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가 태어난 날인가 보다. 그는 197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물인데, 나는 여태 그의 이름을 다른 사람의 책에서 딱 한번 마주칠 기회밖에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그 책에서 소개된 '첼름이라는 가상의 마을 출신의 어느 한 숙맥'의 이야기는 내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지 쉽사리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건 아마도 미국의 쿨리지 대통령 부부가 방문했던 어느 농장의 수탉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얘기를 여러 친구들에게 퍼뜨렸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페이스북 친구인 모 대학 심리학 교수 한테까지 들려줬는데, 아쉽게도 그 분은 '쿨리지 효과'뿐만 아니라 스티븐 핑커의 책조차 낯설어 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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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리지 효과

새 파트너를 만나면 남성의 성적 욕구가 깨어나는 현상은 유명한 일화 덕분에 쿨리지 효과라고 불린다. 미국의 30대 대통령이었던 캘빈 쿨리지와 그의 아내가 한 농장을 방문하던 중 따로 시찰을 하게 되었다. 닭장을 둘러보던 쿨리지 여사는 수탉이 하루에 몇 번이나 암탉과 관계를 하는지 물었다. "몇 십 번 합니다"라고 안내원이 대답했다. 이번엔 대통령이 닭장을 보고 수탉에 관해 물었다. "매번 같은 암탉과 합니까?" "아닙니다. 각하. 매번 다른 암탉과 합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영부인에게도 그 말을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많은 수컷 포유동물들이 교미를 할 때마다 암컷이 바뀌면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을 과시한다. 실험자가 이전 파트너에게 가면을 씌우거나 냄새를 없애도 속지 않는다. 바꿔 말하자면 이것은 수컷의 욕망이 '무차별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수컷들은 어떤 부류의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가에는 신경 쓰지 않지만, 어느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가에는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다. 이것은 내가 2장에서 관념연합론을 비판할 때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개인과 범주 간의 논리적 구별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예다.

남자들은 수탉 같은 정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의 욕망에서도 쿨리지효과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문화를 포함하여 많은 문화에서 남자들은 아내에 대한 성적 열망이 결혼 후 몇 년 내에 시든다고 보고한다. 남성의 성욕 감퇴를 촉발하는 것은 아내의 외모나 그 밖의 특징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개념이다. 새 파트너에 구미가 당기는 것은, 딸기에 질리면 초콜릿 케이크에 끌리는 경우처럼 다양성이 인생의 양념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예가 아니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의 소설〈불운한 녀석 먼저〉에서, 첼름이라는 가상의 마을 출신인 한 숙맥이 여행을 떠나지만 길을 잘못 들어 뜻하지 않게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놀라운 우연의 일치로 고향 마을과 똑같이 생긴 다른 마을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겹기만 했던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를 만나 매력을 느끼고 황홀해한다.(7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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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1-2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리지 효과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책에서 읽었어요.

고향 마을과 똑같이 생긴 다른 마을을 만났다?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를 만났다?
사람도 변신하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건가요? ^^

oren 2012-11-23 15:10   좋아요 0 | URL
그저께 점심을 함께 먹었던 어떤 친구한테 이 내용을 얘기해 줬더니,
"그래서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얘기였구나..." 하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