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늑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0
쓰시마 유코 지음, 김훈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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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로 접한 쓰시마 유코의 소설이다.  너무도 유명한 작가의 아버지-다자이 오사무-때문에 작가의 소설을 대하면 자연스레 다자이 오사무와 그녀를 비교하게 된다. 장편인 <불의 산>을 읽으며 다자이 오사무의 가족사 소설 <사양>을 그의 딸이 훌쩍 뛰어 넘으며 마무리짓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자이가 <인간 실격>에서 자신만의 성에 스스로 위폐된 한 인간을 그려낸다면 쓰시마는 줄곧 사람들을 끌어안고 그려낸다.    

  쓰시마 유코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곧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거꾸로 선 현대사를 찬찬히 훑어보며 소외된 자들을 조용히 그려낸다. 작가는 소설집 <<나>>에서 근대의 자기중심성을 비판하려 일본의 근대로부터 버려진 아이누인을 찾아간다. <불의 산>은 자전을 담아 태평양 전쟁을 전후한 일본의 현대사를 그려간다.  

  장편 <웃는 늑대> 역시 패전 직후 황폐한 일본의 모습을 두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며 그려내고 있다. 어머니가 없는 남자 아이와 아버지를 모르는 여자 아이가 만나 밤기차를 타고 무작정 도쿄를 떠난다. 두 아이의 눈에 담긴 사람들은 두 아이의 표현마냥 '원숭이'일 따름이다. 돈과 강자 앞에선 꼬리치고, 약한 이들에겐 소스라치게 무서운 원숭이 말이다. 두 아이의 경험과 공상이 섞여 혼란스러울 때 작가는 글의 말미마다 소설의 사건과 관련한 신문 기사를 싣는다. 그 기사들은 전후 일본의 황폐함을 황량한 문체로 보여준다.  

  아버지를 모르는 여자 아이는 작가와 많이도 닮았다. 아버지를 모른 채로 살아가려 하나 자신만 빼곤 모두가 아는 아버지와 그의 기이한 죽음-정부(情婦)와의 정사(情死)-을 두고 작가는 자신에게만큼은 비밀이기를 바랐다고 한다. 자연스레 그의 소설엔 그의 아버지가 담기는 듯 하다. 아버지보다 더 오래 산 작가의 얼굴을 보며 그대의 아버지가 못 다 한 바를 그대가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청출어람이다.  

  

       津島佑子(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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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2-1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이 작가의 <나>를 읽었는데 저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청출어람이라고 까지 하시니, 이 책을 읽어볼까 말까 망설여집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1-02-15 14:44   좋아요 0 | URL
[<나>]에선 작가가 형식적으로도 실험을 감행해 저도 미적지근한 느낌은 가졌어요. 개인적으론 작가의 자전이 핍진하게 담긴 <불의 산>을 가장 좋아합니다. <웃는 늑대>도 물론 좋지만요.
아버지 다자이와는 썩 다른 소설을 쓰고 있죠. 아버지가 짧은 생 가운데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비밀을 딸은 알고 있지 않나해서 '청출어람'이라 적어 보았습니다.

반딧불이 2011-02-1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사건과 관련한 신문기사'를 싣는 형식이 눈에 띄는데요. 소설과 현실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건가봐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2-15 15:37   좋아요 0 | URL
병치돼 진행돼 가는 게 흥미롭습니다. 작가가 갖는 현실 인식이 신문 기사로도 드러난다는 생각도 갖구요.
이런 면도 아버지 다자이 오사무와는 썩 다른 면이죠.

루쉰P 2011-02-2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으며 나 역시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하는 오싹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는데 그의 딸이 있다니 놀랍네요. ^^ 흠...역시나 파고세운닥나무님의 리뷰를 읽으며 사고 싶다는 생각이 꿈뜰 꿈뜰...지름신 강림을 시키시는데 소질이 있으신 듯 합니다. 내용도 제가 읽는 주제들과 맞다는 생각도 들구요. 후훗...

파고세운닥나무 2011-02-27 10:31   좋아요 0 | URL
쓰시마 유코는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장편 <불의 산>을 의미 깊게 읽었구요. 다자이 오사무보다 더 훌륭한 작가라는 생각입니다.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루쉰P 2011-02-28 09:23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소외된 자에 대한 소설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기에 이 책은 꼭 읽어 봐야 겠습니다. ^^ 비가 많이 오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번역 많이 하세요. 화이팅!!

파고세운닥나무 2011-02-28 13:21   좋아요 0 | URL
환절기 건강 유의하세요. 이 비가 그치면 이쁜 봄이 오겠지요^^

루쉰P 2011-03-22 23:34   좋아요 0 | URL
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후훗 번역 작업에 완전 올인해서 몰입하고 계시는 듯 합니다. ^^ 아무쪼록 얼른 봤으면 하네요. 건승을 빕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1-03-23 16:49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러잖아도 여자친구가 지도교수를 통해 오늘 오후에 원고 파일을 출판사에 넘겼다고 합미다. 저도 책출간이 많이 기대됩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루쉰P 2011-03-24 16:06   좋아요 0 | URL
흐흐흐 정말 기대되는군요. 출판사에 넘어갔다니 이거 기대되는군요. 아! 정말 '출판사에 넘겼다' 이 얼마나 좋은 표현인가요. 아 갑자기 눈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