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풍의 시들도 보아줄 만 하다.
고은과는 달리 진득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날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 듯 하다.
그 진득함이 김주연이 말하는 종교성을 불러왔는지도 모른다.
고은의 날램이 지나친 것을 이시영은 붙든다.
이 책과 <몽상의 시학>의 터울이 3년이다.
이 책에서 책으로 된 성에 살러 가겠다는 바슐라르는 <몽상의 시학>에선 거대한 도서관 모양의 천당은 하늘에 있다고 말한다.
공간이 몽상을 거쳐 천국까지 올라간 것이다.
<몽상의 시학>을 마친 지 꼭 3년 뒤 바슐라르는 도서관 모양의 천국에 간다.
민주주의 밖에 없다는 생각을 최장집은 곧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정치만이 희망이라는 데에 연결시키는데 수긍하기 어렵다.
민주화 이후엔 참여, 결사체, 심의 민주주의가 도무지 쓸모가 없을까?
아무런 힘이 없을까?
가족들이 고인의 유지를 제대로 이뤄가지 못하는 것은 마음 아프다.
처자야 선택할 권리가 있어 두지 않았지만 형제, 자매야 그럴 수 없으니 분란을 고인 역시 생각하지 않았을까?
잡지가 없어지고 재산이 축난다지만 책 속의 필자들이 남긴 글이 이렇듯 살아 한창기를 기리고 있으니 섭섭해 할 일만도 아니다.
한창기(1936-1997)
이 책은 '홀로 사는 즐거움'을 넘어 죽음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까지도 말하고 있다.
삶의 소소한 것부터 비워가는 것이 죽음과 더불어 사는 삶일 것이다.
그것이 즐거움임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우리가 너무도 삶에 찌들어 있기 때문일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