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피는, 마치 발갛게 단 무쇠를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담갔을 때처럼, 쉿쉿 소리를 내며 불타는 독에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거기에는 절제란 없었다. 탐욕스런 화염이 내장을 삼키고,
전신에서는 시커먼 땀이 흘러내렸으며, 그의 힘줄들은
탁탁 튀는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독이 퍼져 골수마저
녹아내리자 그는 하늘을 향하여 두 손을 들고 소리쳤다.
"사투르누스의 따님이여, 내 파멸을 보고 즐기시오!
즐기시란 말이오. 잔인한 분이여, 그대는 높은 곳에서 이 재앙을
내려다보며 잔혹한 마음으로 실컷 좋아하시오!
그리고 내가 내 적에게도, 그러니까 그대에게도 동정을
받아야 한다면, 이토록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고
고역을 위해서 태어난 내 이 가증스런 목숨을 거두어가시오.
죽음은 나에게는 선물이오. 의붓어머니가 주기에 알맞은 선물이오.
대체 이러자고 내가 이방인들의 피로 신전을 더럽히던 부시리스를
제압했던가요? 이러자고 내가 잔혹한 안타이우스에게서
어머니의 힘을 빼앗았던가요? 이러자고 내가 세 모습의
히베리아의 목자를 겁내지 않았으며, 케르베루스여,
머리가 셋 달린 그대를 겁내지 않았던가? 이러자고, 내 손들이여,
너희들은 힘센 황소의 뿔들을 눌렀던가? 이러자고 엘리스가,
스튐팔루스 호의 물결이, 파르테니우스의 숲이
너희들의 노고를 알았던가? 이러자고 너희들의 용기에 힘입어
내가 테르모돈의 황금으로 만든 허리띠를 가져왔으며,
이러자고 잠자지 않는 용이 지키던 사과들을 빼내 왔던가?
이러자고 켄타우루스족이 내게 대항할 수 없었고, 이러자고
아르카디아를 쑥대밭으로 만들던 멧돼지가 내 앞에서 몸을
사렸던가요? 이러자고 잃음으로써 자라나고 힘이 두 배로 늘어나는
휘드라에게도 끄덕없었던가요? 인간의 피를 마시고 살찐
트라키아의 말들과, 시신들로 가득 찬 구유를 보고는 그것들을
보자마자 내가 그 주인과 말들을 메어쳐 죽인 것은 또 어떤가요?
네메아의 거대한 사자는 내 이 팔에 목이 졸려 주워 있었소.
이 목덜미로 나는 하늘을 떠메고도 있었소.
윱피테르의 잔인한 아내는 고역을 부과하는 데 지쳐도,
나는 그것을 이행하는 데 지치지 않았소. 하나 지금 용기로도
대항할 수 없고 어떤 무기로도 대항할 수 없는 이상한 역병이
나를 엄습하고 있소.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불이 내 허파 속
깊숙한 곳을 돌아다니며 내 사지를 날름날름 먹어치우고 있소.
하나 에우뤼스테우스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소.
하물며 신들이 있다고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