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리 솔직할 수 있을까?
솔직하기에 또한 대담하다.
리영희는 자신이 용렬하다지만 그 정도도 용렬이라면 보기 드문 용렬이다.
자신은 남한 사회의 철저한 이방인이기에 솔직함만이 미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 부분이 송건호와의 변별점이기도 하다.
고위 관료를 꿈 꾼 리영희와 소설가 되기를 원했던 송건호의 차이이다.
무수한 말들이 오가나 난 그가 책과 문학으로 행복과 자유를 꿈꾼 사람이었다는 것만을 기억한다.
이생의 행복을 접어야할 때 그는 낙타의 다리를 씹으며 더욱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난 그러나 그의 신뢰는 쉬이 잡히질 않는다.
의미가 중요한가, 가치가 중요한 것인가?
의미보다는 가치를 따지는 데 몰두하는 한국 사회에서 김우창의 존재는 기이할 따름이다.
그는 의미의 탐구는 지나침이 없다 말한다.
의미는 또한 어느 곳으로도 열려있기에 품는 힘이 크다.
그런나 이 순간도 나는 가치를 매기고 있다.
미시마의 초기작이다.
<사랑의 갈증>은 들 떠 있다.
하지만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차분히 갈무리돼 있다.
<금각사>에서 보이는 섬찟함과 냉혹함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의미 있는 발견이다.
인생의 반고비에 얼추한 시절에 남긴 김현의 글이다.
마라토너는 반환점을 돌 무렵 속도를 줄이기 마련이다.
앞과 뒤도 살피기 마련일테고.
김현의 눈에 많은 것이 담겨있다.
마라토너이며 나그네인 내게도 많은 것이 담겨질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