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와서 처음 산 물건들은 근사하고 폼나는 것들이 아니라,
부엌과 욕실 등에 쓸 휴지통과 이 지역에 할당된 쓰레기 봉투와 빨래집게와 발닦이용 매트 같은 것들...
작고 낮고 허접스러운 것들,
지저분해지고 때묻은 생활의 흔적을 닦고 품고 쓸어 담는 것들이 삶에 가장 긴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사를 왔다, 는 걸 실감하는 때는
내부 구조나 욕조와 샤워기의 모양 등이 눈에 설어서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는 낯선 공중 목욕탕에서 처음 목욕을 할 때와
광고 스티커만 보고 자장면을 시켜 먹던 중국 음식점을, 그 이름과 맛으로만 입력돼 있던 중국 음식점을 무심코 지나던 길에서 발견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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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10-1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 한 번도 계획하고 실행한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갑자기 후다닥 이사의 신이 내린 신탁을 받아들고 추운 계절만 골라 이사를 했군요. 시,도가 바뀌는 정도를 뛰어넘어지도의 상하좌우가 완전히 바뀌는 이사.그러나 그런 게 제게는 잘 맞았습니다.도무지 계획이니 꼼꼼한 실행은 젬병이어서요.

에레혼 2004-10-1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저 방금 몰운대행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인데^^
어제 저녁 뉴스에서 '민둥산 억새 축제'가 한 꼭지 뉴스거리더군요..... 전 그 산을 가득 메운 등산객들을 보며 자연스레 하니님을 떠올렸지요, 아, 하니님이 저 산자락 가까이에 살고 있구나 하고.....
그나저나 '이사의 신이 내린 신탁'이라구요? 언제나 우아하고 품위있는 하니님! 저의 이사는 그런 분위기와는 영 거리가 먼 '먼지 속의 생활'인데요......

urblue 2004-10-18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할 때면, 인간 생활에 필요한게 왜 이리도 많은가 생각하게 되더군요.
라일락와인님의 새 이미지 멋집니다. 바다 위에 날리는 붉은 스카프!

내가없는 이 안 2004-10-18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는 왜 이렇게도 기다리는데 이사의 신이 내려오지 않는 걸까요? ^^ 라일락와인님이 마지막에 쓰신 "이름과 맛으로만 입력돼 있던 중국 음식점을 무심코 지나던 길에서 발견했을 때" 부분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데요, 저도 그런 기억 있거든요. 그게 이사를 해서가 아니라 회사 근처에서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 뱅뱅 도는데 갑자기 간혹 점심으로 자장면을 시켜먹던 중국집 이름이 떠억하니 보이는 거였죠. 순간 그 집의 허름함의 정도를 슬쩍 지나치면서 재빠르게 훑었는데 그곳이 만약 기가 막히게 위생이 불결해보이는 곳이었다면 얼마나 실망스러웠을까, 하는 생각까지 다 들었다죠. ^^
그리고... 새로 올려놓으신 이미지, 이것도 님의 심미안을 여지없이 보여주시는군요.

에레혼 2004-10-1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요즘 날마다, 매 순간 그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인간이란 존재를 유지, 영위하는 데 이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니...... 그렇다고 니어링 부부 같은 삶을 실천할 생각이나 자세 같은 건 애초에 없고.......

새벽별님, 이사를 심심하면 분위기 전환용쯤으로 여기는 선인장님도 계십디다만, 정말 막막하고 부담스런 力事에요,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가능하면 한 곳에 뿌리 내리고 정주하면 좋겠지만, 살아가다 보면 또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니까...... 여하튼 저도 이제 이 집에서 오래오래 살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이 안님, 자꾸 '이사'를 언급하며 기웃거리다 보면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어느 날 불쑥 이사의 신이 내려온다니까요, 주의 요망!
늘 전화로 배달만 시키던 중국집이나 분식집의 실체를 맞닥뜨렸을 때의 기분은  참 묘한 것이더군요, 그죠?  어딘가 낯설어 보이는 고단한 행색의 식구를 뜻하지 않게 버스 안이나 거리에서 마주쳤을 때의 기분과 좀 닮았다고 할까.....

바뀐 새 이미지, 다들 칭찬해 주시니, 제 마음에도 흡족했던 데다 백 이십 프로 업,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