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에 알라딘에 '나의 서재'를 처음 마련했다.
내 손으로 서재의 문을 열기까지, 제법 오랫동안 다른 분들의 서재를 말없이, 아무 자취 남기지 않고 구경했었다. 혼자 종이 커피 한 잔 빼들고 여기저기 슬슬 마실 다니듯 기웃거리는 동안 좋은 글들과 그 글을 낳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곳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이라, 저마다의 개성과 취향과 어법과 시선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시끌벅적한 수다 떨기와 만남으로, 그리고 크고 작은 공감과 격려와 위안의 형식으로....... 나로서는 한번도 그 선까지 가보지 못한 놀라운 솔직함으로 자신의 삶의 이력과 일상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 방이 있는가 하면, 게으르고 느슨한 나 같은 사람은 감히 넘보지 못할 만큼의 열정과 바지런함으로 하루에도 몇 편씩의 글이 업데이트되고 그에 따라 수많은 손님들이 드나들며 담소를 나누는 활기찬 방도 있다. 들어서면 언제나 상큼 발랄한 재치와 유머로 웃음을 전해 주는 유쾌한 친구 같은 서재인이 있는가 하면,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과 사변으로 어떤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사색적인 서재인도 있다.
알라딘 서재인들의 이 다채로운 세계의 스펙트럼을, 나는 나만의 기준에 따라, 그날 그 순간의 마음 상태에 따라, 내 마음대로 제멋대로 드나들곤 했었다.
오늘로 '나의 서재' 문을 연 지 만 일주일.
지금 나의 서재를 즐겨찾기한 분들이 11명이라는 숫자가 기록돼 있다. 이 외지고 호젓한 방을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또 '즐겨찾기'에까지 올렸는지 조금 놀랍고 신기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나 자신 '즐겨찾기'에 등록한 서재 역시 어느새 열 곳 가까이 된다. 내가 선택해 '즐겨찾기'한 서재는 알고 있지만, 나의 서재를 '즐겨찾기'로 선택한 분들이 누구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즐겨찾기'의 목록에 그 이름이 오르고 나면, 그 서재인이 새 글을 올리는 즉시 나의 방에도 자취가 남게 돼 있어서 그 자취[일종의 신호]를 보면 거의 반사적으로 그 방을 찾아가 보게 된다. 이런 '즐겨찾기' 기능으로 인해 나의 의식과 상관 없이 일정한 그룹핑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즉흥적인 선택이었든, 아니면 오랜 숙고 끝에 내려진 선택이었든 간에 한번 '즐겨찾기'의 울타리 안에 들어서면, 그 울타리 안에서는 빈번한 소통과 교류가 일어나는 동시에 그 밖에서는 내가 알지 못할 소외와 배제가 또 생기는 셈이다.
허나 내가 지금 그 소외와 배제까지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마음 쓰이는 것은, 내 서재를 '즐겨찾기'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떤 기준에서, 어떤 마음의 움직임으로, 내 서재를 그 울타리 안에 넣어두기로 선택한 것일까. 이 서재에 올려져 있는 몇 편의 짧은 글 또는 글자들의 꾸러미는 '나'를 얼마나 담아 내고 있는 걸까. 얼마나 정직하게, 얼마나 비틀림 없이, 얼마나 치장하지 않은 맨 얼굴로 나는 그들을 내 방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이 알 수 없는 소통과 공감, 상호 작용의 길이 어디에서 시작돼서 어떻게 이어질지...... 서재 문을 연 지 일주일 만에 고민과 작은 설렘을 함께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