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
새뮤얼 스마일스 지음, 공병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3년 10월
절판


부귀는 도덕적 가치의 증거가 될 수 없기에 그것의 화려함은 마치 반딧불이 개똥벌레의 모습을 비춰주듯 부자의 무가치함을 밝혀줄 뿐이다.-298쪽

수많은 사람들이 돈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자신을 내버리는 방식은 원숭이의 욕심을 연상시킨다. 알제리의 카바일 족(주로 알제리 북부의 해안 산악 지대에 사는 부족-역자주) 농부가 호리병을 나무에 단단히 붙들어 매놓고 그 안에 약간의 쌀을 넣어두었다. 호리병의 주둥이는 원숭이의 손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를 갖고 있다. 원숭이는 밤에 나무로 와서 손을 집어넣고 쌀을 움켜쥔다. 쌀을 쥐고 있어서 손이 빠지질 않지만 원숭이에겐 쌀을 놓고 손을 뺄 지혜가 없다. 그렇게 해서 원숭이는 아침이 될 때까지 거기에 서 있다가 사람에게 잡히고 만다.-298쪽

많은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젊은이는 삶이 너무 편해서 이내 거기에 질리게 된다. 그에겐 더 이상 바라고 원할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루기 위해 발버둥칠 만한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시간이 남아 돌면서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결국 사회에서 그의 위치는 부평초 같은 꼴이 될 뿐이다.

그의 유일한 노동은 시간 죽이기이니
참으로 비참하고 고달픈 노동이로다.
(제임스 톰슨의 《나태의 성》(1748년) 중에서)



-298-299쪽

하지만 정신이 똑바로 박힌 부자는 게으름을 나약한 마음가짐으로 알고 물리치게 마련이다. 재물의 소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유념한다면 자신보다 못한 처지의 인간에 비해 일에 대한 소명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골(잠언 30장을 기록한 사람-역자주)의 완벽한 기도문은 어쩌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일 수 있다.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
-299쪽

인생의 최고 목적은 고결한 인격을 닦고 정신, 양심, 감정, 그리고 영혼을 가능한 한 최고조로 계발하는 데 있다. 이것이 진정한 목표이며, 이외의 것들은 그 수단으로 보아야만 하는 것이다.-300쪽

따라서 가장 성공적인 인생은 최고의 쾌락, 최다의 재물, 최고의 권력이나 장소, 혹은 최고의 명예나 명성을 얻는 삶이 아니라, 최고의 인격을 닦고 자신이 맡은 일과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는 삶이라 하겠다. 돈이 일종의 힘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성, 공공심, 도덕심 역시 힘일 뿐만 아니라 돈보다 훨씬 고귀한 것들이다.-300쪽

큰돈을 벌어 '상류 사회'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거기서 존경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신적 자질과 품격, 예절, 그리고 올바른 심성을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돈 많은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도 상류 사회에는 리디아의 마지막 왕 크로이소스처럼 부유하지만 전혀 존경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욕심쟁이들이며, 그들의 힘은 금고에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301쪽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피니언 리더들, 즉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꼭 부자가 아니더라도 한결같이 믿음직한 인격과 훌륭한 도덕성을 지니고 있다. 토머스 라이트와 같은 사람들은 세속적인 부귀는 별로 갖지 못했다 해도 훌륭한 인격과 올바르게 사용한 기회, 자신의 능력껏 선용한 인생을 만끽하면서 그저 세속적으로 성공했을 뿐인 욕심쟁이들을 한 치의 부러움 없는 눈길로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다.-301쪽

정직하게 돈을 벌고, 알뜰하게 쓰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제대로 사용되는 돈은 고결한 인격의 진정한 기반인 검약, 신중, 극기를 나타낸다. 돈은 아무런 가치나 효용성이 없는 물체들의 집합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수많은 대상들, 즉 음식, 의복, 가정에서의 만족, 개인적인 자존심, 자립심을 상징한다.-281쪽

시인 헨리 테일러(Henry Taylor)는 《인생 비망록》에서 이런 지혜의 말을 들려준다.

"돈을 벌고 쓰고, 빌리거나 빌려주며, 유산으로 남기는 기준과 방식이 올바르면 거의 완벽한 인간이라 할 수 있다."-276쪽

요컨대 한 사람의 인격은 수천 가지 미세한 영향력, 본보기, 인생과 독서, 친구와 이웃, 그리고 조상이 물려준 좋은 언행, 주변 환경 등을 통해 형성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은 스스로 자기 행복과 덕행의 능동적인 주체여야 한다. 남에게 아무리 많은 지혜와 미덕을 빚질 수 있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스스로 돕는 자만이 성공한다.-50쪽

노년에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삶의 위안과 경제적 자립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명예롭고 추천할 만한 삶이다. 그냥 단순히 재산을 모으는 것은 편협하고 인색한 영혼들의 특징이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매우 경계할 필요가 있는 '과도한 저축 습관'이 몸에 배이게 된다. 그리하여 젊은 시절에는 단순한 절약이었던 것이 노년에는 탐욕으로 변질되고, 삶의 의무였던 것이 악습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이 모든 죄악의 뿌리는 돈 그 자체가 아닌 돈에 대한 애착이다. 그것은 영혼을 위축시키고 편협하게 만들며 관대한 삶과 행실에 대해서 마음 문을 닫게 만든다. 그러므로 월터 스콧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칼에 죽는 육체보다 돈에 죽는 영혼이 더 많다."-295쪽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ren 2012-10-14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 스미스(Jon Pye Smith)는 제본공으로 아버지 밑에서 일할 때 자신이 읽은 책들을 발췌하거나 비평한 내용을 따로 자세히 기술해 놓곤 했다. 이처럼 불굴의 의지로 자료를 모으는 자세가 그를 평생 남다른 위인으로 만들어주었으니 전기 작가는 그를 '언제나 일하고, 항상 앞으로 전진하며, 늘 축적하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그 기록들은 이후 리히터(Richter)의 '자료 출처'처럼 파이 스미스에게 정보의 보고로 사용됐다.

저명한 존 헌터도 동일한 습관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기억력이 지닌 취약점을 보충한 것인데 평소 생각을 기록해 두는 습관의 이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하곤 했다.

"그것은 상인이 재고 조사를 하는 것과 같다. 그것이 없다면 무엇을 갖고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140쪽)

찬송가 작사가이자 유명한 종교 저술가인 린치(Thomas Toke Lynch)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현명한 습관은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애쓰는 습관이다."(365쪽)

- 새뮤얼 스마일즈, 《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中에서

페크pek0501 2012-10-15 12:2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좋은 글을 만나면 옮겨 적는 노트가 있어요. 나중에 반복해서 읽으려고요.
주로 책이나 신문에서 옮겨 적는데, 습관처럼 되어 버렸어요.
이 노트에서 글감을 얻을 때도 있답니다.

"가장 현명한 습관은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애쓰는 습관이다."(365쪽)

oren 2012-10-15 17:01   좋아요 0 | URL
'호리병의 주둥이를 이용한 원숭이 사냥법'은 가끔씩 다른 데서도 많이 인용하는 얘기인데, 저는 그 얘기를 2003년경 '어느 책'에선가 분명히 읽은 기억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도대체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를 않더라구요. '알제리 부족'의 얘기를 찾기 위해 (그 얘기가 담겨 있으리라 짐작되는) 여러 권의 책을 일일이 다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구요. 그런데 정말 '우연히' 그 구절을 저 책에서 다시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정말 오랫동안 찾아볼려고 애썼던 '대목'이었는데 불과 몇십 분만에 그 대목을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게 되어서 너무너무 기뻤답니다.

저도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구절'을 발견하면 독서노트에 옮겨적는 버릇이 있는데, 그것도 너무 많이 쌓이다보니 '찾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는 가급적 '검색'이 가능하고, '붙여넣기'까지 가능한 '디지털 방식'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