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소설 선집 한국문학의 재발견 작고문인선집
이선희 지음, 오태호 엮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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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희(李善熙)의 소설(<계산서>)은 과격하다. 주인공은 아이를 출산하다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그녀는 여자로서의 의무에 충실했지만 아이를 얻는 대신 신체의 일부를 잃었다. 이후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의심한다. 자신이 사 준 넥타이를 매고 늦은 밤 외출을 하는 남편을 목격하곤 그녀는 남편의 외도를 확신한다. 그녀는 자신도 이 가정을 위해 다리 하나를 잃었으니 남편 역시 다리를 잃어야 한다는 계산을 한다.

  남편의 외도를 확신할 만한 증거는 없다. 넥타이를 매고 어딜 갔는지 아내의 직감만을 믿기에는 위험이 크다. 외려 난 남편이 상당히 아내를 사랑한다는 생각을 했다. 고된 간호를 마다지 않는 모습과 돈을 털어 외투를 사주는 장면은 그녀를 아끼는, 또한 미안해하는 그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삶이 처절함은 이해된다. 특히 어릴 적 많은 사랑과 보호 속에서 자랐기에 불구된 자신의 신체가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의심을 비롯해 그녀의 마음은 현재 너무 흥분된 상태이다. “이것은 내 계산서뿐만 아니라 모든 아내된 자의 계산서일 것이다.” 이러한 말도 내겐 큰 울림을 던져주지 못하고 있다. 감정만의 발로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내는 현재 집을 나와 중국에 있다. 이런 배경도 한 몫 하는 것 같은데, 소설이 전체적으로 붕 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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