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상 범우고전선 31
투키디데스 지음, 박광순 옮김 / 범우사 / 199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건대 분노와 졸속은 깊고 신중한 생각과 전혀 상반된 것으로, 분노는 어리석음을 동반하기 쉽고, 졸속은 조잡함과 짧은 생각을 낳기 쉽습니다. 또 토론이 실제 행동의 지침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혹은 뭔가 개인적인 이익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는 것은, 장래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지 않은 채 뭔가 다른 방법으로 장래의 지침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 그들이 사리사욕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불명예스런 일을 설득하려 하며, 좋지 않은 일에 관해 교묘하게 잘 둘러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자신들의 반대자나 청중을 놀라게 하거나 위협하기 때문입니다.-271쪽

특히 금전 때문에 논의를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제일 다루기 어려운 것은, 무지하다고 비난받고 설득에 실패하더라도 어리석다는 평은 들을지언정 의롭지 못하다는 오명은 쓰지 않고 물러날 수 있지만, 부정하다고 탄핵을 받으면 설사 자기 주장이 통하더라도 의심이 남고, 실패라도 하는 날이면 어리석은 자는커녕 악인 취급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272쪽

이런 경향은 토의에 두려움을 품게 하고 그것을 피하게 만들기 때문에 도시국가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경향이 아닙니다. 좋은 정치가는 반대 발언자를 위협해서는 안되며 동등한 입장에서 자기 주장의 우수성을 보여야 하며, 현명한 도시는 훌륭한 식자에게 벌을 주는 일이 없고, 실적을 과소 평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받아들여지지 않은 주장에 대해서도 처벌을 내리지 않을 뿐더러 또 욕보이지도 않습니다.-272쪽

이렇게 되면 주장이 받아들여진 자는 더 큰 명예를 위해서라도 지조를 굽혀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는 말을 하지 않고, 또 주장이 통하지 않은 자도 똑같이 언론을 가지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며 대중을 자기 쪽으로 끌여들이려 하지 않게 됩니다.-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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