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스펜서와 칸트
······ 그런데 그 공이 여기저기서 돌다 멈추다 하며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면 더욱 큰소리로 웃을 것이다. 다시 말해 앞서 우리가 말한 구조는 그것이 직선적일 때에도 이미 희극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원운동을 해서, 인물의 이런저런 노력이 원인과 결과의 숙명적인 톱니바퀴 장치에 의해서 철두철미하게 같은 장소로 되돌아오게 되면 더욱 희극적이 된다. ······
이러한 우스개가 얼마나 강하게 또 빈번하게 나오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것이 몇몇 철학자들의 상상력을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다. 많은 과정을 거치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은, 말할 나위없이 수고만 하고 전혀 소득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희극성을 정의하려고 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허버트 스펜서의 생각 역시 이런 것이었으리라.15 그에 따르면 웃음은 노력이 갑자기 허무에 부딪히는 노력의 징표의 징표라고 했으니 말이다. 칸트는 이미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웃음이란 기대가 갑자기 무로 해소되는 것에서 생긴다" 우리도 이러한 정의 가 바로 전에 말한 예에 적용됨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공식에는 두세 가지 제한을 두어야 할 것이다.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 헛수고도 많기 때문이다. (54∼55쪽)
주석
15. 스펜서이론(Essays : Scientific, Political and Speculative, Ⅱ, 452ff, Appleton, 1892)은 간단히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프로이트가 《기지론》에서 높이 평가하여 자신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여기는 계기가 되는 다른 독창적인 의견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