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슨 희귀병을 앓고 있나?
한, 두 가지가 아니라 정말 불만이다.
다른 모양이지만 여하튼 병을 앓는다는 데서 현대인들은 모두 친구다.
문제는 건강함을 위장하라는 사회의 요구이다.
얼굴이 빨개지는 병은 참 좋은 병이다.
Jean-Jacques Sempé(1932-)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은 자잘한 삶의 편린들에 뜻을 새겨넣는 작가의 손놀림이 놀랍다.
결국 전체란 하나, 둘의 합에 다름 아닐까?
그 하나에는 전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테고.
프리모 레비와 더불어 현대 이탈리아 문학의 또 다른 모습인 이탈로 칼비노이다.
인간 심저에 내재한 외로움과 두려움은 인간을 병들게 하는가, 아니면 더욱 단단하게 하는가?
그는 병들었다.
내게 그의 죽음은 병듦의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혜린(1934-1965)
요한 호이징하의 말처럼 르네상스는 '중세의 가을'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며, 변화의 계절이다.
르네상스는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의 피 튀기는 전장이다.
변화가 들끓는 곳엔 언제든 문화가 발전한다.
마치 저 고대 희랍처럼 말이다.
내가 오정희를 좋아하는 이유는 숨가쁨 때문이다.
그는 나긋나긋하지 않다.
절제 가운데 할 말을 다 쏟아놓는다.
그래서 더욱 따갑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