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의 퇴폐와 작은주체
신범순 지음 / 신구문화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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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퇴폐는 대충 이런 게 아닌가 싶다.  

 

  개인의 아픔에만 집착하여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의 개인의 존재는 잊어버린 모습들.  

 

  내 생각이 맞다면 이제 퇴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대인의 보편적 현상이 되어버렸다.  

 

  시인이 앞서 그 모습을 감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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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잡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9
이청준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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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준이 이 소설을 구상하던 시기는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였다.  

 

  하여 그는 '말이 통하는', 즉 이성적 대화가 가능하기를 바라며 창작에 임했을 것이다.  

 

  요즘은 폭력은 많이 사라진 대신 말이 너무 많은 사회가 되어 버렸다.  

 

  문제는 그 말에 담긴 폭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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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외) 범우 비평판 한국 문학선 8
조명희 지음 / 종합출판범우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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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사람들>의 주인공 원보가 삶의 고통을 못 이겨 감옥에서 자살하는 장면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조명희의 비극적인 삶의 마감을 알기에 원보와 박성운의 죽음이 심상치 않게 여겨졌다. 

  <낙동강>은 박성운의 전기에 가깝다. “소설은 전기의 양식을 띨 수밖에 없다.”는 루카치의 말은 이처럼 사회주의 계열의 소설에 딱 알맞다. 박성운은 문제적 개인의 모습을 내 비춘다. 난 문제적 개인을 환경을 대자적으로 인식하고, 의지와 결단에 따라 실천하는 자로 이해한다. 그는 평평범범한 농부의 자식이다. 군청 농업조수로의 삶도 있었지만, 그는 의지에 따라 환경을 박찬다. 그에게 돌아오는 건 철창 생활과 유랑이었지만 그는 더욱 소중한 것을 얻는다. 바로 사회주의이다. 민족주의자에서 사회주의자로의 전신(轉身) 역시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연대성이 문제적 개인의 중요한 모습인데 박성운은 이를 충실히 보여준다. 사회운동단체의 결성과 로사를 계도함이 바로 그것이다.

  박성운의 죽음으로 끝을 맺고 있지만 로사를 비롯한 동지들의 결연한 의지는 이 작품이 소위 사회주의적 전망을 드러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조명희(1894-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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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6
김남천 지음, 채호석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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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은 사소설을 자주 쓰는 편이다. 카프(KAPF) 문인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던 <물!>(1933)은 대표적인 사소설이다. 그도 1920년대 일본 호세이(法政)대학에 유학한 바 있는데 이 때 사소설을 섭렵한 걸로 추정할 수 있다. 김남천은 줄곧 비판적 리얼리즘을 옹호한 것으로 인정된다. 임화(林和)와 리얼리즘에 관해 논쟁한 것은 유명하다. 내 생각으로는 카프 계열의 작가 가운데선 가장 뛰어난 소설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대하(大河)>(1939)는 그 가운데서도 수작이다.

<처를 때리고>(1937)의 주인공 남수(南洙)는 전향한 지식인이다. 그는 이념 활동에 매진하다 옥고를 치른다. 출감한 그가 맞닥뜨린 건 옛 동료들의 속물적 모습과 아내의 변심이다. 그를 무엇보다 괴롭히는 건 아내의 달라진 모습이다. 추정컨대 아내 정숙(貞淑)은 이념적 동지였다.


“정치담이나 하구 다니면 사회주읜가. 시국담이나 지껄이고 다니면 사회주읜가

백 년이 하루같이 밥 한술 못 벌고 십여 년 동안 몸을 바친 제 여편네나 때려야

사상간가. 그런 사회주읜 나두 했다. 미련한 이년은 십 년이 하루 모

양으로 남편을 하늘같이 알고 비방과 핍박 속에서 더울세라 추울세라 남편만을

섬겼건만 그날 뒷날 첩으로 되어 쫓겨나게 될 줄만 몰랐다.”


  남편의 신념적 동지였던 아내가 이젠 남편을 타박한다. 더군다나 정숙은 젊은 준호(俊鎬)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다. 우당(愚堂) 선생이라 불리며 ○○계 거두였던 남수가 이젠 아내에게마저 무시와 구박을 받고, 배신을 당하는 존재로까지 전락한 것이다.

 <우리말 사전>은 속물을 이렇게 정의한다. '세속적인 명리(名利)에만 급급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명리란 영예와 이득일텐데, 이득은 성적 욕망도 포함할 터이다. 소설 속에 보이는 눈에 띄는 속물은 허창훈(許昌薰)이다. 그는 변호사로 꽤 큰 돈을 지닌 사람이다. 창훈은 남수가 자리를 비운 시절 정숙을 희롱한다. 준호는 남수에 따르면 ‘경박 그 자체가 매력’인 사람이다. 이 경박함을 정숙이 좋아한다고 준호는 생각한다. 소설의 말미에서 준호는 약속을 어기고 제 잇속을 좇아 신문사 기자로 취직한다.

  이념적 동지로만 살기엔 남수와 정숙은 세상 가운데서 너무 무력하다. 세속의 탁류는 창훈과 준호로 형상화돼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는다. 작가는 이 억울함과 분통 터짐을 사소설의 형식을 빌어 드러낸 것이다. 
 

 

             김남천(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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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일기 지만지 고전선집 412
딩링 지음, 김미란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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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띵링(丁玲)의 소설은 일본 교토(京都)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폐병을 앓고 있는 스무 살 처녀이다. 그녀의 고민은 이렇다. 샤훼이는 유부남인 링지스(凌吉士)를 마음에 두고 있다. 샤훼이의 고백처럼 “이 사회가 그녀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허락하진 않”을 것이다. 그녀는 사회적 관습과 사랑의 본능 사이에서 갈등한다. 연하의 웨이띠(葦第)는 이런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샤훼이는 링지스를 알아갈수록 실망만을 거듭한다. 사실 그녀는 링지스의 외모와 언행만을 보아왔다. 허나 그의 영혼은 그녀의 표현에 따르자면 비열했다. 그는 속물에 가깝다. 링지스는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사랑을 고백하나 이미 그녀의 마음은 식어버렸다.

  일기란 양식을 취해 쉬이 꺼낼 수 없는 속내를 이야기한다. 일기 속에서 자신을 “샤훼이”라 칭하는 독특한 모습도 가끔 보인다. 일기를 이렇게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례는 아닌 듯 싶다. 일기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양식이다면, 소설로 말하자면 성장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샤훼이는 내가 보기에 많이 성장했다. 성장소설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악을 목도한 주인공이 성큼 자라나 세상을 달리 본다는 것일테다. 우리의 싱클레어(<데미안(Demian)>)가 그러하며, 토니오 크뢰거(<토니오 크뢰거(Tonio Kroger)>)가 그러하다. 샤훼이가 맞닥뜨린 세상의 악은 사회와 링지스에 보인다. 여자로서 행복의 추구를 방해하는 적들이다. 끝내 그녀가 다다른 결론, 즉 그녀의 성장한 모습은 마지막 말에 드러난다. “조용히 삶을 영위하다가 조용히 삶을 마치는 거야. 아! 네가 불쌍하구나, 샤훼이!”  

  제목을 '샤훼이 여사의 일기'로 달았으면 어떨까 싶다. '소피'라니까 서양인 이름 같다.  

 

                       丁玲(1904-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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