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신의 인품이 손바닥을 뒤집듯 갑자기 변해 버린 점은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피우스가 전제 권력을 유지하려고 사용한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수단 가운데서도 그 자신의 인품이 손바닥을 뒤집듯 갑자기 변해 버린 점은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피우스는 교활하게도 자기가 인민 측을 편들고 있는 사람처럼 꾸미고 있었다. 그가 이런 짓을 한 것은 십인회에 재선을 노렸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를 귀족을 반대하는 측의 우두머리로 추대시키기 위해서도, 또 자기를 뜻대로 지지하는 여당을 만들기 위해서도 그 특유한 수법이 빈틈없이 사용되었다.
여기까지는 아피우스도 잘해 냈으나, 내가 이미 말해 둔 경위로 갑자기 성격을 확 바꾸고, 평민의 벗에서 평민의 적으로, 인간미 넘치는 사람에서 오만한 인물로, 그리고 친밀감 있는 인물에서 손도 댈 수 없는 간사한 인물로 돌변하자, 그 순간에 거짓으로 굳혀진 그의 마음속은 그만 누가 보아도 훤히 내다볼 수 있게 되고 말았다. 잠시 동안이라도 선인으로 통하던 사람이,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의 길로 접어들려고 할 경우에는 조금씩 그 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러다가 정세가 유리하다고 짐작이 갈 때는 재빨리 변신해야만 한다. 그러면 본성이 드러나 그 때까지의 인망이 없어져 버리기 전에 새로운 지지자를 얻을 수 있으므로, 본래의 권위를 조금이라고 덜 손상시킨다. 그렇지 않으면 가면이 벗겨지는 바람에 지지자도 없어지고 파멸의 길을 걷게 되리라.(263쪽)
- 마키아벨리, 『정략론(로마사론)』,
제1권 제41장 <겸양에서 오만으로, 동정에서 잔혹으로 갑자기 변하는 것은 생각이 얕고 무익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