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antom of the Opera (오페라의 유령) / 한국어 앨범 하이라이트
Various Artist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최고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무대와

가장 극단의 기량을 보여주는 노래의 만남.

제가 느낀 오페라의 유령은 바로 위의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과연 가능할까라고 의심했던 공연이 성황리에 끝난 지도 어언 2년이 되었습니다.

가끔 한국어로 팬텀을 듣고 싶을 때 즐겨 듣는 음반이지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로 녹음된 [오페라의 유령]음반이라는 가치

그 것만으로도 이 음반을 구입할 이유는 충분할 겁니다.

게다가 이 음반이 단순히 몇몇 배우가 모여서 부른 음반이 아니라

공연에 직접 올라가는 팀이 그 공연을 기해서 녹음한 음반이라는 것에 또 하나의 가치가 첨가될 것이구요.

다만,

이 음반을 들으면서

아직 장기 공연을 들어가기 전의 가수들이 부른 음반이기에,

아직은 노래를 하고 있지 그 배역은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덜 노련하고 조금 더 건조하다고 할까요?

그리고 녹음한 오케스트라단과 조율 문제인지,

자꾸 늘어지는 박자와

우리 나라 공연 자체에서도 심각하게 느꼈던 조연들의 다소간의 기량차이로 인하여

Prima Donna등의 노래에서 가사가 자꾸 뭉개지는 현상은 피할 수가 없더군요.

이왕한 녹음 작업이니까 그것들은 약간의 기술로라도 손봐줬다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역시 이 음반의 최고 가치는

한국에서 정식으로 올렸던 [오페라의 유령]이란 공연의 공식 음반이라는 역사적 가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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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혹은 조금 넘어서 동대문운동장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항상 술마시고 놀다가 타는 지하철은 저의 외모가 부담됩니다.

혹시 술 냄새는 나고 있지 않은지,

담배 냄새에 너무 쩔어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라인이 번져서 초체하지는 않은 지-하긴 별로 다르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어제는 그렇게 많이 마시지를 않아서 제 몸 상태가 왠만했다는 겁니다.

귀에는 Kiss Me Kate를 꽂고 

이번 주 Movie Week을 들고 -1000원의 행복입니다.^.^

지하철 역에 서 있는데,

정말 멋진 청년을 봤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얼굴이 잘생긴 건지, 참 단정한 하관을 지녔고, 수염이 드문드문 난 하얀 피부를 가졌고,

자세가 좋았던 건지, 등산 배낭을 메고 있었고, 등산복차림이었습니다. 동작은 군더더기가 없었고,

책을 읽어서인지, 똑바른 자세로 서서 책을 읽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읽더군요.

옆에 있던 저마저 책이 읽고 싶어질 정도로, 참 좋았습니다.^.^

디카라도 있었다면 그 장면을 한장면 찍고 싶었습니다.

강변역에서 그 사람을 두고 내리면서

[불 좀 꺼주세요]를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를 해요, 내 안의 나하고, 그 사람은 나하고 참 달라요. 긴머리고, 여성같은 몸놀림을 가졌어요.

그 사람이 나에게 말해요. 용기를 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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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 11번째 작품입니다 벌써.

이제 남은 동숭홀 티켓은 두장입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지,

대극장 연극은 상당히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오태석, 그 유명한 오태석의 공연을 두번째로 봅니다.

이 두가지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없이 공연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무당을 하는 듯한 할머니의 나이든 이야기가 나오고

그녀의 꿈 속에서 의자왕과 성충과 계백이, 그리고 의자왕을 죽이는 금와(화)가 나옵니다.

그녀가 키우는 수양딸이 금와의 환생이라는군요.

깨어난 무당할미는 자신의 수양딸의 접근을 막습니다.

의자왕을 모시는 사당에 너는 안된다고,

1400여년이 된 시체들이 발굴되고 이제 의자왕의 안녕을 비는 한판 굿이 시작됩니다.

무당과 금와는 의자왕을 찾아 풀 것을 풀기위해 명부로 나섭니다.

죽을 때까지 상소문을 썼다는 성충은 가마우지(?) 맞나요? 그 목에다 링 걸고 물고기를 잡는 그 낚시에 사용되는 새가 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위정자들에게 알맞는 유교를 백성들에게 강요한 죄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그 사람의 원한이 풀립니다.^.^;;

계백은 자신의 아이들을 죽인 죄로 매일 매일 자신의 아이들을 죽이며 삽니다.

아이가 나비가 된 날은 거미가 되어 잡아 먹고,

아이가 파리로 환생한 날은 개구리가 되어 잡아 먹고,

의자왕은 항아리에 묶여 자신때문에 죽어간 군인들의 칼에 찔립니다.

그 칼을 다 모아야 그 군인들의 염원을 푼다고합니다.

그런데 금와가 풀어서 데리고 오며 화해를 합니다.

다시 돌아온 이승에서는 할미 무당은 죽고, 그 딸 혹은 금와의 환생이 내림굿을 받습니다.

헥헥, 여기까지가 제가 이해한 스토리입니다.

아마 화해와 재생을 말하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연극은 자신들이 만든 함정에 빠진 것 같습니다.

 

전에 오구를 봤을 때의 바로 그 느낌입니다.

뭐라고 할까? 이 두 극단 모두 배우들의 기본이 잘 되어 있는 극단입니다.

무대 위에서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동작에 장식을 하거나 겉멋을 첨가하지 않고

배우들이 똑바로 서 있는 법부터 잘 가르친 곳 같습니다.

배우들이 기본적으로 소리를 다 하고, 춤 가락을 출 주 알며,

무대에서 많이 돌거나 힘든 동작을 해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너무 과신한 것 같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필요없는 창을 두 세번 하는 장면 한번 시작한 소리는 끝이 안나는 점등은

정말 지리해서 힘들었습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은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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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1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연극을 본 것이 산불이었는데 재미가 없어 그 뒤로 한 두어번 구경가고 연극이랑은 담 쌓았습니다...

soyo12 2004-09-1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불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교과서에서도 잠시 봤던 것 같고,
참 지라하더군요. ㅋㅋ 가끔은 우리 나라 연극도 이야기를 즐겁게 풀어나갔으면합니다.
그 국어 시간이 많이 배우는 해학의 정서 그런 것 좀 활용해서. ^.~
 

어제는 제가 참가하고 있는 한 동호회이 정모였습니다.

워낙에 성격이 불투명하던 통신 소모임인지라

요즘에는 흐지부지 하고 있는데,

어린 친구 하나를 방장으로 앉혀놓고 계속 모임은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연극을 보고 나오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무도 안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미안한 마음에 대학로에서 종로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한 오빠가 더 왔고, 자리를 이동해서 쭈꾸미불고기를 먹고-주차장에서 테이블을 놓고 먹었는대

맛있더군요. 불고기가 맛있던 건지, 어제 잘 넘어간 술이 맛있었던 건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가벼운 마음에 맥주를 한잔할까하고 마시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두 남자가 힙합바(?)를 가고 싶다고 하는 겁니다.

응? 나중에 참석했던 언니도 상당히 춤을 좋아하는 관계로

그리고 이미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시간을 오바한 관계로 가기로 했습니다.

-거길 가면 새벽까지 같이 기다려준다고 했습니다. >.<

전 MMC가서 영화나 보고 싶었습니다.

어딘가를 열심히 찾더니 한 곳으로 저를 인도했습니다.

 

음, 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움직이는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주저앉아서 뒹구는 겁니다.

태어나서 여태까지 춤추는 곳을 간 적은 정확하게 6번째입니다.

첫번째는 대학들어오자마자 한 고등학교 친구와 간 [빠샤] 강남역의 바로 그 빠샤,

거기 있는 거의 대다수의 사람이 연대 경영학과와 이대 영문과를 다닌다는 바로 그 곳에서

전 부킹을 했고, 역시 연대 경영학과에 다닌다는 친구와 춤을 추다가 정신없이 도망왔습니다.

두번째는 통신 영화 소모임에서 뒷풀이로 간 클럽이었는대

전 이미 필름이 끊겨있어서 갔던 기억 밖에 없습니다. >.<;;

세번째는 역시 그 통신 영화 소모임에서 갔던 홍대 앞의 어떤 바였는대 입장할 때 화투장을 줬습니다.

그리고 전 주로 그 앞 주차장에서 놀았습니다.

네번째는 대학 4학년 때인가?

동기들과 함께 간 나이트였습니다. 그냥 가자는 분위기였고 그래서 따라 나섰는대 그냥 특별한 기억은 없습니다. 방에 있었으니까 주로 앉아 있었지요.

다음에 한번 더 누군인가랑 갔는대 누구였을까?

다만 신촌의 후미진 곳에 가니

예비역들이 많이 있는 듯한 그런 나이트라고 하기에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바도 아닌 그런 곳이 있더군요. 그곳에 갔었습니다. 아, 같이 갔던 사람 기억이 안납니다.

 

어제 간 곳은 분위기상은 가장 최근에 간 - 생각해보니 그것도 거의 5년이 되어가는군요.

그런 곳 같습니다.

적당히 나이 있는 사람들이 와서 열심히 춤추는 곳, 그리 부킹도 열심히 하지 않고, 상당히 좁은,

춤추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같이 간 오빠가 워낙에 제 눈치를 살피기에

-제가 처음 간 곳에서는 놀라서 두리번 거리는 것이 화난 것처럼 보인다고 했거든요.-

나름대로 열심히 춤을 췄는대 옆에서 자꾸 뭐라고 합니다. 아, 정말 스트레스였습니다.

계속 칠 것 같은 사람들-정말 그들의 발에 분홍슈즈라도 있는 듯 했습니다.-근대 옆에 있던 언니가 맛이 갔습니다. ㅋㅋ 저 그 언니때문에 가야겠다고 결정내리는 그들을 보고 얼마나 행복했는 지 모릅니다.

언니는 빨리좀 가지그랬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이후 제가 워낙에 그 언니에게 화가 나있었으니 뭐라 말 할 수 없지요. ^.^:;

새벽 세시 종로는 여전히 네온이 많더군요. 갈만한 곳도 없어서 그냥 동대문으로 향했습니다.

MMC의 앞쪽에 있는 카페에서 편한 쇼파에 몸을 맡겼지요. 6시까지 차가 다니기 시작하고 먼동이 터오길래, 동대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난 집에 들어가는 순간 죽을 지도 몰라.

엄니가 11시 40분 이후에 전화를 안하셨습니다.

이유는 1 화나셔서 문 앞에 앉아계신다, 2 주무십니다. 중의 하나인데,

평상시같으면 1번의 경우는 조금 잔소리 듣고 빌고, 2번의 경우는 완전범죄를 노리면 되는데

변수는 으~~~~~~~앜 집에 외삼촌이 와계시다는 겁니다.

전 최소한 사망이란 생각을 하고 들어왔는대 의외로 어머니 반응이 부드러우십니다.

재빨리 신을 봤습니다. 외삼춘이 안계십니다. 우하하하 살았습니다.

얼른 술냄새와 담배 냄새에 쩌들어 있는 옷을 벗고 샤워를 하는대

응? 외삼촌이 돌아오셨습니다. ㅋㅋ 조금만 늦었으면 최소한 1년동안 엄마에게 혼났을텐데,

가까스로 살았습니다. 나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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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09-1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나이트를 하고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그래도 엄마랑 살때는 외박도 할 수 있어요. 남편이랑 자식이랑 살아봐요ㅠ.ㅠ

soyo12 2004-09-1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지요? 갑자기 그 생각이 납니다.
전에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한 친구가 질문했어요. 아빠의 통금시간이 너무 늦은데 어떻게 할까요? 그 질문에 한 새댁이 리플을 달았더군요. '그 때가 행복입니다. 지금은 저녁 밥 해야해서 더 일찍 들어와야합니다. 그런데 가끔 생각합니다. 그 때 한번만이라도 일찍 들어가서 아빠에게 밥을 대접할껄.........' 그냥 막연히 가슴이 찡해졌었습니다.
뭐라고할까? 사람은 참 어리석게도 자기 손 안에 있는 행복을 놏치면서 그것을 못 느끼며 사는 것 같습니다.^.~
 
 전출처 : Fithele > 영국 여행후기 #13. 쥐덫 (The Mousetrap)


팜플렛 & 공연 표지. 팜플렛 하나에 3파운드(대략 6천원)씩이나 받는다.

쥐덫에 얽힌 추억 - 세인트 마틴 극장 - 코벤트 가든과 그 주변 - 예기치 않은 경험 - 배우의 한마디

* 이미지는 1024*768에 맞춰져 있으며 클릭하시면 원래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극은 바로 내가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보았던 연극이었다. 그게 고교 때니 얼마나 관람 생활에 담을 쌓고 살았는지 말 다했지 ㅡ.ㅡㅋ 대학교 1,2학년 때 시쳇말로 공연에 '버닝'했던 이유도 아마 뭔가 관람한다는 거에 한이 맺혀서였던 것 같다.

어쨌든, 쥐덫(The Mousetrap)은 고교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던 축제 때 동기들이 조직하여 딱 하루 공연했는데 보고 완전히 뻑갔다. 프로 연출가까지 섭외해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매일 보던 애들이 그렇게 변하다니 너무 재미있었다. 그 경험을 잊지 못해서였을까, 크리스 역과 보일 부인 역을 맡았던 동기 둘은 대학 가서도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 아주 좋은 활동을 했다.

그런 추억의 극이자 세계 최장기 상연작인 쥐덫의 원조 공연을 안 보고 놓칠 수가 없다, 맥도날드에서 1.89파운드 어치 버거로 끼니를 잇는 한이 있어도 꼭 보리라 생각했기에 미리 표를 ticketmaster.co.uk를 통해 한국에서 예매해 가서 드디어 8월 2일, 제 21538번째 공연을 보게 되었다.

그날 셜록 홈즈 박물관, 대영 박물관을 돌아보고 남은 짬에 피카딜리 광장과 포트넘&매이슨, 로알 아카데미 오브 아츠(RA)를 둘러본 후에도 시간이 여전히 남았기에 세인트 마틴 극장을 먼저 찾으러 갔다.


세인트 마틴 극장 입구

티켓을 찾고 배가 고파 밥을 먹을 데를 찾으러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레스터 스퀘어. -_-;; 부근에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중국 부페를 먹었는데, 주인 아가씨가 날 중국인으로 생각한 건지 엄청 잘해 주었긴 한데 둘다 안되는 영어로 말해서 고생 ;;; 어쨌든 쟈스민 차(1.5파운드나 한다)랑 오랜만에 간장과 chopstick을 써서 밥을 먹으니 대략 만족.


지나가다 발견한, 테네시 윌리암즈의 "어느 여름 갑자기"를 상영하던 극장

그래도 여전히 시간이 남아서 코벤트 가든을 보러 갔다.


코벤트 가든. 그냥 돗대기 시장 같다


그 앞에서 탈출쑈하던 아저씨 (왼쪽) & 코벤트가든의 뒤편


교통박물관 & 극장 박물관


로얄 오페라 하우스. 클래식 비수기(?)라서 발레를 하고 있었다. 공연 시간이 되었는지 온갖 고급 차랑 드레시한 남녀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지도에도 설명이 안 나와 있는 건물이라 고개를 갸우뚱

일찌감치 들어가서 팜플렛을 읽으며 기다렸다. 당연히 극장도 작고,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 많지 않았다. 줄거리도 대충 알려질 대로 알려졌고 하니 그렇다고 할까. 팜플렛에서 배역 소개를 보니 옛날에 케이스웰 양 역을 하던 사람이 보일 부인을 지금 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과연 오래된 극이구나...


오리지널(1952년) 공연과 현재 공연(2004년)의 비교 - 팜플렛 스캔

이윽고 극이 시작했는데, 처음에 예기치 않게도 어두워지자마자 2층 발코니에서 여자가 비명을 지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내 바로 오른쪽 옆에서 갑자기 뭐가 툭 튀어나와 내달려온 것이다! "무슨 일 났소?!"하고 외치는 경관. 심장마비 일으키는 줄 알았다. 내 자리가 F18번에 있었기에 얻은 행운이었다 (좌석표 참조) 


좌석배치표

대본을 이미 옥스포드에서 체류할 때 읽고 와서 특별히 대화를 못알아듣거나 하는 것은 별로 없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표준적이고 쉬운 영어 스타일 - 극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코믹하고 덜 극적이었다. 


보일 부인의 목을 조르는 크리스(위) 몰리-자일스 부부에게 말하는 파라비치니(아래)

특히 크리스 역을 맡은 사람의 코믹 연기가 재미있었다. 여기 팜플렛에 있는 사진은 좀 골때리지만 가장 사랑스런 캐릭터가 얘가 아닐까 싶다. 허나 가장 눈을 끌었던 것은 보이쉬한 미스 케이스웰. 30년대 유행 의상을 완벽하고 우아하게 소화한 그 배우는 등장할 때마다 정말 멋있었다. 언니 싸랑해요! 앞서 예기치 못한 이벤트에 놀랐던 덕택인지, 또다른 살인이 일어날 때 무대가 어두워지며 들린 비명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끼게 했다.


트로터랑 미스 케이스웰, 한데 모인 배역들 - 팜플렛 스캔

중간에 특기할 만한 것은 직원이 가판대 (찹쌀떡 사려~ 할때 그 메고 다니는 것 있죠?)를 들고 문간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판다. 으흐흐... 근데 안에 에어콘을 틀어 너무 추워서 안 사먹었다. 1.5파운드인가 하는 것 같던데, 직원 복장이 꼭 쥐덫 시대에 나오는 웨이터 복장이라 시대를 거슬러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 대본에 없는 부분은, 마지막에 몰리가 파이 타는 냄새를 맡고 어쩔줄 모르고 있을 때 크리스가 그 태운 파이를 들고 나와서 "제 생각엔 요리가 다 된 것 같네요" 라고 말하는 장면.

마지막 짧은 커튼콜. 모든 배역이 손에 손을 잡고 등장한 가운데, 트로터 경사 역을 맡았던 사람이  짤막한 코멘트를 한다. "부디 이 연극이 오래오래 상연될 수 있도록, 범인에 대한 정보를 여러분의 가슴에만 담아 두어 주시고 누설하지 않아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말씀에 나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쥐덫' 공연을 본 경험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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