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총장께서 오랜만에 책을 내셨다. <저 낮은 곳을 향하여>를 통해서 한국 교회와 신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후 30여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한국 교회를 진단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 광장에 벌거벗긴 채로 유린당하고 있는 한국의 기독교(아고라에서의 통칭은 '개독교')를 향하여 비기독교인이 아닌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자신을 향한 물음이자 한국 교회를 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교회의 대형화를 추구하고, 체계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지금의 교회는 양적 성장과 선교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안에 참 예수의 메시지와 향기가 결여된 절음발이 교회의 일그러진 형상만이 남은 채 매력없는 사회의 천덕꾸리가 되어가고 있음을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기독교의 국교화 이후 로마로부터 시작된 교리의 정형화가 완성한 사도신경 안에 예수를 옭아매지 말고 예수의 참 가르침이 묻어 있는 주기도문의 기독교로 돌아가라고 주장한다. 종파주의로 점철된 한국 교회 교단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브레이크 없는 세계 선교 전략에 대해서도 신중을 요구한다. 소셜 닥터인 사회학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저자가 살아온 삶의 족적을 따라가며 인생의 무게만큼 고스란히 축적된 신앙의 가치관을 통해 척박한 광야같은 한국 교회에 울리는 작은 외침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의 무게는 녹록치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독교인이라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스스로 질문한다. 예수 없는 예수 교회에 몸 담고 있는 예수 없는 예수 신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