전략을 쓰는 것도 문제가 있다. 너무 비관적으로 침울해할 필요도 무조건 낙관적으로 흥분하지
말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투자의 대상 또한 점차 변모될 수 밖에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이 줄어들면 공장도 고용인구도 줄어든다. 이를 서비스 산업의 발전으로 메꾸지 못하면
경제 전반의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게 유감스럽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경제의 성격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고
피터 린치 같은 뮤추얼펀드와 소로스 같은 헤지펀드 전문가들이 나타난다.
워렌 버펫이 칭송받지만 평생 노동하지 않고 머리만 써서 돈을 굴려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이다.
이렇게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자본이 과잉축적되어 점차 밖으로 투자처를 찾아나간다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도 이 과정을 겪었기에 한국이라고 용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의 재테크는 저금리 환경에서 채권에만 투자하면 줄어드는 수입을 감수해야 할 것이고
일정한 비중 이상의 리스크를 갖는 다양한 증권상품이 유력하게 될 것 같다.
어느 단계가 넘어서면 해외에 대한 투자가 감행될 수 밖에 없는데 상하이 등의 투자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고 양성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뮤추얼펀드 산업의 선구자인 박현주 미래에셋 대표가 꾸준하게 동남아를 돌아다니며
이러한 기초를 닦고 있다.

쓰다보니 책에서 읽은 내용보다 내 느낌이 더 많이 가미된 상태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김대중씨는 증권사지점장 출신으로 유려한 필체로 10억만들기라는 화두를 비롯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으로 보면 넓게 다방면을 모았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지만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아직
탐구와 독자적 철학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ERI 전망 2006
홍순영 외 엮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SERI의 2005년 전망에 대한 리뷰를 쓴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2006년을 쓰게 된다.
세월이 빠르다고 느끼는 것이 나만의 현상인가 아니면 남들도 그렇게 느껴가는 것인지 요즘은 모르겠다.

2006년 전망을 함께 훑어 보면서 느낀 점은 먼저 경기의 호조세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미국의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도 상당히 유보되고 있고 중국의 불안정한 성장세도 꽤 잘
유지되고 있다. 일본도 경기회복에 따른 자신감을 서서히 강화해 나간다.
아울러 BRICS라고 브라질,러시아 등의 강세는 유럽의 침체와 대조되면서 국제경제의
다각화를 나타낸다.
이렇게 보면 어느 한 곳 부족한 점이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는 것 또한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따라서 자산거품이 빠져나간다는 것 또한 분명 경험을 통해 배운 이치다.
독일의 최근 총선이 색다른 시사점을 주는데 그동안 유럽식 모델을 고수하면서
영미식 신자유주의를 거부해왔지만 이제 무언가 변화를 주어야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새로운
연정이 탄생되었다.
일본의 고이즈미와 함께 전세계적인 우경화 현상은 분명 대세인 듯 하다.
FTA의 확산 또한 대세인데 한국이 동남아와 협상을 하려면 쌀개방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WTO 반대 시위 뉴스와 새만금 개발 뉴스를 보면서 농업개방이 곧 절대농지 약화로 이어져
점차 부동산 안정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정보통신에 대한 기대가 크다. 휴대폰 시장이 다시 확산되고 월드컵을 맞아
대형 TV에 대한 수요도 높다고 보인다. 철강은 공급초과, 조선은 선가 하락세가 보이지만
자동차를 비롯해서 한국산업의 전반적인 위상은 올라가고 있다.
내수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붙은 소비자가 자산 증대에 따른 부의 효과를 서서히 나타내는 것이 보인다.

반면 정치적으로 보면 지방선거가 국면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먹혀들어 영호남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득세하고 수도권 유권자까지
실정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경우 정국의 주도권은 여당의 손에서 빠져나올 수 밖에 없다.
남북관계도 단번에 큰 진전을 거두기 어렵지만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한발씩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점점 적자재정의 맛을 들이는 것도 문제다. 경기부양이라는 절대선을 추구한답시고
부동산 거품을 마구 만들고 국민연금 개혁 등 장기적 과제는 미루면서
미래 세대의 돈을 당겨 쓰는 적자재정의 편성이 아무런 사회적 합의 없이 이루어진다.
왜 여기에 대해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일까 의문을 다시 가져본다.

국내적으로 보면 기업에 대한 책임 요구와 함께 새로운 관계정립이 시도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삼성그룹과 관련된 여러건의 입법과 소송이 합의를 찾아가면서 기업의 역할에 대한 모델이 되어간다고
짐작된다. 

개인들의 자산 배분 또한 보다 리스크를 안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보인다.
원래 no risk no return인데 누군가는 기업가 정신으로 투자와 경영을 통해 성공을 해야만
사회의 부가 늘어난다. 벤처캐피털이건 주식투자건 모두 그러한 기업들을 키우고 성과를 배분해가는
매개체일 뿐이다.

이러한 여러 면면을 살펴볼 때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하면서 한해를 맞을 수 있지만
한쪽으로 단언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내다 보지 못한 변수는 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시험해 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