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찍는 사진 보다 함부로 찍지 않는 사진을 먼저 얘기하는 사람.

달팽이 사진골방을 운영하는, 전 한겨레신문 사진기자 임종진씨가 지난 10년 동안 찍은 사진들을 모아 '천만 개의 사람꽃'이란 제목으로 사진전을 엽니다.

이번 사진전은 부산민주공원 잡은펼쳐보임방(기획전시실)에서 5월 12일(토)부터 6월 3일(일)까지 열립니다. 가족들과 학생들과 함께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도자료에 수록되었던 사진 몇 점을 살짝 올려두고 갑니다.
사진전에서 뵐께요.^^

천만 개의 사람꽃

반띠에이뿌리웁 학교 / 달팽이사진관 / 작은 우주, 어린이



반티에이뿌리웁 학교

내일 아침이면 정든 학교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 이름 아침 졸업식을 치른 학생들이 마지막 하루인 오늘, 팀을 나누어 체육대회를 열었습니다. 이어달리기 마지막 주자가 바통을 대신 하는 붉은 꽃을 입에 물고 마악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꽃바통을 놓치면 큰일이지요. 그래서 주자들 모두 입을 앙 다물고 달려갑니다. 2011. 12. 반티에이뿌리웁. 캄보디아


처음 학교에 입학하던 날, 소피아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친구들과도 조용히 대화를 나눌 뿐 언제나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수업을 듣기만 했었지요. 이후 1년 과정의 재봉 교육을 모두 마친 소피아는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원낙 솜씨가 좋은 탓에 학교의 재봉프로덕션에 취직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소피아 스스로 원래 가지고 있는 밝은 얼굴을 되찾은 것이기도 하지요. 2011. 1. 반티에이뿌리웁. 캄보디아


달팽이 사진관

하루 2백여 대의 트럭이 매립장에 쓰레기를 풀어놓습니다. 도시에서 버려진 온갖 쓰레기들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나누어 정리하는 것이 이들의 몫입니다. 혹시나 되팔아도 될만한 물건이 있으면 먼저 챙기는 것이 임자인 탓에 나름 몸싸움도 치열합니다. 트럭이 들어오면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아주 잠깐 동안은 그렇게 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2006. 7. 스떵멘쩌이 쓰레기매립장. 캄보디아


점심을 먹고 나면 한낮의 더위를 피해 아이들이 낮잠을 잡니다. 워낙 어린 꼬맹이들인지라 깨어있을 때는 온통 정신이 없지요. 아무데나 오줌도 깔기고 웃다가 울다가 아주 난리입니다. 이 마을에 살면서 탁아소에 보모로 오는 어머니들은 아이들 낮잠 시간에도 파리를 쫓느라 가만히 쉬지를 않습니다. 다 낡아 구멍이 난 모기장 틈새로 곤히 잠든 아이들의 얼굴이 살짝 보였습니다. 2011. 12. 얼롱깡안 언동마을 탁아소. 캄보디아


작은 우주, 어린이

소수민족인 쿠이족 마을 학교에서 줄넘기놀이에 빠진 아이들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네 풍경과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의 놀이에 덩달아 저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지요. 아이들이 공중으로 뜰 때마다 화들짝 놀란 그림자는 제 주인의 몸이 어디 갔는지 정신을 못차렸습니다. 아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2008. 5. 스레이프레앙 마을. 프레아비히르 주. 캄보디아


선생님의 재미난 수업에 아이들이 신이 났습니다. 박수도 치고 얼굴 가득 미소도 가득합니다. 가난한 시골마을인 탓에 나뭇가지로 지은 낡고 허름한 교실이지만 문제될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이 나라의 오늘과 미래를 향한 아이들의 속삭임이 더없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2008. 11. 깐달 주.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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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5-13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사님, 저는 이런 사진들 볼 때면, 아이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웃을 때는 친구랑 놀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아빠 카메라에 대고 손에 브이 하며 웃는 아이들도 물론 예쁘지만, 친구랑 뭐 하면서 웃느라 사진 찍히는 줄도 모르는 아이들, 정말 미치게 예쁘죠.

rosa 2012-05-16 22:03   좋아요 0 | URL
네꼬님,베트남에서 댓글 답니다.^^
어제였나 봐요. 중학교 장학생 집을 방문했는데, 온동네 아이들이 모여들어 우리를 구경합니다. 울타리에 옹기종기 모여 우리를 구경하던 애들은 우리가 나가자 도망가느라 난리인데 어디로 피할 곳이 마땅찮았어요. 남의 집 대문앞에 뒤통수만 보이고 숨느라고 난리치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그리고 사진찍어 주마 하고 불렀더니 바짝 얼어붙어 긴장하고 서 있는 모습이 또 얼마나 웃긴지..^^
 

부끄럽게도.. 

아직 이 게시판에 동영상 삽입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예전에 어느 분이 방법 알려주셨는데 그 페이퍼를 못 찾겠네요.

그때도 꼭 따라하고 말겠다며 추천 꾸욱~ 눌렀던 것 같은데..

요새는 바로바로 안하면 자꾸만 잊어버리는.. 흑~


모쪼록 서재 이웃님들의 친절한 설명 기다리겠습니다.

부탁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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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5-1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fallen77/5456346


:)

rosa 2012-05-11 08:56   좋아요 0 | URL
아, 친절한 다락방님~~~ 감사해요.^^
제가 봤던 글이 다락방님 글이었군요. ㅎㅎ
바빠서 오늘은 감사 댓글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 Rethinking Multicultural Education

를 읽고 있습니다.


첫번째 책은 큰 기대없이 집어들었고, 나가오카 겐메이라는 분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어 호기심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적어내려간 일기는 저 자신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를 통해 나란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더군요.

베트남에도 가져가려고 합니다.^^


명함을 받고 일주일 뒤에 그것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휴지통에 버린다.(p77)

-> 새삼 사무실 명함첩에 꽂힌, 한 번 본 게 마지막인 이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출장에서 돌아오면 대대적인 명함정리에 들어갈 작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두번째 책은 미국에서 진보적 교육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발행한 책입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모두 흥미롭고 섬뜩하기도 한데

지난주에 읽은 내용은 What color is beautiful? 이랍니다.

읽으면서 참 심란했습니다.ㅡㅡ


저는 미친 듯이 일하고, 행사를 준비하고, 출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여유롭게 보내고 싶지만 일상은 전혀 그렇지 않네요.

출장가기 전까지 계속 이래야 할 모양입니다.^^


베트남은 40도라는군요.

작렬하는 태양 아래 바짝 태워 오겠습니다.

그동안 모두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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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 2012-05-03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주 토요일 오프닝 시간에 맞춰오시면 따뜻한 사진과 그 사진을 찍은 임종진 사진가와 꽃다지의 공연을 함께 하실 수 있어요.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내 직업이다.

다수의 사람들 앞에 강사로 서는 순간

약간의 긴장감과 공포는 필수요건이다.


나와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거나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긴장감과 공포심 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특히 이주여성들을 만날 때마다 흥분하는 나를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황일 때가 걱정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누가 오는지, 어떤 사람들인지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준비한 내용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뻔한 얘기일 테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먼 세상 얘기일 테다.

그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기란, 그리고 그들의 관심과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언젠가 내가 두려워할 때, 한 선배가 이렇게 일러주었다.


지적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그걸 두려워하는 순간, 너는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용기있게 발언하라.

그리고 네 발언에 책임지는 자세를 갖추어라.

네 바닥이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오늘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야겠다.

용감하게, 씩씩하게, 겸손하게,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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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4-2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rosa 2012-04-26 15:41   좋아요 0 | URL
넵!!!

노이에자이트 2012-04-2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에게 지적받으면 분노하며 부르르 떠는 사람도 있더군요.사회생활할 땐 표정관리 못하는 사람 때문에 모임분위기 엉망일 때가 있어요.
또 남을 지적하긴 좋아하면서 남이 자기를 지적하는 것은 못견디는 이들도 있고요.정말 대하기 힘든 부류의 인간들이죠.

rosa 2012-04-26 15:44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저는 제가 잘못한 일 때문에 지적받는 건 부끄럽게 생각하는 편인데
그게 아니라 괜한 트집 잡는 사람을 만나면 솔직히 약 오르긴 하더군요.
하지만 관점이 다른 사람들과도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이니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른 주장이 오고갈 수 있는 게
획일적인 세상보다 훨씬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쓴소리를 듣더라도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내일 조용하면 제가 장렬히 전사하고 집에 쟁여놓은 맥주를 싹쓸이 한 탓이라 여겨주세요.^^

노이에자이트 2012-04-26 22:38   좋아요 0 | URL
맥주 싹쓸이! 무서워요...

rosa 2012-04-27 05:55   좋아요 0 | URL
아.. 각오는 비장했는데 약간 허무한 결말.
사람들도 적었고, 분위기는 우호적인.. 그래서 전혀 걱정했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sslmo 2012-04-26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heer up말고요,
Let's cheer up~!

rosa 2012-04-27 06:13   좋아요 0 | URL
넵~ ^_________^

프레이야 2012-04-26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에도 비난에도 동요하지 않기가 참 쉽지 않지요.
지적에도 그렇구요.
로사님, 이주여성들을 위해 일하시는 거 참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
자부심 가지고 지금처럼 당당하게 불끈! 하시기 바래요.^^

rosa 2012-04-27 05:59   좋아요 0 | URL
이제 어지간하면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나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생각은 그래도 여전히 상처받고 흔들리기도 하지만요.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곤 합니다. 씩씩하게 생활하겠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글샘 2012-04-2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잘 하셨죠?
뭐, 시작하기 전엔 긴장되는 게 뭐든지 같잖아요. ^^
지나가고 나면, 쫌 더 잘할 걸~ 아쉬운 거구요. '
건강은 좋으신가요?

rosa 2012-04-27 08:16   좋아요 0 | URL
잔뜩 긴장하고 갔는데 좀 허탈했어요.
잘한 것 같진 않아요.
오신 분들이 너무 다양한 분들이어서(제가 얘기하는 주제를 잘 알고 있거나 관심있거나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해서 잘 모르거나...) 어쩔 수 없이 장황하게 설명만 많아졌어요. 그럼 좀 재미없잖아요.ㅡㅡ
건강도.. 이만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실해서 주위분들에게 계속 염려만 끼치는 것 같네요. ^^;

조선인 2012-04-27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배님에 멋진 rosa님이세요. ^^

rosa 2012-04-27 11:04   좋아요 0 | URL
용기를 끌어모으다가도 어느 순간엔 겁이 납니다.
그저 거짓말하는 것보다는 내 바닥을 드러내는 게 맞다, 그렇게 생각할 뿐.
아직은...멋지고 싶은 rosa입니다. ^^

nada 2012-05-1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적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전 마구 찔립니다.
지적당하면 얼굴부터 빨개지는 저란 인간.ㅠㅠ

베트남, 건강하게 다녀오세요!!

rosa 2012-05-11 12:35   좋아요 0 | URL
실수했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지적당하는 거라면..
달게 받아들일 용의가 있고,
부끄러워도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렇게 살려고 합니다.
그래도 지적질당하는건 두렵고, 무섭죠.
그래서 가능한 지적질 안당하려고 용을 씁니다.헤헤

베트남 잘 다녀오겠습니다.
저의 영롱한 눈빛 사진을 나중에 올려두겠습니다.
압니다, 자뻑인줄.
하지만 정말 제 눈빛이 초롱초롱할 때는 참 맘에 듭니다. ^^
절 보신 분이 아무도 없으니 이 정도 구라쯤은 괜찮겠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