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에 대하여...

 

(밑줄긋기)

 

젊은이는 시가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젊은이가 시에 입문할 때, 우리가 작시술이 모방술과 그림 그리기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것이라는 총체적 서술을 해 준다면, 그 젊은이는 더욱더 견실한 자세를 취하게 되겠지. 젊은이에게,

 

시는 말하는 그림, 그림은 말 없는 시 58

 

라고 흔히 인용되는 말을 숙지시킬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덧붙여 그림 속에서 도마뱀이나 원숭이 또는 테르시테스59의 얼굴을 볼 때, 그것을 아름다운 것으로서가 아니라 유사한 것으로서 즐기며 찬미한다는 것을 우리가 그에게 가르쳐 주어야 하네. 본질상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지. 그러나 모방은 다르네. 모방은 천한 것이든 좋은 것이든 관계없이 그 유사성만 나타낼 수 있다면 되네. 한편, 만약 추한 신체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내면, 이는 그 고유성과 개연성이 요구하는 것을 간과하게 되네. 어떤 화가들은 심지어 수치스런 행위를 묘사하기까지 하지.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 있네. 티모마코스60가 자신의 아이들을 죽이는 메데이아의 그림을, 테온61 자기 어머니를 죽이는 오레스테스의 그림을, 파라시오스62가 미치광이로 가장한 모습의 오뒷세우스의 그림을, 카이레파네스63는 유부녀의 남자와의 추잡한 성관계의 그림을 그렸네. 여기서 특별히 젊은이가 훈련받아야 할 점은 모방한 행동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화제(畵題)가 정확하게 모방했는지 그 기술에 관한 것이네. 시 역시 흔히 천박한 행동, 사악한 경험과 등장인물을 모방적 암송으로 들려주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는 그 안에 있는 찬미의 대상이나 성공적 요소를 참된 것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되고 더욱이 그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인정해서도 안 되네. 젊은이는 오직 등장인물들과 사물에 대해 적합하고 고유하게 그 유사성이 제대로 모방했는지 하는 그러한 것들을 칭찬해야 하겠지. 돼지가 꿀꿀거리는 소리, 닻을 감아올리는 권양기의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 스치는 소리, 그리고 포효하는 파도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네. 그러나 파르메논64이 돼지 소리를 모방하고 테오도로스65가 권양기 소리를 모방하는 것처럼 누군가가 이런 소리를 그럴듯하게 모방한다면, 우리는 즐겁다네. 우리가 병들고 위궤양으로 몹시 아픈 사람은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피하지만, 무대에서 슬퍼하거나 죽는 것으로 나타나는 아리스토폰66의 <필록테테스>와 실라니온67의 <이오카스테>를 보면 재미를 느끼게 되네. 익살꾼 테르시테스나 여인들을 유혹하는 시쉬포스, 포주 바트라코스, 이런 사람들의 언행을 읽을 때 젊은이는 이런 것들을 모방하는 기능과 기술을 권장하는 것은 몰라도 역시 그것이 모방하는 성향과 행동은 거부하고 비난하는 것을 배워야 하네. 그 이유는 아름다운 어떤 것을 모방하는 것과 어떤 것을 아름답게 모방하는 것은 전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아름답게'의 의미는 '알맞게', 그리고 '고유하게'이고, 추한 것들은 추한 것에 '알맞고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네.

 

주석

 

58. 플루타르코스는 『모랄리아』, 「아테나이인들은 전쟁의 업적으로 더 유명한가 아니면 학문 때문에 더 유명한가 」라는 에세이에서 이 언급을 시모니데스가 한 것으로 돌리고 있다.

 

시모니데스는 그림을 침묵하는 시로, 시를 말하는 그림으로 일컫는다. 왜냐하면 화가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역사로서 표현하고 있는 저 모든 행동은 과거와 관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가가 색채와 형상으로 꾸미는 것을 시인은 단어와 문장으로 연관 짓는다. 오직 그들은 모방의 자료와 방법에서만 다를 뿐이다.

 

또 호라티우스의 언급도 읽어 보기 바란다.

 

시는 그림과도 같다. 어떤 것은 가까이서 볼 때 더 감동적이고 어떤 것은 멀리서 볼 때 절정감을 느낀다. 어떤 것은 어두운 장소를 좋아하는가 하면 어떤 것은 비평가의 형안(炯眼)을 두려워하지 않고 밝은 장소에서 관람 되기를 원한다. 어떤 것은 한 번만 보아도 마음에 들지만 어떤 것은 열 번을 거듭해서 보아야만 마음에 든다.(호라티우스, 『시학』)

 

59. Thersites : 트로이아 전쟁에 참전한 군인. 『일리아스』에서 그는 안짱다리와 절름발이, 안으로 움츠러든 어깨, 머리카락으로 덮인 머리 모양을 하고, 저속하고 추하며 위트라고는 별로 없는 위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 나의 생각 : 이 인물은 소포클레스의 비극 『필록테테스』에도 등장한다. '그리스 최고의 활솜씨'를 지녔던 필록테테스는 트로이아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군함을 타고 항해하던 중 그만 몹쓸 병에 걸리고 만다. 전우들에 의해 홀로 렘노스 섬에 버려진 채 살아가던 그에게 훗날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가 찾아온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트로이아 전쟁 소식'을 주고받는다. 필록테테스가 이런저런 소식을 묻자, 네옵톨레모스가 "그 분도 세상을 떴소이다. 간단히 말해, 전쟁은 나쁜 사람은 마지못해 잡아가고 쓸 만한 사람들은 대놓고 잡아가지요." 라고 대답한다. 바로 그 대목에서 필록테테스가 떠올린 인물이 바로 테르시테스였다. "맞는 말이오. 그래서 묻겠는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나 말솜씨만은 빈틈없이 교활한 그 사내는 어떻게 지내고 있지요?"라고 되물었던 것이다. 아주 가끔씩은 이와 비슷한 인물이 현실 세계에도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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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시테스 (그리스어: Θερσίτης)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 그리스의 병사였다. 다른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이 왕이나 장군인데 비해 그는 계급이 낮은 평민으로 지독한 독설가이자 수다쟁이였다.

 

일리아스 제2권에서 호메로스는 이례적으로 테르테시스의 못생긴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는 일리오스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못생긴 자로
안짱다리에 한 쪽발을 절었고 두 어깨는 굽어
가슴쪽으로 오그라져 있었다. 그리고 어깨 위에는 원뿔 모양의
머리가 얹혀 있었고 거기에 가는 머리털이 드문드문 나 있었다.
 
일리아스, 제2권 216~219행.

 

그는 수다장이로 자신의 낮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여러 영웅들과 왕들을 조롱하였다. 그는 아킬레우스는 "겁쟁이"로 욕하고 오디세우스를 공공연히 비난했고 아가멤논에게도 "욕심쟁이"에다가 "계집애 같은 겁쟁이"라고 조롱을 퍼부었다. 그러다 오디세우스가 황금의 지팡이로 때리자 테르시테스는 눈물을 흘리며 물러났다.

 

그는 결국 자신의 조롱과 독설로 인해 죽음을 맞는다. 아킬레우스가 다시 전투에 나서고 한 전투에서 트로이 진영을 도와 전쟁에 참여한 아마조네스의 여왕 펜테실레이아를 죽였다. 아킬레우스는 펜테실레이아의 투구를 벗겼는데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아킬레우스는 그녀의 시체를 가져와서 겁탈했는데 이를 보고 테르시테스가 네크로필리아라며 조롱했다. 이에 화가 난 아킬레우스가 테르시테스를 죽여버렸다. 테르시테스는 권력에도 굴하지 않은 비평적 인물의 상징으로 많은 철학자들과 평론가들로부터 자주 거론된다.

 

(출전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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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imomachos of Byzantium : 헬레니즘 시대의 유명한 화가. 그의 그림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자기 아이들을 죽이는 메데이아와 광기를 부리는 아이아스이다. 훗날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 두 그림을 80탈란트의 거금을 주고 구매해 베누스 신전에 헌납했다고 한다.

 

61. Theon of Samos :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대의 헬라스 화가. 오레스테스의 광기를 그린 그림으로 유명하다.

 

62. Parrhasios of Ephesus : 고대 헬라스의 유명한 화가.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기원전 399년 전후에 활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기원전 400∼380년에 활약했던 제육시스 화가와의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제욱시스는 포도를 잘 그려 새들을 속였는데, 그는 커튼을 잘 그려 제욱시스를 속였다고 한다. 그의 가장 정평 있는 그림은 거지로 분장한 오뒷세우스의 그림이다.

 

63. Chaerephanes of Euboea : 니코파네스로 더 알려져 있는 헬라스의 화가. 춘화도(春畵圖)로 유명했다.

 

64. Parmenon : 기원전 4세기의 희극배우로서 돼지의 성대모사가 유명했다. 그는 무대에서 가짜 돼지 새끼를 들고 꿀꿀거리는 소리를 내어 반 시간 이상이나 청중을 웃겼다고 한다. 얼마나 잘했던지 시골 소년이 진짜 돼지 새끼를 가져와 꿀꿀거리는 소리를 내게 했지만, 관중은 파르메논의 돼지 소리만 못하다고 소리쳤다고 한다.

 

65. Theodoros : 원래는 엘렉트라를 연기하는 비극배우였으나, 천부적인 성대모사의 기술을 발휘하여 사람뿐만 아니라 무생물의 시끄러운 소리도 잘 냈다고 한다. 특히 배의 닻을 감아올리거나 풀어 내리는 데 사용하는 장치인 권양기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의 모랄리아』 , <젊은이는 시가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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