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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의 마이크로소프트 재창조
로버트 슬레이터 지음, 김기준 옮김 / 조선일보사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소프트웨어의 성과는 노력에 정비례하지 않는다.
1등이 아주 많이 가져가고 남은 부분을 2등이 가져가는데 그 차이는 매우 크다.
그럼 1등과 2등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올 것인가? 바로 speed와 품질이다.
거기에 따라 한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표준으로 채택되면 나머지는 밀려간다.
1등만 살아남는 산업 게임의 규칙은 곧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게 된다.
이러한 경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늘 이겼기 때문에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지만
최소한 물러나는 상대방들이 반독점 소송을 거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이 책은 반독점 소송으로 내내 시달리다가 지친 빌 게이츠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발머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한발 물러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변모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길게 늘어진 소송과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재미없었는데 후반부에 가서 예전의 마이크로소프트
모습이 오히려 흥미로왔다. 20대 중반의 젊은이들이 1주일 내내 사무실에서 잠자며 일하는 모습,
키보드에 한손을 놓고 자던 프로그래머, 위아래 구분없이 무조건 먼저 출근하는 차가
가장 좋은 자리에 댈 수 있도록 운영되는 주차장 등은 성장하는 회사의 모습이다.
이들에 대해서 빌 게이츠는 많은 보상을 했다.
수십년간 쉬지 않고 올라간 주식 덕분에 1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백만장자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그러니 당신이 바로 그 처지라면 어떻게 처신하겠는가? 아마 나도 당신도 집에 들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회사의 문화도 이제 서서히 바뀌어간다.
빌 게이츠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 하다보니 가족과 보낼 시간을 찾게 된다.
돈도 벌만큼 벌었기에 일에 대한 열정은 조금은 식어간다고 할 수 있다.
더해서 MS의 주식도 꼭지를 찍고 내려오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멤버들의 열정 또한
예전같지는 못하다.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당연히 새로운 금맥을 찾아서
구글과 같은 신생 기업으로 옮겨간다.
추진력 자체가 예전같지 못한데 더해서 빌 게이츠가 가졌던 프로그래머 중심의
전통적인 회사 운영은 새로운 사업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X-BOX의 경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사업부의 이익은 대폭 감소시켰지만
MS 스스로도 대폭적 적자를 기록한다.
종합적으로 보아 MS의 현재 사업구조는 독점력을 발휘하는 윈도우,오피스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최근 MS가 대규모 배당을 결정한 것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성장을 유지 하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변모의 모습이 이 책에 담담하게 담겨 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나는 아마 삼성전자의 미래 모습이 이런식으로 연구원들이 늙어가고
경영진들이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잃어가면 어쩌나하는 기우를 해본다.
또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비롯해 많은 벤처들이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동기 부여를 하지 못해
인간의 한계를 끌어내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참신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게 아닌가 하는
기우도 해본다. 기우가 기우로 그치게 하려면 또 무슨 고민을 해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