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늦은 시간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이제 잠자리에 들겠지만, 잠을 자지는 못할 겁니다.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단지 꿈을 꾸게 되겠지요.
 - 프란츠 카프카, 1913. 1. 22

 * * *

카프카에게 꿈은 '잠 없는 밤에 벌인 투쟁'이었다. 그에게 꿈은 종종 환상적 글쓰기를 위한 동기가 되어주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무서운 공포에 시달리게끔 하는 효과'가 더욱 컸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오직 꿈을 꿀 뿐입니다. 잠 없는 꿈을."

어느덧 다 저물어 가는 올 한 해를 되돌아 보니 문득 카프카가 그토록 자주 꾸었다던 '악몽'을 꾼 느낌마저 든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거대한 카드섹션을 만들어 보이며 뭐든지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우리의 과거는 이미 온데 간데 없이 다 사라지고 진짜 악몽만 남은 기분이다. 저마다 붉은 티를 걸쳐 입고 시청앞 광장을 붉게 물들이며 '대한민국~'을 한 목소리로 그토록 우렁차게 외치던 그런 때가 과연 있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느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너무나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지고 척박하게 변해 버린 듯힌 참담한 기분마저 든다.

이제와 문득 꿈에서 깨어나 보니 모든 게 '악몽'이 아닌 진짜 현실이었다. '봉건시대에도 일어날 수 없다'던 일들이 무수히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고, 우린 그런 현실이 그저 '악몽'일 뿐인지 진짜로 벌어진 '현실'인지조차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며 살아온 느낌이다.

그래도 그나마 조금은 다행이다. 뒤늦게나마 그런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우리 스스로 힘겹게 찾아내고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11월 5일부터 주말마다 광화문을 찾아 '촛불'을 들었던 게 결코 헛일은 아니었던 듯싶다. 탄핵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5주 연속으로 찾았던 '광화문 촛불 집회' 가운데 내게 가장 울컥했던 순간이 바로 전인권이 부른 이 노래를 들으며 함께 불렀던 순간이었다. 그날은 마침 운이 좋게도 주무대와 불과 3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일찌감치 자리잡고 앉아 있었던 덕분에 모든 노래들이 다 생생하고 좋았지만, 그래도 이 노래를 듣고 부르던 순간만큼은 오래도록 잊기 힘들 듯하다.

참으로 힘겨웠던 올 한 해의 모든 기억들은 이제 다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또 흘려 보내고, 우리 다 함께 희망의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언젠가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도 좋을 때가 올 것이다. 비록 그 때가 언제일지는 아직 몰라도 '악몽'에서 벗어날 때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 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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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31 0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31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6-12-3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꿈을 꾸는 새해 되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는 좀 더 편안하기를 소망합니다.

oren 2016-12-31 18:55   좋아요 0 | URL
어느새 새해가 코앞에 바짝 다가왔네요.
2017년에는 정말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고 깜짝 놀랄 정도로,
두루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