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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평점 :
······ 내 비록 부모님을 고향 땅에서 내 눈으로
보기를 열망하지만 부모님을 위해서도 나는 이토록 슬퍼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만큼 떠나고 안 계신 오뒷세우스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사로잡는구려. 나그네요! 그분께서는 이곳에 안 계시지만
나는 그분의 이름을 말하기도 조심스러워요. 그분께서는
나를 남달리 사랑해주셨고 마음속으로 염려해주셨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구분을 멀리 떨어져 계시지만 '나리'라고 부르지요."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말했다.
"여보시오! 그대가 전적으로 부인하며 그분이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말하고 그대의 마음이 불신으로 가득 차 있으니
나는 그저 되는 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맹세하고 말하겠소.
오뒷세우스는 돌아올 것이라고. 그리고 이런 반가운 소식에 대한
보수는 그분이 돌아와 자기 집에 도착하는 즉시 내게 주시오.
그때는 내게 외투와 윗옷 같은 좋은 옷들을 입혀주시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4권 제141∼154행
내 당당한 마음은 죽음을 전혀 예감하지 못했고
나는 월등히 맨 먼저 뛰어나가 적군 중에서
나보다 걸음이 빠르지 못한 자를 창으로 죽이곤 했소.
전쟁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었소. 나는 들일이나
빼어난 자식들을 양육하는 살림살이는 좋아하지 않았소.
그 대신 나는 언제나 노를 갖춘 배와 전쟁과 반들반들 닦은
창과 화살을 좋아했는데, 이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섬뜩하기만 한 참혹한 것들이지요. 그러나 나는 신들께서
내 마음속에 넣어주신 바로 그런 것들을 사랑했소.
좋아하는 일은 사람마다 다르게 마련이니까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4권 제219∼228행
"이제 내 말을 들으시오, 에우마이오스와 그대들 동료 일꾼들이여!
내 한 가지 소원이 있어 말하겠소. 주책없는 술이란 녀석이
그렇게 하도록 내게 명령하는구려. 술이란 녀석은 가장 사려 깊은
사람도 노래하고 상냥하게 웃도록 부추기는가 하면 춤추도록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말하지 않는 게 더 좋을 말도 내뱉게 한다오.
그러나 일단 입 밖에 낸 이상 나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겠소.
아아, 우리가 매복조를 짜서 트로이아의 성벽 밑으로 인솔했을
때처럼 내가 젊고 내 힘이 약해지지 않았더라면 좋으련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4권 제462∼469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