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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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소개하는 책 가운데 절반은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억을 되살리는 좋은 시간이었다.  

 

  한 권, 한 권이 유시민의 삶과 마주쳐 조용한 불꽃을 일으키고 있다.  

 

  그 모습이 참 좋다.  

 

  새로 발견한 그의 모습은 문학청년의 모습이다.  

 

  그가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소설가 - 그의 누나 유시춘 역시 소설가이다 - 인 줄 알았지만 소설을 뜯어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의미 있는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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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3-01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권의 책 중에서 절반을 읽었군요~

전 달랑 최인훈 광장 빼고 읽은 책이 없군요 ㅋ

이 책을 읽으면서, 유시민에게 반감을 가지는 이유를 생각해 봤어요. 왜 그럴까....

이 아저씨가 아무리 곱게 보이지 않아도, 자기반성 성찰 능력은 있어 보이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3-0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으면 왠지 죄스러운 게 고전이잖아요?

그래서 의무감으로 몇 권 봤는데, 유시민과 겹친 게 있어서요.

유시민에 대해선 저도 생각이 잘 정리되질 않아요^^

다이조부 2010-03-01 18:07   좋아요 0 | URL
충실한 독자네요~

보통 사람들은 고전은 잘 읽지 않고, 다이제스트로 여기저기에 소개되는

것들을 주워 들은걸,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사는것 같은데 말이죠.

지겨운 이야기지만, 고전의 어떤 정의는, 제목은 유명한데, 실상 읽은

사람은 거의 없는 책들이라고 하니까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3-0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은 고전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하지 않는 것도 지적 엄결함의 한 조건이겠죠.

물론 저도 잘 지키지 못하지만요.

그래서 자기훈련 차원으로 고전을 가끔씩 챙겨봅니다.
 
한밤의 가수 대산세계문학총서 40
베이다오 지음, 배도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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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모교를 방문한 베이다오게서 이 책에 받은 서명이다.

  

  베이다오(北島) 시의 한 구절이다.


  너에게 고하노니, 세계여,

  나는――믿지――않아!

  네 발 아래 1천 명의 도전자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렇다면 나를 천한 번째 도전자로 삼아다오.

 

  황지우가 짓고 이윤택이 연출한 <오월의 신부>를 본 적이 있다. 연극을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5월 광주의 한 복판, 숨어있던 임철우가 어느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 때 자신은 돌 몇 개나 던졌을 뿐이고, 벌벌 떨며 이불 속에 숨어 있었다고"  

 

  죽음 앞에 선 시민군들의 모습을 보며 나라면 어디에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답을 내릴 수 없기에 부끄럽고, 괴로울 뿐이다. 5월 광주의 시민군들도 베이다오 시의 저들과 같지 않았을까?  
 

 

                         北島(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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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소설 선집 한국문학의 재발견 작고문인선집
이선희 지음, 오태호 엮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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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희(李善熙)의 소설(<계산서>)은 과격하다. 주인공은 아이를 출산하다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그녀는 여자로서의 의무에 충실했지만 아이를 얻는 대신 신체의 일부를 잃었다. 이후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의심한다. 자신이 사 준 넥타이를 매고 늦은 밤 외출을 하는 남편을 목격하곤 그녀는 남편의 외도를 확신한다. 그녀는 자신도 이 가정을 위해 다리 하나를 잃었으니 남편 역시 다리를 잃어야 한다는 계산을 한다.

  남편의 외도를 확신할 만한 증거는 없다. 넥타이를 매고 어딜 갔는지 아내의 직감만을 믿기에는 위험이 크다. 외려 난 남편이 상당히 아내를 사랑한다는 생각을 했다. 고된 간호를 마다지 않는 모습과 돈을 털어 외투를 사주는 장면은 그녀를 아끼는, 또한 미안해하는 그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삶이 처절함은 이해된다. 특히 어릴 적 많은 사랑과 보호 속에서 자랐기에 불구된 자신의 신체가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의심을 비롯해 그녀의 마음은 현재 너무 흥분된 상태이다. “이것은 내 계산서뿐만 아니라 모든 아내된 자의 계산서일 것이다.” 이러한 말도 내겐 큰 울림을 던져주지 못하고 있다. 감정만의 발로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내는 현재 집을 나와 중국에 있다. 이런 배경도 한 몫 하는 것 같은데, 소설이 전체적으로 붕 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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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여성소설 명작선
석평매 지음, 김은희.최은정 옮김 / 어문학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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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펑위안쥔(馮沅君)의 소설은 좀 더 적극적이다. 왜냐하면 풍원군은 결혼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화자는 유부남을 사랑한다. 유부남을 사랑하며 그녀가 당당히 그와 여행까지 가는 건 “그와 그의 부인이 단지 봉건 예교로 이루어진 관계”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제도로서의 사랑(즉 결혼)보다 의미로서의 사랑을 더 중시한다. “우리는 사랑을 이루기 위함이다”라는 단언은 이를 잘 나타낸다. 봉건적인 사랑은 육체적 사랑(肉交)이었다. 허나 근대의 사랑은 정신적 사랑(情交)이어야 한다. 육교는 그 다음이다. 화자는 이를 ‘순결한 사랑’이라 말한다.

  민며느리제로 고통하는 여성은 소수이나, 육교가 먼저든 정교가 먼저든 여성은 대부분 결혼을 한다. 작가의 문제 의식은 좀 더 확대되어 있다. 허나 남자의 마지막 말(“지난 날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처럼 소설의 결말은 모호하다.  

 

            馮沅君(1900-1974)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루인(廬隱)의 소설엔 남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세 자매와 이들의 고모가 등장한다. 결혼을 기준으로 네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겠다. 주인공인 샤뤼만이 기혼녀이고, 세 사람은 미혼이다.

  헤어진 지 4년이 지나 자매들은 재회하고, 이들의 기억 속에 있는 고모를 떠올린다. 4년 전에 비할 때 네 사람의 생각은 몰라보게 자리이동 했다. 샤뤼는 현재 갓난아이를 둔 어머니이다. 현재 자신의 모습과 삶에 그녀는 실망한다. “왜 결혼을 해버렸지?” 그녀의 후회 섞인 말이다. 링쑤(玲素)는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녀가 결혼에 대해 지닌 생각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허나 이 말을 참고해 보자. “수도 없이 많고 복잡한 인생의 갈림길에서 언닌 어쨌든 머물 곳을 찾은 거야. 그러니 이루지 못한 일은 생각하지 마!” 링쑤의 위로는 어쩌면 자신을 향한 경계일 수도 있겠다. 연약한 여자로서 결혼은 분명 현실인 것이다. 셋째 동생은 독신주의자였다. “나 요즘 들어 독신주의 고집하던 생각이 많이 흔들리고 있어. 왜냐면 고집이 인생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 그녀는 가장 많이 변해 있다. 고모는 결혼을 거부하고 사회운동에 열심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오는 건 사회, 특히 남자들의 차가운 시선이다. 그녀는 굴욕감을 느낀다. 또한 외로움을 절감한다.

  결혼도 독신도 네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진 않다. 여자이기에 불행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소설의 제목처럼 이들은 “돌아갈 곳”이 없다. 소설은 차분히 다른 것 같으나 결국은 같은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있다.  

  

             廬隱(1898-1934)

<술 마신 뒤>

  링수화(凌叔華)는 이 소설들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생각을 내 비친다. 차이샤오(采苕)와 용짱(永璋)은 부부이다. 두 사람은 별 문제가 없는 평범한 가정이다. 젊은 듯 한데 용짱의 아내에 대한 칭찬과 애정 표현은 과할 정도이다. 그런데 차이샤오가 엉뚱한 부탁을 한다. 용짱의 친구인 즈이(子儀)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나 또한 즈이에게 연민을 갖는다. 문제는 이 감정을 남편에게 별 거리낌 없이 쏟아놓는다는 것이다. 솔직하다 해야 할 지, 속이 없다 해야 할 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여하튼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난 당신이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거 확신해. 왜 내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아내의 투정에 남편은 못내 허락한다. 그러나 아내는 키스하지 않는다.

  가전 제품으로 유명한 한 회사의 TV CF를 봤다. 연인이 회사의 사무실로 들어선다. 남자의 회사인 듯 한데, 남자는 동료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하고 잠깐 자리를 비운다.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운이 움트더니 뿌옇게 올라오는 가습기를 사이에 두고 두 사사람은 키스한다. 잠시 후 남자 친구가 들어오고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듯 매무새를 다듬는다. 가습기 광고인데, 내겐 썩 충격적이었다. 짧은 시간에 극적인 효과를 던져야하는 게 TV 광고의 생리일테지만, 내 정서로는 꽤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술 마신 뒤>는 어쩌면 이 광고보다 여러 발짝 앞서 나가 있다.  

 

           凌叔華(1900-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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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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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문학사 시간에 읽고 그저 언론이 문제인가 보다 했던 책인데 요사이엔 언론의 해악을 크게 느껴 책이 절절히 다가왔다.  

 

  유시민(<청춘의 독서>)을 통해 하인리히 뵐이 실제 언론사와 싸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노무현, 한명숙까지 겹쳐 소설의 시공간이 절절히 다가온다.  

 

  명예만 잃었으면 다행이지 싶다.  

 

  명예만이 아니지 않은가, 노무현은? 

인물사진 

 Heinrich Böll(1917-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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