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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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과 셰익스피어, 그리고〈로엔그린〉

 

극장이나 연주회에서 비평가가, 학교에서 저널리스트가, 사회에서 언론이 지배권을 얻는 동안, 예술은 저질의 오락적 대상이 되었고, 미학적 비평은 허영심 강하고 산만하고 이기적이며 게다가 불쌍하게도 독창적이지 못한 사교계의 접착제로 이용되었다. 이 사교계의 의미는 가시다람쥐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우화가 알려준다. 그 결과, 예술에 관한 말들이 지금처럼 무성했던 적이 없었고, 동시에 지금처럼 예술을 무시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베토벤과 셰익스피어에 관해 대화를 나눌 능력이 있는 사람과 여전히 교제할 수 있는가? 누구나 자기 느낌에 따라 이 질문에 대답할 것이다. 그는 대답으로 "교양"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것이다. 물론 그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않고 이 질문에 대답하려 노력한다고 전제할 경우 그렇다.

 

이와 반대로 고귀하고 섬세한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비록 그가 앞에서 서술한 방식으로 서서히 비평하는 야만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성공적인 〈로엔그린〉공연이 그에게 미친 효과, 예기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단지 그에게 경고하고 해석하면서 붙잡아주는 손길이 없기 때문에, 당시 그를 뒤흔들었던 너무나 다르고 비교할 수 없는 느낌은 그저 하나의 느낌으로 남고, 수수께끼 같은 별처럼 잠시 빛나다가 꺼져버린다. 당시 그는 심미적 청중이 무엇인지 예감했던 것이다.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2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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