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철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재킷 속에는 진청색 셔츠를 받쳐입고 그보다는 옅은 색의 남성용 타이를 매고 있었다. 윗주머니에 꽂아놓은 손수건 끝이 어찌나 날카롭던지 빵이라도 자를 수 있을 것 같았다. -8쪽
일 분 이 분이 손가락을 입술에 댄 채 발꿈치를 들고 지나갔다. ---------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10 쪽
"당신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군." 킹슬리는 브라질산 땅콩이라도 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나는 말했다. "태도를 파는 건 아니니까." 그는 마치 내가 일 주일 묵은 고등어를 그의 코 앞에 갖다대기라도 한 것처럼 뒤로 물러섰다. -13쪽
"웃기지 마쇼. 그 여자와 어디든 간 적이 없다고 했잖소. 어디든. 벌써 잊어버렸소? " "난 믿는 얘기만 기억하거든." ------------- 아, 멋져. ^^ -36쪽
그의 귀는 크고 눈은 서글서글했다. 게다가 그는 턱을 천천히 우물거리고 있어서 위험에 처해 봐야 다람쥐 정도로밖에 위험해지지 않을 것 같았고, 다람쥐보다는 훨씬 덜 신경질적인 것 같았다. --------------- 하루키의 귀여운 비유가 어디서 왔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하루키에게 실례일까? ^^;-77쪽
카운터에는 머리카락 빛깔이 옅은 남자 하나가 마치 물로 가득 찬 으깬 감자처럼 지직거리는 전파로 가득 찬 작은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93쪽
나는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서 열린 창문 너머로 저녁이 고요히 깊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나도 그와 함께 고요해졌다. -227쪽
웨버가 갑자기 앞으로 몸을 숙이자 날카롭고 작은 턱이 유람선의 앞머리처럼 공기를 가를 듯했다. -267쪽
"이 친구야, 도대체 자넨 어떻게 이처럼 오랫동안 살아 있을 수 있는 건가?"
"지나치게 많은 속임수에 빠지지 않고, 직업적으로 거칠게 구는 사내들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으면 살 수 있다네."
-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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