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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옥중서한 1971-1988
서준식 지음 / 야간비행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서준식님은 인권운동가죠.. 재일교포2세로 태어나서 이른바 '조선놈'이 되고자 한국에 유학을 옵니다. 그러다 1971년 서울대 법대 3학년 재학중에 형 서승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다가 '유학생 간첩단'으로 체포되서 끝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아 결국은, 17년이 넘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냅니다. 우리 헌법의 한계와 그 법을 집행하는 권력층들의 자기 보호 본능으로 한 인간의 꽃다운 시절이 3평남짓의 작은 공간에서 그렇게 가혹하게 흘러간 것입니다. 역사와 권력의 그늘에서 이렇게도 기막힌 일들이 지금도 부끄럼없이 반복되고 있단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24살에서 41살까지, 그 오랜 기간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좌절과 절망을 수도없이 했겠지만, 인간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자신의 뜻을 꿋꿋하게 지켜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참 좋은 글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생각도 했습니다. 또, 너무나 인간적인 한 인간의 모습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 실천과 착한 마음이 그대로 베어있는 그분의 많은 글 중에서도 특히 맘에 남고, 이 긴 분량의 책을 집약할 수 있는 말은 바로 '구체적인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분의 고백일겁니다
"관찰하지 않고 인간을 사랑하기는 쉽다. 그러나 관찰하면서도 그 인간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깊은 사색없이 단순 소박하기는 쉽다. 그러나 깊이 사색하면서 단순 소박하기란 얼마나 어려가?(중략)....적개심과 원한을 가슴에 가득 품고서 악과 부정과 비열을 증오하기는 쉽다 그러나 적개심과 원한없이 사랑하면서 악과 부정과 비열을 증오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아~~ 가장 가까운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도 구체적인 그의 모습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도 지난한 일입니다. 하물며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 혹은 그저 무심한 이웃을 삶을 통찰하는 눈으로 바라보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애쓰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인간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