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여행을 이끄는 초대장
헤르쿨레스의 죽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데이아네이라와 헤라클레스 두 사람이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테바이에 사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와 몰래 동침하여 얻은 아들이다. 제우스의 정실부인인 헤라는 남편과 딴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를 몹시 미워하여 틈이 날 때마다 그를 괴롭힌다. 그러나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훌륭한 무인으로 성장하여 테바이의 왕 크레온의 딸 메가라와 결혼한다. 그러나 그는 곧 헤라의 저주를 받아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자신의 자식마저 죽이게 된다. 그후 제정신을 차린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테바이를 떠나 델포이에서 받은 신탁이 그 유명한 '12 공업(功業)'이다. 도저히 불가능할 듯하던 임무를 모두 마친 헤라클레스가 두 번째 정식 결혼에서 만난 여자가 칼뤼돈의 왕 오이네우스의 딸 데이아네이라였다. 헤라클레스가 명부(冥府)에 내려갔을 때 멜레아그로스로부터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지상으로 돌아와 하신(河神) 아켈로스와 싸워 이긴 끝에 얻은 아내다.


이 작품이 다루는 이야기는 헤라클레스가 죽기 직전, 그가 집을 떠나 바깥세상을 전전한지 15개월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인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데이아네이라와 결혼한 후에도 모험을 일삼던 헤라클레스가 오래도록 소식이 없자 데이아네이라는 아들 휠로스를 보내 아버지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마침내 전령이 한 무리의 여자 포로를 끌고 나타나 헤라클레스의 근황을 알린다. 전령이 데려온 노예 포로들 가운데는 아름답고 젊은 이올레도 끼어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말자 자신의 남편이 첩으로 데려온 여자임을 알아차린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 넷소스의 피를 미약인 줄 알고 남편의 옷에 발라 남편에게 보낸다.

결국 '넷소스의 피'를 바른 옷을 입은 헤라클레스는 옷섶에 숨어 있던 독기 때문에 살갗이 타들어가는 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오이테 산으로 올라가 스스로 장작더미 위에서 산 채로 화장해 달라고 간청한다. 데이아네이라의 '본의 아닌 과실' 때문에 가장 힘이 세고 용감했던 영웅도 결국 아내의 질투심에 희생되고 마는 것이다. 그토록 용맹무쌍하고 힘이 쎈 영웅이었지만 아주 사소한 실수 때문에 결국 목숨을 잃고 마는 영웅의 이야기는 그리 낯설지 않다. 선의든 악의든 인간의 의지는 결국 '인간이 알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의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주제다.



 - 『소포클레스 비극전집』에 실린 사진




 - 『소포클레스 비극전집』에 실린 사진



  

 - 구이도 레니, <데이아네이라의 납치> 1621년


 

 * * *


 데이아네이라

내 미모가 결국 내게 고통을 안겨주는 게 아닐까 하고
나는 두려움에 넋이 나가 거기 앉아 있었으니 말예요.
하지만 마침내 싸움을 주관하시는 제우스께서 좋게
정리해주셨지요. 그게 좋은 것이라면. 헤라클레스의 아내로
선택된 뒤로 나는 자꾸만 그이가 걱정이 되어 애를
태우고 있으니 말예요. 한 밤이 괴로움을 가져다주면

다른 밤은 그 괴로움을 도로 몰아내곤 하니까요.

그 뒤 우리 둘 사이에 아이들도 태어났지만,
그이는 그 애들 보기를, 마치 농부가 멀리 떨어진 밭을
파종 때 한 번, 수확 때 한 번 보듯 하지 뭐예요.

그이는 그런 생활을 하며 잠시 집에 들렀다가
금세 길을 떠나곤 하지요. 남의 밑에서 봉사하려고.

 - 《트라키스 여인들》24∼35행

 

 

 

 데이아네이라

그대들은 내가 괴로워한다는 말을 듣고
이리 온 것 같은데, 아직은 나를 애타게 하는
번민을 모르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것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청춘은 안전한
곳에서 자라며 추위에도 따가운 햇볕에도,
비에도 폭풍에도 시달리지 않지요.
그렇게 고생 없이 즐거운 세월을 보내다가
처녀가 어느 날 갑자기 부인이라고 불리며
밤이면 밤마다 제 몫의 근심을 갖게 되어
남편 걱정에 자식 걱정에 안절부절못하지요.

그때는 어떤 불행이 나를 짓누르는지 알게 되겠죠.
제 불행으로 내 불행을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 《트라키스 여인들》141∼152행



 

 데이아네이라

사랑의 신 에로스에 맞서 권투라도 할 것처럼
주먹을 휘두르는 자는 현명한 자가 못 돼요.
에로스는 신들조차도 제 멋대로 다스리니까요.
에로스는 나도 지배하는데 다른 여인들은 왜
지배하지 못하겠소? 나는 완전히 미친 사람이겠죠,
만약 이런 증세를 두고 내 남편을 나무라거나 또는
그녀에게는 수치스럽지 않고 내게는 해롭지 않는 일에
그이와 한패인 그녀를 나무란다면 말이오.

 - 《트라키스 여인들》441∼448행




 데이아네이라

그녀의 젊음은 피기 시작하고, 내 젊음은 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사람의 눈은 피는 꽃은 따 모으기를
좋아하지만, 시든 꽃들로부터는 발걸음을 돌리는 법이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헤라클레스가 이름만
내 남편이지, 실은 더 젊은 여인의 남자가 되는 거요.

 - 《트라키스 여인들》547∼551행




        코로스

보라, 소녀들이여, 오래된 예언의
신성한 말씀이 얼마나 갑작스레
우리에게 이루어졌는지!
그 말씀에 따르면, 달수가
다 차서 열두 번째 해가 지나면
제우스의 친아들의 노고들도
끝날 것이라 했는데,
이제 그 약속이 확실히 이행되었구려.
눈을 감고 햇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죽고 난 뒤에도
힘든 노고의 짐을 지겠어요?

 - 《트라키스 여인들》821∼830행



 

            유모

…그러니 누군가 이틀 또는
 그보다 많은 날들을 미리 내다보려 한다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에요. 오늘을
 무사히 넘기기 전에 내일은 없으니까요.

 - 《트라키스 여인들》943∼946행

 

 

    헤라클레스 

손들이여, 내 손들이여,
가슴과 등과 언제나 충실하던 나의 두 팔이여,

너희들이 과연 전에 목자들의 악령인, 네메아의
거주자들, 아무도 접근하지 못한 사나운
괴물인 사자를 힘으로 제압했더란 말인가!
너희들이 과연 레르나의 휘드라와, 반인반마의
잡종으로 거칠고 뻔뻔스럽고 힘이 절륜한 무법자들인
켄타우로스으들의 군사들과, 에뤼만토스 산의 멧돼지와,
무시무시한 에키드나가 낳은 제압할 수 없는 괴몰로서
저승에서 하데스의 문지기 노릇을 하는 머리 셋 달린
번견(番犬)과, 이 세상 맨 끝에서 황금 사과들을
지키고 있던 용을 제압했더란 말인가!

 - 《트라키스 여인들》1089∼1100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