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송두율은 무엇인가?
연민이 가닿는 불행한 지식인인가?
백면의 에고이스트인가?
솔직하지 못한 또 하나의 실망인가?
어려운 사람이다.
어려운 사회이다.
어려운 민족이다.
어려운 세계이다.
당신은 내게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가르쳐 준 또 한 사람이다.
모든 문학자가 목표로 삼아야 할 결과물의 최고봉이 아닌가 한다.
세계문학사 속에 우리가 뛰어든 게 근대라지만 아니다.
역사의 시작과 더불어 우리 역시 주인공이었다.
주인공다운 창작을 해야 하고 연구해야 한다.
신경숙 소설의 정체는 무엇인가?
수더분한 성격에서 나오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끊이질 않는 수다.
알 수 없는 인간, 이해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나름의 항변.
아니면 지극히 세속적이고도 통속적인 영양가 없는 군말.
오리무중 속을 거니는 그를 보자니 나 역시 말이 많아진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던 시인 황동규가 이제 죽음이라는 큰 암벽 앞에 멈춰 서 있다.
이 암벽은 너무나 거대해 도무지 등반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누군가 황동규를 '긴장의 시인'이라 했다.
그는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을테다.
그 긴장에서 나오는 무거운 미소가 나는 좋다.
살기 위해?
결국은 죽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이 같은 세상에 공존과 상생을 낮은 목소리로 외치는 선생은 분명 이 시대의 선물이다.
함께 있기가, 같이 살아가기가 이토록 힘든 시대가 또 있었던가?
왜 사느냐는 물음에 이토록 답하기가 힘든 시대가 또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