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오바마의 서재에는 어떤 책이?
20일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소문난 ‘독서광’이다.
대학시절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면서 말 속에 깃든 “변화의 힘”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는 열렬한 독서를 통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영감을 불어넣는 언어의 마술을 갈고 닦아 왔다.
그의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의 독서편력을 분석하며, 그가 어떻게 책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세계관을 넓혀왔는지를 들여다봤다.
흑인도, 백인도 아닌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고민하던 청소년 시절, 그는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흑인작가들의 작품에서 위안과 성찰을 얻었다. ‘할렘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랭스턴 휴즈, 제임스 볼드윈, 랠프 앨리슨, 리처드 라이트의 작품들이 당시 그의 영혼을 위로했다.
방황하던 대학시절 그는 니체와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즐겨 읽었다. 대학 졸업 뒤 시카고 흑인 저소득층 지역에서 지역사회 운동가로 첫발을 내디디면서, 그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전기인 <파팅 더 워터스>를 애독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들, 허먼 멜빌의 모비딕, 성경, 링컨 전집, 랠프 왈도 에머슨의 <셀프 릴라이언스>, 여성작가 메릴린 로빈슨이 1950년대 노예제 폐지운동을 배경으로 쓴 소설 <길리애드> 등을 자신의 애독서로 꼽았었다. 오바마는 대학시절 “매우 형편없는 시들을” 썼다고 밝히기도 했고, 직업으로 소설가가 될 생각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오바마가 들고 있던 데렉 월코트의 시집은 문화의 주변부에서 소외되고 뿌리를 잃었지만, 이 때문에 자유롭게 새로운 자아를 창조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서전인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의 내용처럼, 오바마가 즐겨 읽는 소설들도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토니 모리슨의 <솔로몬의 노래>, 도리스 레싱이 쓴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 <황금 노트북> 등 정체성 문제에 천착한 작품들이 많다.
최근 즐겨 읽는 책은 ‘오바마 시대’의 방향을 탐색하는 책들이다. 정치적 라이벌들을 포용한 에이브러험 링컨 전 대통령에 대해 도리스 굿윈이 쓴 <팀 오브 라이벌스>을 당선 뒤 읽었고, 이는 오바마가 국무장관에 한때 치열한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발탁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이밖에 프랭클린 디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취임 첫 100일간을 다룬 책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였던 비밀작전을 다룬 스티브 콜의 <고스트 워스>는 그의 경제위기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구상의 밑그림이 되고 있다.
오바마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복잡한 문제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인간 본성의 모호함을 탐구하는, 역사, 철학적 책들을 즐겨 읽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흑백 세계관을 강조하고 단순한 해법을 강조하는 책을 선호했던 것과 대비된다. 퇴장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데올로기적인 작가의 ‘처방’을 열렬히 수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미국이 전세계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나탄 샤란스키의 <민주주의를 말한다(Case for Democracy)>는 부시 대통령이 ‘폭정의 전초기지’ ‘악의 축’ 이념을 세우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도 링컨의 연설들은 오바마가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최고의 애독서다. 오바마는 영감이 필요할 때마다 링컨을 다시 읽는다고 말해왔다. 2005년 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오바마는 링컨과 자신이 모두 보잘 것 없는 출발점에서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링컨은 “더 크고, 근본적인 미국적 삶의 요소를 생각하게 한다. 바로 우리의 더 큰 꿈에 맞춰 우리를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오랜 신념”을 준다고 썼다.
오바마와 링컨은 모두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출신으로, 대통령이 되기 전 공직 경험이 짧다는 공격을 받다가 미국인들을 감동시킨 연설로 순식간에 유명해져 대통령이 되었다. 링컨 역시 오바마처럼 평생 독서 애호가였고,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다듬었다. 링컨의 최고 애독서는 성경과 셰익스피어였다. 두 사람 모두 미국인들을 향해 건국의 아버지들이 제시한 미국의 미완성 꿈을 완성하자고 호소하면서, 위기의 시기에 화해와 희망의 새로운 비전으로 국가를 소생시키려 했다는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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