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의 저자 찰스 다윈을 소개합니다.


찰스 다윈은 흔히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 지동설을 증명한 갈릴레이와 함께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3대 과학자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다윈이 1859년에 발표한 『종의 기원』은 인류 역사를 바꾼 100권의 책 가운데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중요한 책이지요.


1962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은 다윈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내 어머니보다 더 중요하다. 그가 없었다면 생명과 존재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다윈은 청년기에는 의사가 되기 위해 에든버러 대학에 들어갔으나 도중에 그만 두고 박물학만 파고들었는데, 실망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성직자로 만들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에 보냈다고 하지요. 그러나 결국 그는 자연사(自然史)를 평생의 학문으로 선택하였고, 1831년에는 영국 해군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5년에 걸친 '역사적인 항해'를 하게 도지요. 이 비글호가 갈라파고스 섬과 함께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유명한 배가 되리라고는 그 당시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테지요.


다윈은 비글호와 함께 여행하는 동안 남미와 대서양, 태평양과 인도양을 넘나들며 수많은 동물과 식물을 채집하였으며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마침내 '종의 기원'에 대한 극적인 영감을 얻게 되지요.


다윈은 그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관찰 전에 추리하는 것은 필요하고 관찰 후에 추리하는 것은 유용하지만, 관찰 중에 추리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이다'라고 말이지요. 그토록 신중한 그였기에 그는 비글호와 함께 했던 5년 동안의 오랜 항해 끝에 영국으로 돌아와서도 연구에만 몰두했습니다. 여행기인 『비글호 항해기』를 출판한 뒤 무려 20여 년 동안, 오로지 진화론을 입증할 방대한 증거와 자료들을 수집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던 셈이지요. 

오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마침내 그는 1859년에 인류를 미망에서 깨어나게 만든 『종의 기원』을 출판합니다. 다윈의 이론은 비록 일부의 오류는 포함하고 있지만 그의 대부분의 이론은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 과학적 발전에 의해서 약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더욱 확고한 이론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요.

『종의 기원』의 핵심 내용은 간략합니다. 생물은 창조되지 않고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으며 생물이 생존하는 동안 생식과 유전을 통해 끊임없는 변이를 일으키며,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를 거친다는 것이지요. 한편 자연계의 생물은 제한적인 생존환경 때문에 서로간의 생존경쟁이 벌어지며, 결국 환경에 대하여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만이 생존하고 그 외에는 도태되는 ‘적자생존’이 일어나며,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생물의 형질변이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축적되어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결국 개체 뿐만 아니라 생물종 자체도 끊임없이 새로운 변종을 낳으며 오랜 기간 동안의 진화를 거치고 나면 결국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다윈이 살던 시대에만 하더라도 세계는 창조의 입김에 의해 생명이 불어넣어 졌으며, 인간은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존재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윈은 자연계의 생물의 진화를 '나뭇가지'에 비유해 설명하고, 포유류나 영장류 역시(인간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생물체와 똑같이 나뭇가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다윈의 이론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정도로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다만 그러한 이론이 기존의 '창조적 세계관'과는 너무나 상반되는 이론이었기 때문에 그는 평생에 걸쳐 '반박당하지 않을만큼 완벽한' 이론을 세우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에 매달렸으며, 그런 그의 노력이 그를 위대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과학자로서의 나의 성공은, 그것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는 별도로 하고 ······ 복잡한 갖가지 심적 소질과 조건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과학에의 사랑 - 어떤 문제라도 오랫동안 끝까지 생각하는 무제한의 강한 인내심 - 그관찰이나 사실 수집에서의 근면함 - 그리고 창안력과 상식이 함께 부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 "

 - 다윈,『자서전』 중에서

『종의 기원』은 생물학은 물론 사상사적인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기준을 세운 고전입니다. 다윈이 생존했던 시기에도 종(種)이 진화한다는 생각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으나, 다윈은 자연선택이라는 진화 메커니즘을 주장하고, 나무에서 뻗어가는 가지에 비유해 종의 분화를 설명했던 것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이 몰고 온 파장은 대단했으며, 신에 의한 창조설이 일반론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였기에 종교계는 물론, 다윈의 진화론에 반대하는 기존 학계로부터도 심한 반박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가르침을 거역하는 못된 궤변”이라는 종교계의 거센 비난은 다윈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다윈의 생각과 주장에 열광하는 옹호자들도 속속 생겨났습니다. "난 정말 바보다. 이처럼 쉬운 설명을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영국 동물학자 T.H. 헉슬리의 이 탄식은 『종의 기원』의 가치를 단번에 알려줍니다.


다윈의 ‘혁명’은 이 책이 출간된 지 16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다윈의 '생명은 진화한다'는 사상은 자연과학은 물론 의학.철학.심리학.문학.경제학 등 수많은 잔가지들로 계속 자라나 뻗어나가고 있으며 그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종의 기원』을 읽어 보면 생명체의 진화와 다양성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우리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듭니다. 내용이 너무 전문적일 것 같아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온갖 다양한 생명들을 왕성한 호기심으로 관찰하고 그 가운데서 진리를 찾아 내고자 했던 다윈의 열정도 느낄 수 있으며, 또 여러 동식물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가득 담겨 있습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표한지 12년 뒤에 마침내 『인간의 유래』를 발표합니다. 『종의 기원』에서 '훗날 인간의 기원과 역사에 한줄기 빛이 비춰지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 인류의 조상이 과연 어디서부터 갈라져 나왔는가를 추적하는 집요한 연구가 이 책에 담기게 되지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다윈이 밝혀낸 인류의 조상은 협비원류, 일명 긴꼬리원숭이였습니다. 여기서 갈라져 나온 유인원들이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그리고 인간이었습니다. 인류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와 침팬지와 구분된 시기는 대략 지금으로부터 700만 년 전이었습니다.

 

다윈의 끈질긴 관찰과 추론으로 밝혀낸 심오한 생각들은 오늘날 수많은 생물학자들과 진화심리학자들을 너무나 자주 좌절시킨다고 합니다. 현대에 와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첨단 분자생물학이나 유전학 등에 힘입어 현대의 과학자들이 '인간 본성'에 관한 새롭고도 탁월한 이론을 전개해 볼 욕심으로 눈에 번쩍 뜨이는 주제를 찾아 막상 연구에 착수하려고 하더라도, 그런 시도들의 대부분은 오래 전에 찰스 다윈이 내놓은『종의 기원』이나『인간의 유래』등에 '이미 다 나와 있기 때문에' 도무지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는 일조차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이 단 하나의 기원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놀라운 생각을 떠올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갈라파고스 섬에서였습니다. 비글호를 타고 여행하는 동안, 이미 남아메리카에서 많은 화석을 발견한 다윈은 과거에 멸종한 생물이 현재 살아 있는 종과 유사하고, 특히 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에 서식하는 동식물이 기후 조건이 비슷한 남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동식물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생물이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관찰하게 된 것이지요.


런던으로 돌아온 다윈은 표본에 대한 깊은 고찰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결국 '진화'가 일어났으며, 이러한 변화는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일어났고, 현존하는 모든 종은 결국 하나의 생명체에서 기원했다는 이론을 세우게 됩니다. 다윈은 생물종 내의 변이가 무작위하게 일어났고, 이렇게 다양한 변이를 갖춘 개체들은 환경의 적응능력에 따라 선택되거나 소멸된다고 봤습니다. 이른바 '자연선택 이론'이 탄생한 것이지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한 배경인 갈라파고스는 흔히 세상을 바꾼 섬으로 불립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뛰어난 역량을 갖춘 BBC의 자연사 프로젝트팀은 다윈이 방문했던 갈라파고스에 대해 생생한 사진과 글로 담아낸 책을 펴낸 적이 있는데, 그 책만 살펴보더라도 갈라파고스가 다윈에게 얼마나 중요한 섬이었는지를 금세 알수 있습니다.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지구상의 생명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종은 영속하지도 않으며, 지적 창조자의 완벽한 작업도 아니다.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끊임없이 변화할 뿐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은 경쟁을 통해 생존해온, 단순히 자연의 맹목적인 힘에 의해 선택된 순간적인 모습이다. 500쪽에 이르는 그 책에서 비록 갈라파고스는 단 한 줌 잠깐 언급되지만, 먼 청춘 시절 한 번 방문했던 매혹적인 작은 섬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다윈은 그곳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만큼 그 섬들은 그의 모든 견해의 기원이고, 『종의 기원』의 근원이었다.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유명한 생물학자이자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의 서문에 남긴 글도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과학의 착한 요정이 전 세계를 날아다니다가 그녀의 요술지팡이로 건드리고 싶은 가장 멋진 곳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을 과학의 낙원이자 지리학과 생물학의 에덴동산, 진화생물학자들의 아르카디아(이상향)로 바꿔놓았다. 아마도 여러분은 요정의 의도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요정이 빛을 비춘 그곳에 대해서만큼은 아무런 의의가 없을 것이다. 그곳은 서경 91도 남위 1도로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1,170킬로미터, 동태평양에 위치한 다윈의 '적도공화국', 바로 갈라파고스다. ······ 『갈라파고스』는 내가 다음에 이곳을 방문할 때 귀중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나는 탑승할 배의 서가에 기증하기 위해 이 책 한 권을 더 가져가려 한다. 만약 여러분이 갈라파고스를 개인적으로 방문할 수 없다면, 이 책을 읽고 감상하기를 권한다. - 리처드 도킨스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 섬'에 상륙한 날은 1835년 9월 17일이었습니다. 그가 비글호에 몸을 싣고 영국 남단에 위치한 데번포트 항구를 떠난 지 4년이 다 되어가던 무렵이었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감정에 복받쳐 있던 26세의 다윈'은 그날 자신의 일기에 '끊임없이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어두운 하늘'이라고 적어 놓았다고 하지요.

 

다윈이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결국 갈라파고스를 '세상을 바꾼 섬'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는 1835년 10월 20일에 갈라파고스를 떠났고, 이듬해 10월 2일에 영국 해안의 팰머스에 도착해서 비글호에서 내렸지만, 그가 갈라파고스에서 봤던 풍경들은 무려 24년 동안이나 '놀라운 생각과 연구를 거듭하는 밑거름' 역할을 계속 한 끝에 마침내『종의 기원』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뉴튼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유추해 낼 수 있었던 게 자신의 눈 앞에서 툭~ 떨어지는 '한 알의 사과'였다면 다윈이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찾아낸 건 멀고도 먼 항해 끝에 다다른 '갈라파고스에서 보낸 시간들'이 결정적이었던 셈이었습니다.


갈라파고스는 비록 우리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매혹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생명이 신비로운 창조주의 입김에 의해 창조된 게 아니라, 단 하나의 기원으로부터 발생하여 끊임없이 진화하는 동안에 이토록 경이로운 광경들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놀랍기만 합니다. 아득한 옛날, 찰스 다윈이라는 20대의 젊은 청년의 눈앞에도 똑같이 펼쳐졌던 그 섬의 풍경들을 마저 소개하는 것으로 이 영상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 * *


동영상 링크 주소는 ☞ https://youtu.be/EvH_PWB-4g4




 *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