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4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0월
절판


그녀는 철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재킷 속에는 진청색 셔츠를 받쳐입고 그보다는 옅은 색의 남성용 타이를 매고 있었다. 윗주머니에 꽂아놓은 손수건 끝이 어찌나 날카롭던지 빵이라도 자를 수 있을 것 같았다. -8쪽

일 분 이 분이 손가락을 입술에 댄 채 발꿈치를 들고 지나갔다.
---------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10 쪽

"당신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군."
킹슬리는 브라질산 땅콩이라도 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나는 말했다.
"태도를 파는 건 아니니까."
그는 마치 내가 일 주일 묵은 고등어를 그의 코 앞에 갖다대기라도 한 것처럼 뒤로 물러섰다. -13쪽

"웃기지 마쇼. 그 여자와 어디든 간 적이 없다고 했잖소. 어디든. 벌써 잊어버렸소? "
"난 믿는 얘기만 기억하거든."
------------- 아, 멋져. ^^ -36쪽

그의 귀는 크고 눈은 서글서글했다. 게다가 그는 턱을 천천히 우물거리고 있어서 위험에 처해 봐야 다람쥐 정도로밖에 위험해지지 않을 것 같았고, 다람쥐보다는 훨씬 덜 신경질적인 것 같았다.
--------------- 하루키의 귀여운 비유가 어디서 왔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하루키에게 실례일까? ^^;-77쪽

카운터에는 머리카락 빛깔이 옅은 남자 하나가 마치 물로 가득 찬 으깬 감자처럼 지직거리는 전파로 가득 찬 작은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93쪽

나는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서 열린 창문 너머로 저녁이 고요히 깊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나도 그와 함께 고요해졌다. -227쪽

웨버가 갑자기 앞으로 몸을 숙이자 날카롭고 작은 턱이 유람선의 앞머리처럼 공기를 가를 듯했다. -267쪽

"이 친구야, 도대체 자넨 어떻게 이처럼 오랫동안 살아 있을 수 있는 건가?"

"지나치게 많은 속임수에 빠지지 않고, 직업적으로 거칠게 구는 사내들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으면 살 수 있다네."

-355쪽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5-11-2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는데 멋있다고 생각 못했음 ㅠ.ㅠ

mong 2005-11-3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틀 시스터는 너무 시니컬해서 읽다 접고
판다님이 추천한 초콜릿을 입맛다시며 읽는중 ㅜ.ㅡ

panda78 2005-11-30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 멋있잖아요- "태도를 파는 건 아니니까"라니! >ㅂ<)/ 말로 옵빠아-

몽 언니, ^^ 리틀 시스터가 제일 읽기 힘들다고 꼽히더라구요. 그 고개만 넘으면.. ^^;; 오렌지 다섯 조각도 사셨더군요. 헤헤헤-

mong 2005-11-30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말을 잘 듣는 몽~

산사춘 2005-11-30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6페이지 인용이 심금을 울립니다. 제게 요긴한 말이어요.

그로밋 2005-11-30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분 이 분이 손가락을 입술에 댄 채 발꿈치를 들고 지나갔다' 요거요거 멋지군요^^
시간은 없고, 읽고 싶은 책들은 많고...... -_-;;

하늘바람 2005-11-30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도 읽어 봐야겠군요,

하치 2005-11-3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비유를 쓰면 정말 유치뽕짝인데 글 잘 쓰는 사람들 비유는 참 멋지단말야.흥.

hanicare 2005-11-3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글솜씨군요. 저 장르에는 관심無였는데 저 정도 박력있고 날카로운 문체라면...

panda78 2005-11-3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케어님! ^^ 오랜만이죠- 음.. 챈들러의 소설은 장르소설으로 치부하고 말기엔 너무나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더라구요. 한번 읽어봐 주셔요- ^^

하치, 그지그지? 아주 눈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니까. 넘 멋져서..

하늘바람님, 참 좋아요. ^^ 시작은 하이 윈도로 하셔도 좋을 듯. 제일 보들보들한 말로를 만나실 수 있거든요.

그로밋님, 멋지죠- 멋지죠- 말로가 얼마나 멋진지 몰라요. ^^ 대기 중인 책 목록이 이미 엄청 길겠지만, 조금 윗순위로 말로 한권 올려주세요. ^ㅂ^;

산사춘님, ㅎㅎㅎ 저는요, 제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기억하는 듯도 해요. 싸가지 없는 말 하고 다닌 기억은 하나도 없는데, 나중에 보면 제가 이상한 소리 많이 했더라구요. ㅋㅋㅋ

몽 언니, 쓰담쓰담, 토닥토닥, 참 잘했어요! ^ㅂ^)/

즐거운 하루 *^^* 2005-12-0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고 싶어요..*^^*
문장이 너무 좋습니다.

panda78 2005-12-0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하루님, 꼭 읽어보셔요. ^^ 말로의 매력에 푹 빠지실 거에요.

상복의랑데뷰 2005-12-04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수의 여인은 말로 작품 중에서 가장 코믹하면서도 몽환적인 작품인 것 같습니다. ^^ 어찌나 이죽대시던지 한대 갈기고 싶더군요 ^^;;

panda78 2005-12-0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ㅂ< 어찌나 이죽대시던지! ㅎㅎㅎ
표현이 절묘하십니다, 랑데뷰님! ㅋㅋㅋㅋㅋ 재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