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테크사
김대중 지음 / 원앤원북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재테크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중을 읽는 것이다.
후진국일수록 발전과정의 국가일수록 정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크다.

박정희 정권의 경우에서 보면 발전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의 조달을 위해
국내화폐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하락시켰다.
인력이나 상품의 수출을 통해 외화가 확보되면 이를 바로 자국화로 교환시켰고
화폐 유통량의 증대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독일 광부 수출, 월남 파병, 중동 건설 붐 모두 경제성장과 함께
막대한 인플레이션을 부산물로 만들어낸 것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이 가지는 신뢰의 핵심은 화폐의 가치로 나타난다.
인플레이션의 반복은 화폐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마련이다.
국민들 또한 인플레이션 정책에 적응하기 위해서 부동산을 확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처음에는 토지 점차 아파트 개발에 따라 투기 대상이 옮겨갔다.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이 들어서자 유신말기의 사회불안의 핵심을 인플레이션으로 보고
인플레이션 억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화폐 또한 이러한 정책에 맞추어 안정세를 찾았기에
후일에도 이야기하는 살기 괜찮았던 시대라는 추억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균형은 노태우시절 3저 호황으로 돈이 몰려오면서 바뀌게 된다.
무역흑자를 조절하지 못해 돈이 국내로 쏟아들어오자 부동산과 주식 폭등이 재연되었다.
이를 통화안정채권 등의 발행과 분당 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으로 억제시킨 것이
당시 안정책의 핵심이었다.
두 거품을 억제한 것은 좋았으나 이미 거품에 길들여진 경제주체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웠고 특히 증시하락을 인위로 막아보겠다던 시도는 투신사의 부실을 만드는 것으로 끝났다.

김영삼정권의 화두는 세계화였다.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시장과 원료공급처가 생기고
무역이 확대되다 보니 이를 활용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김우중의 세계경영은 동구권 공장을 인수해서 가동시키면서 킴기스칸이라는 위대한 호칭까지
얻어나갔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새롭게 바뀌면 거기에 따라 처음 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금융자율화는 돈의 과잉 곧 투자의 과잉을 만들게 되고 소비와 수출이 뒤따라주지 못하자
부실로 이어진다. 결과는 모두가 잘 아는대로 IMF 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있다는 것을 다시 알려주게 되었다.
증시의 폭락과 폭등 속에서 부의 지도가 바뀌게 된다.
중태에 빠진 환자에 대한 정부의 처방은 점차 극약에 가깝게 되고
9.11 이후 김대중 후반의 정책은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내수진작에 목숨을 거는 것이었고
이는 노무현 정부로 고스란히 승계된다.
내수진작은 좋은 표현이지만 원래 일정하게 유지되는 소비를 한시절 급증시켜면
곧 이어서 소비경색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겠다고 부동산을 더욱 올리게 만든
노무현의 정책의 결과는 프레시안 박태견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부동산 거품 1000조 였다.

한국경제의 활력은 수출을 통해 유지될 수 밖에 없고 산업구조가 처음 노동집약적에서
점차 기술집약적으로 옮겨가면서 핵심기업의 경쟁력에 따라 무역흑자의 범위가 변동되었다.
특히 반도체 등 IT 산업 분야는 가격의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경기 전망 또한 매우 어려웠다.
IMF 당시 경제관료들이 반도체 값만 예상대로 유지되었어도 하는 이야기를 한 것은 그만큼
기반이 취약했다는 상황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점차 강화되면서 변동성은 줄어든다. 삼성이 반도체에 이어서
LCD, 핸드폰에서 1위를 차지하고 현대의 자동차 경쟁력이 강화되며 조선 등이 호황을 맞은
지금의 경제력의 결과 예전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외부변수로 보면 유가의 변동이 준 충격은 70년대는 매우 컸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는
이미 경제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내려갔기에 당시만큼 위기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재테크의 역사를  리뷰하면서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정부가 속마음과 겉으로 하는 말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의 후반기와 참여정부의 정책에서 보듯이 외면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조만간 안정시키겠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더 올라라 하고 바라는 것이 실상이다.

그리고 하나의 방법을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보인다. 변동하는 경제다보니 미국처럼 Buy&Hold
전략을 쓰는 것도 문제가 있다. 너무 비관적으로 침울해할 필요도 무조건 낙관적으로 흥분하지
말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투자의 대상 또한 점차 변모될 수 밖에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이 줄어들면 공장도 고용인구도 줄어든다. 이를 서비스 산업의 발전으로 메꾸지 못하면
경제 전반의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게 유감스럽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경제의 성격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고
피터 린치 같은 뮤추얼펀드와 소로스 같은 헤지펀드 전문가들이 나타난다.
워렌 버펫이 칭송받지만 평생 노동하지 않고 머리만 써서 돈을 굴려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이다.
이렇게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자본이 과잉축적되어 점차 밖으로 투자처를 찾아나간다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도 이 과정을 겪었기에 한국이라고 용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의 재테크는 저금리 환경에서 채권에만 투자하면 줄어드는 수입을 감수해야 할 것이고
일정한 비중 이상의 리스크를 갖는 다양한 증권상품이 유력하게 될 것 같다.
어느 단계가 넘어서면 해외에 대한 투자가 감행될 수 밖에 없는데 상하이 등의 투자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고 양성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뮤추얼펀드 산업의 선구자인 박현주 미래에셋 대표가 꾸준하게 동남아를 돌아다니며
이러한 기초를 닦고 있다.

쓰다보니 책에서 읽은 내용보다 내 느낌이 더 많이 가미된 상태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김대중씨는 증권사지점장 출신으로 유려한 필체로 10억만들기라는 화두를 비롯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으로 보면 넓게 다방면을 모았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지만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아직
탐구와 독자적 철학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