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적 오만함이 무협과는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게으름과 무관심도 한 몫 했지만.
성장소설이 틀로 잡히니 좀체로 비껴가지 않는다.
김현은 그 끝에 허무를 두었고.
'좀체로 '라 했지만 좀스럽다.
폭이 워낙 좁다랗기 때문이다.
배움의 즐거움과 고귀함을 잃어버린 우리 세대다.
책읽기를 등한히 하는 것은 당연지사일테고.
글쎄 인간에게 풍요로움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책 한 권이 귀하던 시절 이 선생들은 아끼고 아껴가며 책장을 넘겨갔다.
값진 가르침이다.
기행문은 처음 접한 듯 한데 맞나?
여행을 많이 하시니 얼마든지 좋은 글을 남길 듯 한데 안 쓰는 걸 보면 결국 기행문이란 게 그 나라, 그 고장 자랑이 되니 우리나라에 대한 기행문만 남기는 것도 당연한 듯 싶다.
<삼국유사>와 관련한 일연에 대한 해석은 탁견이다.
좋은 스승은 무서워야 한다.
무서움이 경외감을 낳고 경외감은 삶의 자세를 바로 하게 한다.
학문이란 자세의 문제에 다름 아닐 것이다.
제자가 스승으로부터 배우는 가장 귀중한 것은 바로 이 자세이다.
스승과 제자가 많이도 닮아있다.
사회주의와 휴머니즘이 어디쯤에서 함께 자리를 틀어야할 지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다.
작가가 연민과 안타까움으로 '사람아!'라고 외치는 건 그의 앞에 어떤 전망도 내비추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