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 Blood - MOT

 

널 처음 봤던 그날 밤과 설렌 맘과

손톱 모양 작은 달, 셀 수 없던 많은 별 아래

너와 말없이 걷던 어느 길과 그 길에 닿은 모든

사소한 우연과 기억

 

널 기다렸던 나의 맘과 많은 밤과

서툴었던 고백과 놀란 너의 눈빛과 내게

왜 이제야 그 말을 하냐고 웃던 그 입술과

그 마음과 잡아주던 손길과..

 

모든

추억은 투명한

유리처럼 깨지겠지

 

유리는 날카롭게

너와 나를 베겠지

 

나의 차가운 피를 용서해

 


앨범 제목이 '비선형 [非線形] non linear'

 

..... 몽환적이다

지금 내 머릿속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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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0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좋아요. 퍼갑니다.
(가슴이 두근거려요.^^)

플레져 2004-09-07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로 나는 그렇게 될 수 없을 것 같은 쿨함...
퍼갈게요. 제 페이퍼에 이 노래가 흐른다면 좋을 것 같아요.

에레혼 2004-09-0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로드무비님, 플레져님.... 우리, 같이 보고 들어요!
좋죠? 젊은 친구들의 이 노래, 좋더라구요......
 

걱정하지 말게, 거미여

나는 게을러서

집안 청소를 잘 안 하니까

-- 이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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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sta 2004-09-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이 하이쿠는 참 멋지고 음.. 유쾌하네요.
걱정하지 말게 거미여. 나는 청소를 잘 안하니까. 한번 읊어보고 갑니다. :)

에레혼 2004-09-1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마음에 들죠?
저도 한번씩 이 하이쿠를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을 삼습니다
거미여, 걱정하지 말고 거미줄을 치게나, 나는 서재질을 하고 있으마......
 

8월 28일에 알라딘에 '나의 서재'를 처음 마련했다.

내 손으로 서재의 문을 열기까지, 제법 오랫동안 다른 분들의 서재를 말없이, 아무 자취 남기지 않고 구경했었다. 혼자 종이 커피 한 잔 빼들고 여기저기 슬슬 마실 다니듯 기웃거리는 동안  좋은 글들과 그 글을 낳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곳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이라, 저마다의 개성과 취향과 어법과 시선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시끌벅적한 수다 떨기와 만남으로, 그리고 크고 작은 공감과 격려와 위안의 형식으로....... 나로서는 한번도 그 선까지 가보지 못한 놀라운 솔직함으로 자신의 삶의 이력과 일상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 방이 있는가 하면, 게으르고 느슨한 나 같은 사람은 감히 넘보지 못할 만큼의 열정과 바지런함으로  하루에도 몇 편씩의 글이 업데이트되고 그에 따라 수많은 손님들이 드나들며 담소를 나누는 활기찬 방도 있다.  들어서면 언제나 상큼 발랄한 재치와 유머로 웃음을 전해 주는 유쾌한 친구 같은 서재인이 있는가 하면,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과 사변으로 어떤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사색적인 서재인도 있다.

알라딘 서재인들의 이 다채로운 세계의 스펙트럼을, 나는 나만의 기준에 따라, 그날 그 순간의 마음 상태에 따라, 내 마음대로 제멋대로 드나들곤 했었다.

 

오늘로 '나의 서재' 문을 연 지 만 일주일.

지금 나의 서재를 즐겨찾기한 분들이 11명이라는 숫자가 기록돼 있다. 이 외지고 호젓한 방을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또 '즐겨찾기'에까지  올렸는지 조금 놀랍고 신기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나 자신 '즐겨찾기'에 등록한 서재 역시 어느새 열 곳 가까이 된다. 내가 선택해 '즐겨찾기'한 서재는 알고 있지만, 나의 서재를 '즐겨찾기'로 선택한 분들이 누구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즐겨찾기'의 목록에 그 이름이 오르고 나면, 그 서재인이 새 글을 올리는 즉시 나의 방에도 자취가 남게 돼 있어서 그 자취[일종의 신호]를 보면 거의 반사적으로 그 방을 찾아가 보게 된다. 이런 '즐겨찾기' 기능으로 인해 나의 의식과 상관 없이 일정한 그룹핑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즉흥적인 선택이었든, 아니면 오랜 숙고 끝에 내려진 선택이었든 간에 한번 '즐겨찾기'의 울타리 안에 들어서면, 그 울타리 안에서는 빈번한 소통과 교류가 일어나는 동시에 그 밖에서는 내가 알지 못할 소외와 배제가 또 생기는 셈이다.

허나 내가 지금 그 소외와 배제까지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마음 쓰이는 것은, 내 서재를 '즐겨찾기'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떤 기준에서, 어떤 마음의 움직임으로, 내 서재를 그 울타리 안에 넣어두기로 선택한 것일까. 이 서재에 올려져 있는 몇 편의 짧은 글 또는 글자들의 꾸러미는 '나'를 얼마나 담아 내고 있는 걸까. 얼마나 정직하게, 얼마나 비틀림 없이, 얼마나 치장하지 않은 맨 얼굴로 나는 그들을 내 방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이 알 수 없는 소통과 공감, 상호 작용의 길이 어디에서 시작돼서 어떻게 이어질지...... 서재 문을 연 지 일주일 만에 고민과 작은 설렘을 함께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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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 만에 이렇게 분위기 있는 방을 만드시다니, 놀랍습니다.
엊그제 우연히 알게 되어 찾아들었지만 저도 뭐 그리 오래 된 건 아니랍니다.
두 달하고 닷새째이니 대선배 격인가요?
모르는 것 있으면 저한테...아니 유아블루님께 물으시고요.헤헤헤
자주 뵈어요.^^

에레혼 2004-09-05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대선배님이시죠, 이제 막 탯줄 끊은 저에 비하면.
언제든지 모르는 것 있음 물어볼게요, 많은 지도 편달(?) 바랍니다 ^^
덕분에 자주 뵐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새로 바뀐 아이콘이 참 예쁘네요. 특히 보라색! 어린 왕자인가요?)

플레져 2004-09-0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전에 제가 즐찾 하였으니 제가 12번째인가요? ^^
로드무비님도 계시네...~~ 님, 방가요~~ ^^
어제 제 서재에도 몇 자 올려놓았지만, 서재를 꾸며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나도 없는 사이 내 서재를 11분이나 즐찾 해주셨을 때 였어요. 그분들이 뉘신지는 모르지만 알게 된다면 일일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요.
일주일만에 이렇게 멋진 서재를 꾸미시다니, 정말 놀랍네요!!
또 올게요 ^^

플레져 2004-09-0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드무비님 아이콘은요 제가 선물한 엽서랍니다~~ 헤헤~~ ^^ (딱 한 번 생색내도 되죠, 로드무비님? ㅋ)

urblue 2004-09-0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왜 저한테 물으라고 하시는거에요? 님이 더 선배시면서.

책읽는나무 2004-09-06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사진이 아주 묘하네요..^^
님이세요??..^^

이제 문을 여셨군요!!...앞으로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요즘 신서재인들의 서재방이 급진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가는걸 많이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님의 서재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벤트껀으로 첫인사를 나누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전 이제서야 찾아뵈었네요..
자주 뵈어요..
이것,저것 구경 잘하고 갑니다..^^

에레혼 2004-09-06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 지금에서야 뒤늦게 님의 방에 다시 가서 이벤트의 진상을 확인하고 왔는데요, 그래도 아직은 뭐가 뭔지 어리버리합니다. 엄청난 댓글을 따라가 보니, 어찌어찌해서 제가 '6000'이라는 방문자 숫자에 한몫(?)한 것 같기는 한데...... 아직 초짜 알라디너에게는 너무 고난이도의 행사입니다^^

덕분에 축제의 행렬에 저도 끼일 수 있었던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책읽는 나무님, 찾아와 주셔서 고맙구요, 앞으로 오며 가며 자주 뵈어요!
 

프리즘 : 세실리, 기억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다니는 일기장이란다.

세실리 : 그래요. 하지만 일기에 적는 것들은 대개 일어난 적도 없고 일어날 수도 없는 것들 뿐이에요.

 

-- 오스카 와일드, <진지함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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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

마음의 굳은살, 또는 잘 절여진 그리움.

마음의 바코드에 새겨진 기억의 풍경.

자기만의 독법(讀法)으로 혼자 들춰보곤 하는 오래된 텍스트. 

 

 

Eternal Autumn  / Forest of Sha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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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0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책읽는 나무님 이벤트에 참가하세요... 제발... 같이 놀아요. 근데 제가 인사를 했던가요???
m0m

에레혼 2004-09-0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의 명성과 눈부신 활동은 잘 알고 있지요, 저 혼자서요.... 정식으로 눈맞춤은 처음이네요, 님의 권유에 따라 지금 바로 책 읽는 나무님 방으로 건너가 볼게요, 저 불러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