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황석영의 소설은 장길산 중간쯤 읽다 만 것 빼고는 없다. 영화로 소개되었던 '오래된 정원'으로 깊은 감명을 받기도 했지만 아직 원작을 읽어본 것도 아니라 노벨문학상 대한민국 대표 문학가에 대한 기초적 예우도 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그러던 차에 신작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고 이번 기회에 황석영에 입문해 보자는 생각으로 바리데기를 구입해 읽었다. 장편소설이지만 장길산처럼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고 황석영을 음미하기엔 적당한 분량이라는 것도 쉽게 읽게 된 이유인 듯 싶다. 읽는 가운데 우선 작가의 필체가 매우 투박하면서 간결하다는 것을 느꼈다. 되도록이면 한자 단어를 쓰지 않고 순수 우리말만을 고집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읽기가 매우 편했다. 그래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시원할 정도의 속도감을 부여해 준다. 바리데기의 내용 또한 북한의 일곱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난 바리가 북한 사회를 벗어나 중국과 영국이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다민족 다문화와의 소통, 교감을 이뤄낸다는 시대적 상황과 매우 일치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묘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 911테러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 사건 등 시사와 무관하지 않은 스토리를 바리의 정신세계에 등장하는 무속적 환상 현상과 접목시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여러 종파의 종교를 뛰어 넘으며 독자에게 상상의 나래를 제공해 준다. 짧은 이야기속에 많은 사상과 종교, 인문, 시사, 정치를 담을 수 있는 작가의 힘이 느껴지게 되는 지점이다. 오늘 내 마음속에 또 한 사람의 작가가 똬리를 틀고 자리잡는다. 황 석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