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러 명의 프리모 레비를 만나게 해 주어 반갑다.
레비처럼 절망해 생을 마감한 자도 있지만 그들도 증언의 삶을 모두 산 것이다.
인간이어야 함을 오늘도 히로시마와 아우슈비츠는 처절히 말해주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가 또 한 사람의 레비임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
윤지관의 비평은 참으로 매섭다.
세상과 인간을 허투루 바라보다간 이내 그에게 호된 불호령을 얻어 듣는다.
강골의 비평이 드물고, 특정 에콜 안에서만 강골을 부리는 비평이 판치는 이 시대에 그의 작업은 참으로 귀하다.
'놋쇠 하늘'을 뚫고 올라갈 불호령을 기대한다.
이제 마술을 그리고 있는 최인석의 소설.
난 마술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것이 그리 놀랍지도 즐겁지도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에서 마술을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현실을 마술을 통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그려낼 수 없다는 자각 때문일 것이다.
꽤 좋은 엔솔로지이다.
가려낸 시도 다들 수준이 있지만 김춘수의 해설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김춘수 자신이 일급 시인이자 시론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physical'이란 재미난 개념으로 시를 가른다는 게 흥미 있다.
썩 좋은 엔솔로지이다.
번역은 일본의 근대를 앞당긴 동시에 그 근대를 부실하게 하는 역할까지도 했다.
제 문화에 바탕한 '찹쌀 도너츠'식의 번역은 의미가 깊다.
하지만 '인권'을 '민권'으로 번역하는 모습은 마루야마 마사오의 지적처럼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다.
우리에겐 잘 닦인 거울이다.
丸山眞男(1914-1996) 加藤周一(1919-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