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와서 처음 산 물건들은 근사하고 폼나는 것들이 아니라,
부엌과 욕실 등에 쓸 휴지통과 이 지역에 할당된 쓰레기 봉투와 빨래집게와 발닦이용 매트 같은 것들...
작고 낮고 허접스러운 것들,
지저분해지고 때묻은 생활의 흔적을 닦고 품고 쓸어 담는 것들이 삶에 가장 긴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사를 왔다, 는 걸 실감하는 때는
내부 구조나 욕조와 샤워기의 모양 등이 눈에 설어서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는 낯선 공중 목욕탕에서 처음 목욕을 할 때와
광고 스티커만 보고 자장면을 시켜 먹던 중국 음식점을, 그 이름과 맛으로만 입력돼 있던 중국 음식점을 무심코 지나던 길에서 발견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